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주세요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 주세요
그 눈빛에 다 보이게
날 표현해 줘요
우리만 아는 암호로
또 가장 깊은 곳으로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 주세요
우린 사랑해 란 말이 참 어렵잖아요
손발이 다 오그라드니까“
이 노래를 요즘 많이 듣고 있는데, 문득 ‘우리의 사랑은 눈에 보여‘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날 바라볼 때 네 얼굴에 비친 너의 눈빛과 표정이 날 웃게 해. 네 얼굴에서 날 향한 사랑이 정말로 내 눈에 보여.
결혼 후, 상대적으로 내가 시간적으로나 실력적으로(?) 여유가 있기에 요리나 집안일을 많이 하게 되었고 처음엔 이 부분을 조율한다고 작은 다툼이 있었지. 집안일이 힘든 건 사실이야. 그런데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을 버리니 비로소 사랑의 의미가 내게 새로이 다가왔어. 너에게 서운한 일 다섯 개를 말하고 있는 내게, 자신은 내게 서운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너를 보며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어. 부끄럽더라고. 그리고 마음을 바꿔먹었지. 집안일을 내가 더 많이 하는 건 억울한 것도 손해 보는 것도 아니라고. 내가 사랑하는 너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고 그걸 맛있게 먹는 너의 모습을 보는 게 나에겐 너무나도 큰 행복이고 기쁨인데 왜 자꾸 손해 보는 듯한 기분에만 집착했을까?
비로소 결혼을 하고 생활해 보니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깨달아지더라. 비록 내가 너에게 직접적으로 “사랑해”라고 말하는 걸 어느 날은 잊을지라도, 매일 너를 위해 어떤 메뉴를 해줄까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사랑을 말하고 있어. 너에게 설거지를 시켰다가 키가 큰 너에겐 너무 낮은 싱크대가 너의 목디스크 통증을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아, 키가 딱 맞는 내가 그냥 하기로 마음먹었어. 이것도 내 사랑이야.
결혼 한 뒤로 “사랑이 뭘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어.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인데. 내 사랑은 무얼까? 내 사랑은 너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그래, 어떤 모습으로든 간에 내 사랑은 눈에 보여.
그리고 너의 사랑도 난 볼 수가 있어.
고마워.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만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나에게 사랑을 말하고 있는 너. 지금 일일이 다 그게 무언지 생각해 내어 나열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날 바라볼 때 너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이야.
집에 도착한 나를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너
쉬는 날엔 낮잠을 느지막이 자고 일어나 방에서 나와 나를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너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날에도 현관에서부터 바로 내게 달려와 나를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너
그래 나는 너의 사랑이 눈에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