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동산크리에이터 Jan 30. 2018

한 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은 필요하다

부동산 쇼핑의 묘미는 분석과 배팅 그리고 적중을 통해 스스로의 자존감을 고취시키는 데 있다.


원하는 물건을 찾아 헤매다 내 취향에 맞고 예산에 맞는 녀석을 찾았을 때의 희열.

사통팔달 교통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학군은 왜 필요하고 어떤 개발호재가 있는지 내가 관심 갖는 그 지역에 대해 심하게 감정 이입하며 지역 부심을 뿜 뿜 뿜게 된다.

이 뿐이랴... 수십 개의 집을 보며 평면을 분석하고, 남향이 왜 중요한지 판상형은 타워형보다 왜 좋은지 4 bay가 왜 트렌디하였는지 발코니 삭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하다 하나의 집을 선택한다.


이후 부동산에 조심스레 전화해서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쿨하게 말한다.

'집주인 계좌 주세요. 계약금 쏩니다.'

아... 방아쇠는 당겨졌다. 쿵쾅대는 심장과 함께 나의 무모한 용기에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늦었다는 자조 섞인 위안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그리고 쏜다. 계약금!


그리고 우리는 상승론자가 된다. 기승전 상승이다. 

내가 산 그 지역이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첫사랑을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 죽겠다. 그 지역이 발전 가능성이 높고 힙스터들이 사는 트렌디한 동네고 앞으로 얼마나 잘 될 수밖에 없는지 떠벌리고 싶다. 스스로의 과감한 결단력에 박수를 보내며 으쓱해지곤 한다.


중도금이 들어갔다. 이제는 무를 수도 없다. 시장에서 무언가 대책을 내어놓는단다. 괜스레 불안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고 전전긍긍 불안해하며 부동산 카페에 내가 잘 산거 맞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수많은 상승론자들은 격려하고 화답하며 그들의 방식으로 불안함을 달랜다. 


잔금을 치렀다.

그리고 올랐다.

울 그락 불 그락 하는 집주인의 얼굴을 본다. 부동산은 우리 둘 사이를 달래려고 안간힘을 쓴다. 입가에는 미소가 띠고 기존 집주인을 향한 안쓰러운 동정도 함께 보낸다. 배팅 능력이 얼마나 출중했는지 스스로에게 경외심을 보이며 이 참에 투자자로 나서도 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얻는다.


희희낙락 즐거운 나날들.

우선 여행을 간다. 차도 바꾼다. 1-2억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된다. 근로소득도 오징어같이 느껴진다. 대출을 쉽게 생각한다. 왠지 한 채 더 벌려도 될 것 같다. 주식도 코인도 내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이게 최근 몇 년간 부동산에서 매수자들이 겪었던 의식의 흐름이 아닐까?  


# 착각하지 말자


지난 두어 달 간의 시장은 분석과 고민이 무의미한 시장이었다.

그냥 다 올랐다. 그것도 미친 듯이.


그래서 더 무서워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물건을 추천해줘야 할지.

분석이 무의미하게 안 팔리던 못난이들까지 다 팔리며 올랐으니까.

이성적으로 이 단지도 오를까 싶었던 곳들까지 시세가 분출했으니까.


지금이 꼭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1-2년 정도 더 상승 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지금 진입하려면, 언젠가 찾아올 하락기에 일시적이나마 내가 산 가격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는 담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오르면 물론 좋고, 혹여나 떨어진다 하더라도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다.


현재의 시장은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고 오르는 장이다. 누군가 오른 가격(호가)에 물건을 잡으면 그 가격이 시세가 된다.

연일 최고가 갱신. 폭발적인 상승력이 있는 장에서 매수자는 까막눈이 된다. 못난이도 예뻐 보인다. 앞서 말한 물건에 대한 분석력이 사라지며 조급함과 두려움에 생각지 못한 배팅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버블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착각하지 말자. 지금이 꼭지는 아니지만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 볼 필요는 있다.

급히 먹으면 체한다. 

시장이 점진적으로 우상향 하는 것이 더 건강한 시장이다. 조급함은 시장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며 작금의 시장은 일부 비 이성적인 측면이 있다.


투자라면 갸우뚱해지는 시기이다.

실거주라면 확실한 장점이 있는 곳으로 배팅하자. 즉 내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결정을 하라는 이야기다. 

미취학 아동의 정착을 위해 학군 지역에 배팅한다던지, 현재 삶의 질 보다 더 나은 곳을 선점하기 위해 갭으로 배팅한다던지, 평생 재건축에 살던 사람이 신축에 살아보고 싶어 배팅한다던지.

이 시기의 배팅에는 명확한 이유가 필요하다.


# 도취되지 말자


2012-16년 정도에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은 요즘 깨방정을 떨고 싶을 것이다. 1.5배 정도는 가볍게 튀겨진 재산 상황에 얼떨떨하기도 하고, 진작에 몇 채 더 샀으면 노동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거라며 즐거운 후회도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도취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팔아서 수익 실현한 것이 아니라면 사이버머니일 뿐이다. 남들보다 조금 부지런하고 과감했던 대가이기도 하나 이 사실로 자만한다면 공들여 쌓은 자산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번 상승장에서 운이 좋았을 뿐이다. 겸손하게 다음 기회를 찾고 기다리자.


# 추운 겨울, 집을 구하는 소소한 팁 


경험적으로 1-2월은 항상 비수기였다. 한파가 휘몰아치면 매수 심리도 얼어붙는다. 언론에서는 이 때다 싶어 친절하게 '위기'에 대한 공감 섞인 글들을 내보낸다. 너무 추워서 집을 보러 다니기도 귀찮은 이 시기. 적절히 활용해서 할인 구매하도록 하자.

또한 매수하려면 설 전에 해야 한다. 설 연휴 동안 가족들이 상의 하에 매물을 거두거나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연휴를 앞두고 배팅을 하는 것이 좋다. 고민할 시간을 주지 말자.

(올 해는 시장에 매물이 잠겨 적절한 비유가 아닌 것 같으나, 머리 속에 팁을 담아 둘 필요는 있다.)


* (분석과 무관하게 오르는 시장이지만) 다음번 포스팅부터는 일전에 했던 지역 분석 포스팅에 다시 돌입하기로 한다. 커밍쑨!



작가의 이전글 [쉬어가며] 느낌적인 느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