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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 Review

[리뷰]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

UX 디자이너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다

by Lina L
The BEST Interface is NO Interface


지은이 | 골든 크리슈나

2018년 1월 19일 초판 1쇄 발행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UX 서적을 읽었다. '최고의 인터페이스는 인터페이스가 없는 것이다' 라는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주장을 다양한 사례와 특유의 캐릭터로 녹여 풀어낸 저자 골든 크리슈나(Golden Krishna)는 자포스, 쿠퍼, 구글과 같은 선도적 IT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시니어 UX 디자이너이다. 그의 주장은 얼핏 인터페이스를 없애야만 한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모든 문제를 스크린 기반의 인터페이스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본질적인 문제의 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모색하라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


저자 특유의 위트가 가득한 이 책은 스크린 기반 UX의 문제를 서술하고,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번째 원칙. 화면부터 설계하는 대신 평소에 늘 하는 행동을 먼저 생각해보자.
두번째 원칙. 컴퓨터의 시중을 드는 대신 제대로 활용하여 대접받자.
세번째 원칙. 개인화를 활용하자.


첫번째 원칙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습관적으로 사각형을 그리기보다, 일상적 행동을 먼저 생각하면 세련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차에 다가갔을 때 뒷주머니의 스마트폰을 인식해 자동으로 열리는 트렁크나, 온도 감지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된 차량 냉각 시스템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두번째 원칙은 컴퓨터를 모시고 살지 말라(!)는 것인데 이는 '유저 인풋'에 의지하여 복잡한 입력필드로 인한 불편함을 주지 말고, 자동화된 '머신 인풋' 방식으로 컴퓨터 스스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부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빛의 양을 조절하는 헤드램프나, GPS 통신, 블루투스, 카메라를 통해 자동으로 교통신호를 해석하는 차량 등 센서 시스템을 이용한 솔루션이 있다.


세번째 원칙으로 제시된 '개인화'는 사용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시하여 수십개의 화면을 거치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엔진을 활용하여 산더미 같은 정보 속에서 개인에게 딱 맞는 추천 값을 찾아주는 시스템이 있다. 컴퓨터가 센서 등을 통해 개별 사용자에 맞춰 환경 설정을 하여, 유저 인풋 없이도 주도적으로 작동하는 프로액티브(proactive) 컴퓨팅 또한 '개인화' 원칙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세가지 원칙을 통해 결론적으로 저자는 '의미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기술', '불필요한 일을 줄이면서 니즈를 빠르고 적절하게 충족시켜주는 훌륭한 디자인', '일상 속에 녹아져 있는 자연스러운 인터랙션', 그리고 궁긍적으로 '인터페이스 없이 작동하는 최고의 인터페이스'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책이 출간되기 오래전인 5년전부터 저자는 'No Interface'에 대한 주장을 해왔다. 2013년 저자의 SXSW 키노트 스피치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iFL4eR1pqMQ)을 보면, 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책에 나온 사례들이 약간은 오래된(outdated)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그리고 최근 음성 인식/합성 기술이 머신러닝 엔진을 토대로 크게 발전하면서 VUI(Voice User Interface)가 GUI의 대안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책에서는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어 조금은 아쉽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전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UI/UX 디자이너, 프로덕트 기획자, 사업 전략가 등 IT 인더스트리에 큰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향후 UX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UX 디자이너의 역할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


내가 앱 기획을 했던 이유는, 단순히 그 당시 앱이 가장 각광받는 (거의 모든 문제의) 솔루션이었고, 실제로 앱이 시공간적인 제약을 줄이며 동시에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앱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때쯤 대학원에 들어오면서 (이 책에서도 제시하고 있는) 센서, 머신러닝, 음성 인터페이스, 로봇, 자동화 시스템, 데이터 사이언스 등의 다양한 솔루션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로 스크린만이 답이 아니라면, 스크린 UI/UX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보다 미래에 각광받을 다른 솔루션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할까? 아니면 여전히 미래에도 스크린은 존재할 것이니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시각 인터페이스를 꾸준히 공부해야 할까?


기술은 너무나 빠르게 진보하고, 인터페이스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일 뿐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UX 디자이너의 역할이라면 저자의 말대로 문제 해결 방법은 어떤 것이든 열린 마음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전문성과 생계(?)의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어찌돼었든 어떤 하나의 해결수단을 꾸준히 연마하여 자기의 무기로 만드는 것이 커리어를 쌓는 과정인데, 어떤 것도 영원한 만능 솔루션이 될 수는 없으니 UX 디자이너는 답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솔루션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여러 솔루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긴 하지만, 특정 솔루션 하나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내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궁극적인 나의 지향점이 UX 디자이너의 본질적 역할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어떤 새로운 솔루션도 과감히 적용해볼 수 있는,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솔루션이든 미리 준비하고 배우고자 하는, 그런 사용자경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정답은 없지만, 그리고 어떤 문제를 어떤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UX 디자이너가 될지 나의 미래를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준비하고 있다가 언제 어떤 솔루션이 필요한지 알고, 이를 꺼낼 줄 아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도 다양한 글을 읽고, 다양한 기술과 디자인을 접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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