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것에 대한 감정과 태도
싸이월드 시절 우리는 각자의 감성을 적시는 BGM을 대문에 걸어놨었다. 내 리스트 중 기억에 남는 곡은 루시드폴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멜로디도 음색도 가사도 참 외롭고 쓸쓸했고, 혼자라는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숙명같은 느낌이었다.
그 시절로부터 약 10년의 시간을 지내면서 '혼자'라는 것에 대한 나의 감정과 태도는 많이 다듬어졌다. 이제는 '혼자'라는 단어 그 자체에서 가을 겨울스러운 느낌만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내가 계속 함께이고 싶었던, 그리고 당연히 함께일 줄 알았던 소중한 사람들의 손을 놓쳐도 보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들도 있었고, 기대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못했지만 함께 해주는 고마운 인연들도 있었다.
그렇게 혼자라는건 완전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누구와도 관계없이 혼자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와 언제까지나 붙어있을 수 있는 영원한 함께도 없었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꽤 많은 감정을 태웠던 것 같다. 그러고나니 이제 내가 떠올리는 '혼자'라는 단어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들어가있다. '혼자'는 언제든지 꽃필 수 있고, 새로움에 손내밀어 볼 수 있고, 오래됨에 깊어질 수 있고, 끝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상태이다.
내가 혼자 내 길을 걸어가는 게 인생이고, 내가 걷고 있으면 내 옆을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손을 잡고 가기도 하고 가끔은 좀 떨어져서 걸을때도 있고 그러다 서로 가는 길이 달라져서 볼 수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돌고 돌아서 다시 같이 길을 걸을때도 있다. 우린 각자 혼자서 갈 길을 걸어가고 있다. 때로는 그 길을 혼자서 걸어가고 있더라도 너무 외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 내 옆을 지키며 든든히 같이 걸어가줘도 그 사람도 영원히 내 옆에서 나의 길을 같이 가줄 순 없다.
걷다보면 누군가 내가 가는 길을 깨끗이 닦아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일부러 길을 더럽게 만들어 놓기도 하고, 또 아무도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는데 내가 가는 길앞에 나무가 쓰러져 있을수도 있고, 이쁜 새가 와서 노래를 해줄 때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길을 내가 계속 가면 된다.
나는 혼자서도 잘 걸어가고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옆에 같이 걸어주는 사람에게 물도 나눠주고 노래도 불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더더욱 좋겠다. 이 글은 내 옆에서 같이 걸으며 나는 발견하지 못했던 예쁜 꽃들을 보여준 친구를 생각하며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