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마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아 Dec 15. 2019

입사 9년, 목표를 잃어버렸다.

어떤 마음 #.002

회사 생활 9년 차, 나이는 36살..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20대에는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달려왔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것. 아니, 디자이너로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

여차저차 고생의 과정을 거쳐서 나름 대기업이라는 곳에 들어왔다. 대기업 생활은 고만고만하다. 매일 출퇴근에 매년 기껏해야 A와 B 정도의 성과로 사람을 나눈다. 그런 것에 또 일희일비하며 인정받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런데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려다 보면 번뜩번뜩 이 세상은 '자본주의'라는 것이 생각난다. 이렇게 회사에 목맬게 아니라 시간을 아껴서 재테크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또 일하는 중간에 주식창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그렇게 틈틈이 돈을 모아도 목돈이 되지는 않는다. 이 속도면 빠른 은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회사도 딱히 애정이 없고, 연봉도 만족스럽지 않으니 이젠 이직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직을 하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한데 아직 만들어놓은 게 없다. 몇 년 동안 했던 프로젝트들을 정리하려니 막막해진다. '퇴근 후에 해야지' 하고 마음먹지만 늘 퇴근 후에는 침대에 누워만 있다. 포트폴리오가 없으니 또 이직 지원을 못한다.


결국은 다시 제자리이다.

회사에서 소소한 경쟁을 하며 일상을 지낸다. 그런데 그나마도 기깔나게 이기지 못해서 화가 나고 답답하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나날들을 지내고 나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는 것도,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도,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목표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우고 힘을 내야 하는 건지, 목표 따위는 치우고 현재를 즐기며 큰 욕망 없이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원하는 게 명확하지 않으니 중간에 이뤄나가는 작은 성취들에 만족감이 없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뭘 원하는지를 다시 찾고 싶은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2019. 12. 15.


(사진 출처 : Unsplash, Danielle MacInnes)

매거진의 이전글 읽지 못한 책을 떠나보내는 상실감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