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역사가 함께하는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셨다
1953년 전쟁이 끝난 추운겨울
해남의 한쪽 어귀
어머니 7남매는 열심히
밭을 갈고 닦았다
첫째 아들은 장성하여 군대에 갔지만
무장공비의 츨현으로 22세에 생을 마감했다
첫 째딸 역시 흔한 병에 걸렸지만
치료를 제대로 못받아 숨을 거둔다
그리고 5남매 티격태격
때론 오손도손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외할머니는 매우 거칠고 성격이 급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일도 억척같이 해 내셨단다
외할아버지는 반면 한량에 너그럽고
손재주가 많으셨다고 하니
두 분이 돌아가시기 전 외할머니의 뾰족한
잔소리는 역사적인 굴곡에서 나온 것이리라
어머니의 굽어진 손가락이
눈동자에 어리어서 한참을 서성였다
젊은 적 곱디 고운 처녀
미래에 꿈이 많던 우리 어머니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과 같은
삶의 궤적을 이어오면서
어머니의 손은 굽어지고 시들고
시큰거렸다
자식과 남편
시대와 가난에 갖힌 어머니의 손가락
굽어진 손가락의 아픔보다
굽어진 어머니의 마음이 보여서 더 서글펐다
어머니는 그 손가락으로 매일아침
온 빌딩을 청소하러 다니신다
다른이의 인정이나 평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살아온 습관대로
최선을 다해서 구석구석을 청소하시면서
이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것 같았다
작은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일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에 베어나오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게 되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_중용 23장
어머니가 청소하시는 건물주변에는
꽃과 식물들이 가득하다
유독 그 건물들에만 고추나무며
들꽃이며 푸르름이 가득했다
어느날 지나가는 길에 어머니가
"저거 내가 다 심은 거다 아들"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봄에 씨를 뿌려
가득히 천국을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
또 어느날은 어머니가 청소하시는 건물을
지나가다가 말씀하셨다
"여기 바닥에 비추어 봐라
얼마나 반짝거리냐 엄나가 다한거야"
그래서 어머니는 손가락이 굳으신 것이었구나
어리석은 아들은 깨닫는다
작은 일은 뒷전으로 미루어 두고
중요한 일이라면서 열정을 다하는 자신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내면서
드디어 끝났다라고 치부해 버리면
허드렛일을 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숨소리는 소음으로 들리게 되고
작은 일처럼 보여지는 생활사들은
대수롭지 않게 무시해버리는 일상에서
어머니의 선물은 이렇게 나의 마음밭에
뿌리어져서 그래도 오늘날 여기에 있게 하는 구나 한다
어머니는 오늘도 정성스레
바닥을 닦으시는 손으로
한땀한땀 아들 주시려고
퍼즐을 즐겁게 마추어 주시고는
웃으시면서 포즈를 취하신다
어머니, 어머니
아들이 언제쯤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소중한 사람들의 곁에서 기쁨을 발견할까요
북간도에 계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체
오늘도 고된 일에 스스로 최선을
다하시는 어머니의 무릅한번
주물러 드리지 못하는 아들의 마음은
이 말이 딱인듯 합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마음에 비가 내린다
다행히 봄비다
어머니의 사랑의 흠뻑 묻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