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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동산크리에이터 Nov 11. 2017

사는 게(buying) 아니다. 사는 것(living)

지역 선정: 사는 지역을 객관화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

처음 부동산을 구매할 때를 회상해 봤다.


밤낮없이 수백 번 정량적인 데이터를 분석했고 개발계획도 철저히 확인했고 맘에 드는 동네를 수십 번 구경 다니며 지역을 추렸는데, 정작 매매는 생각지도 않게 우연히 부동산에서 보여준 다른 동네 아파트의 '탑층' 집에서  '탁 트인 전망'에 뿅 가서 도장을 찍었다.


이성적으로 고민하고 철저하게 분석했는데, 정작 나는 뷰 포인트 하나에 뻑 가서 감정적으로 등기를 쳤다. 마치 멀끔하고 스펙 좋은 남정네들을 뒤로하고, 밥을 싹싹 비우는 모습이 예뻐서 한눈에 반해 사귄 연애처럼.

우연히, 그렇게 갑작스럽게!


그렇게 내 집이 된 그 녀석은 한 번에 들어갈 수 없었고 은행과 손잡아 구매했기에, 서류상으로 나의 권리는 3순위에 불과했지만 (세입자> 은행... 그리고>나!)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집에서 보이는 전망은 공원을 통째로 품은 듯했고 여기 살면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느끼겠다며 주책 맞은 상상을 했으며, 맞은편에 펼쳐지는 내 유년시절을 온전히 보낸 동네를 보며 이것은 운명이다! 생각했다.


완전히!!! 사랑에 빠진 것이다.

완벽해 보였다. 멋있어 보였다. 그렇게 눈이 멀었다.


그런데 막상 입주해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단지 끝이라 가능했던 탁 트인 전망은 볼 겨를이 없었고, 1분이 아까운 출퇴근 길에 지하철 역까지 걷는 것이 때로는 귀찮았다. 층간 소음에서 자유로웠던 탑층은,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성격 급한 나에게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 결정적으로 처음 구매하려 분석했던 지역이 훨씬. 많이. 올랐다.




구구절절 내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집을 구매할 때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뼈 빠지게 일한 돈을 모아 모아, 분석 또 분석하고... 어떤 특정 지역(혹은 물건)에 확 꽂힌다. 그때부턴 개발계획만 들린다. 단점 따위야 다 극복 가능하다. 단점 없는 동네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사야 된다. 그리고 산다. (은행과 함께!) 사고 나니 생각보다 더 좋은 곳이 보인다. 단점도 들어온다. 생애주기에 따라 선호하는 지역도 변한다. 신혼 때 좋았던 직주근접은 아이가 크면서 학군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사를 준비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면서 집을 매매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집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소비재는 아니다. 그래서 한 번 살 때 잘 사야 한다.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것이 '좋은 집'을 사는 것이다.

시세의 등락이 있을지언정, 좋은 집은 남들에게도 갖고 싶은 물건이어서 폭락은 없기 때문이다.

 

과연 '좋은 집'의 요건은 무엇일까?

이 기준은 개인마다, 집집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이 그들의 생애주기와 활동반경에 따라 '어떤 지역에 정착해야 할지'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살고 싶은, 오를만한) 지역으로의 이동에 배팅하는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집이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집'이 될 수 있을까?


#역세권 #학세권 #허세권


1). 30대, 출퇴근 시간 포기할 수 없다면 #역세권


전업 비중이 높던 과거와는 달리, 맞벌이 부부 비중이 증가하면서 새롭게 떠오른 부동산 트렌드가 '직주근접'이다. (직장과 주거지의 근접성)


전업 비중이 높던 과거에는 쾌적하고 널찍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신도시'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출퇴근 시간 1-20분이라도 줄여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부모의 열망을 담아 업무지역이 밀집된 곳과 가까운 지역이 많은 상승을 보였다.

(여의도를 배후로 한 공덕, 을지로를 배후로 한 금호, 강남을 배후로 한 옥수, 판교를 배후로 한 분당-판교)


'직주근접'은 '지하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하철까지 가는 시간, 지하철을 환승하는 시간만 줄여도 20분은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북-강남을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3호선이나, 여의도 직장인들을 위한 9호선, 강남-강북 내 가까운 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2호선이 지하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모르겠으면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두고 2-3-9호선 중 두 개 이상 만나는 노선을 찾아 표시하고 그 주변의 아파트를 찾아봐라. 교통의 개선은 삶의 질을 높여주고 집값을 춤추게 한다.


기존 지하철 못지않게 교통망의 개선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아직 개발 계획에 불과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계획만으로도 오르지만 착공과 동시에 분명히 한 번 더 오른다.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노선은 '신분당선 강북 연장'이 지나가는 지역과, '9호선 3단계 연장'이 지나가는 지역이다.


신분당선 강북 연장이 갖는 의미는 '용산'의 위상 강화다. 용산은 탁월한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을 통한 강남 접근성의 불편함으로 아쉬움이 있었던 지역이다. 특히 용산역 주변은 (1호선, 경의 중앙선, KTX + 신용산역 4호선) 신분당선 연장이 착공되는 순간 사통팔달 강남북을 잇는 트리플 역세권이 된다.


9호선 3단계 연장이 갖는 의미는 '송파'의 위상 강화다. 엇비슷한 시세를 보이던 엘스 서문 쪽과 트리지움이 9호선 2단계 종합운동장(엘스 주변)의 개통 이후 시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엘스'는 9호선 급행을 이용한 여의도 출퇴근족이 증가하면서 단지 내에 있는 잠일초등학교가 워킹맘 많은 학교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9호선 3단계가 어느 지역을 지나가는지, 어떤 아파트를 품고 있는지 스터디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교통은 시세를 춤추게 한다. 잊지 말자.




2). 30대 중반-40대, 취학 자녀들이 있는 부모라면 #학세권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낳고 얼결에 쫓기듯 처음 집을 구매한 부부들이 '이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지점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이다. 학창 시절,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과 함께한 친구는 평생 갈 자산이기에 부모로서 좋은 지역에 정착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학세권은 공부 잘하는 학군의 의미도 있지만, 아이가 편안하게 12년간 학창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단지 내(도보권)에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품고 있는 것이 좋다. 큰길 건너지 않고 도보로 통학할 수 있어 안전하며 초-중-고를 품은 단지는 주변에 학원가 발달도 잘 되어 있어 워킹맘이 아이를 보필하기에도 장점이 많다. (고등학교는 다른 선택지가 많으므로, 근거리에 초등학교-중학교만 껴도 무방하다.) 또한 또래 아이들도 그만큼 많아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투자 관점에서도 #학세권은 뒤처지지 않는다.


주변 30-40대를 돌아보라. 자녀들은 많아야 2명, 자녀 교육에 올인하고자 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가 미취학 일 때는 쿨하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라 - 학벌로 밥 먹여 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쿨함이 핫함으로 바뀌며 우리 아이에 대한 기대감과 압박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리고 학군에 대한, 학세권에 대한 기준이 바뀐다.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 연령대가 바로 이 30-40대이다.

고도성장 기에 부모님 밑에서 상대적으로 고생을 덜 하고 컸고,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한다는 성향이 강하며 지역과 학군이 주는 의미도 학습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세대이다. 결혼과 동시에 뿔뿔이 흩어졌던 동창들도 아이가 입학하며 하나둘씩 연어처럼 모여든다. 학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목동 키즈는 목동으로, 대치동 키즈는 대치동으로


30-40대가 필요로 하는 지역, #학세권을 잊지 말자.




3). 특정 지역, 특정 아파트가 곧 나의 아이덴티티 으응? #허세권


아파트의 주거 트렌드는 역사 속에서 늘 진화해 왔다.


아파트 문화가 낯설었던 80년대는 주공아파트가, 고도 성장기였던 90년대는 압구정-삼풍-아선-올선 등 대단지 아파트가, 고급화에 대한 니즈가 반영된 2000년대는 타워팰리스를 위시로 한 주상복합이,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재건축으로 리브랜딩에 나선 반래-반자가 아파트 트렌드를 이끌었다.


아파트 트렌드를 파악하여 주거지를 옮기고, 웰메이드인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고, 상업시설이 잘 발달된 힙한 지역에 사는 것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허세권이다.


대표적인 2010년 이후 아파트 트렌드는 한강변이다. 과거 매연이나 소음 분진으로 입지 대비 다소 주목을 못 받았던 한강변이 강남북을 막론하고 허세와 간지의 콜라보로 무장한 30대들에게 조망 프리미엄을 안겨 주며 팍팍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허세라고 썼지만, 나 역시 좋아한다.) 과거 평범한 동네였던 금호동, 용강동이 한강뷰와 신축 콜라보로 강남과 엇비슷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래미안, 자이 등 브랜드 아파트의 선호현상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다. 반래-반자의 성공 이후 각 아파트 브랜드는 한 단계 진화하여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에 힘쓰고 있다. 브랜드를 세분화하여 고객에게 프리미엄을 심어주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힐스테이트의 상위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개포주공 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론칭에 성공했고, 이 편한 세상의 상위 브랜드인 '아크로'가 한강변에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 리버뷰' , '아크로 리버하임'을  완판 시키며 완벽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신을 성공했다. 특히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 이후 시세 폭발을 보이며 '강남의 프리미엄 신축'은 시세 천장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래미안 역시 아파트 명에 프레스티지를 의미하는 '-티지'(래미안 블레 스티지)를 붙이며 고급화에 나섰고, 자이도 '그랑'(그랑 자이), '아트'(아트자이)등의 명칭을 붙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브랜드의 세분화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주며, 아파트 선정에 있어 브랜드가 얼마나 시세 방어 및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인지시켜 주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증가할 1-2인 가구에 걸맞은 지역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 주변에도 아이가 없는 딩크족이 많고 그들은 문화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 아파트가 많지 않지만 힙한 상업지로 각광받는 한남동, 성수동의 발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도 브랜드가 중요하다. #허세권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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