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읽는 중국현대철학_쉬푸관과 중국예술정신
중국현대철학을 나이오트와 공부하고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8시. 거의 밤을 새면서 공부하고 강의하고. 오늘은 쉬푸관이다. 쉬푸관은 현대 신유학을 이끈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사상적 여정은 군인에서 학자로의 극적인 전환에서 비롯되었으며, 스승 슝스리(熊十力)의 사상적 영향과 중국 민족 문화 재건이라는 절박한 사명감 아래 구축되었다. 그는 1958년 탕쥔이, 모우종산 등과 함께 ‘문화선언’을 발표하며 신유학의 학문적 지위를 공고히 하였다. 쉬푸관의 평생에 걸친 학문적 목표는 중국 전통 사상의 현대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중국 문화가 당면한 정신적·사회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와 미래적 의의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그의 사상 체계는 형이상학적 사변(思辨)을 거부하고 현실 세계에서의 실천과 체험에 근거를 둔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유학의 근원을 초월적인 천도(天道)나 관념론적 구조에서 찾으려는 당시 신유학계의 주류 경향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대신, *인간의 살아 있는 삶"과 도덕적 책임을 지는 주체적인 인간 마음(心) 속에서 가치의 근본을 찾았다. 이러한 관점은 그가 제시한 연구 방법론인 체인(體認)과 형이중학(形而中學)의 정립으로 구체화되었으며, 유학을 내재적 도덕 인문주의로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럼 ‘처음읽는 중국현대철학’에서 제시한 주제들을 따라서 쉬푸관의 사상에 대해서 들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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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푸관은 사변적 형이상학을 배척하고 현실 귀착을 중시하는 독특한 학문 방법론을 확립한다. 그의 학문적 태도는 군인에서 학자로의 전환, 그리고 민족 문화의 재건이라는 절박한 시대적 사명감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당대 신유학계가 서양의 관념론적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유학을 초월적 사변으로 끌어올리려는 경향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것이다. 쉬푸관에게 사상 연구는 이론적 유희가 아니라, 현실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실천적 행위인 것이다. 그는 유학의 근거를 천명(天命)이나 천도(天道)와 같은 외재적이거나 초월적인 개념에서 찾는 것을 공허한 관념론에 빠지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쉬푸관은 스승인 슝스리와 동료들의 사변적 경향까지 비판하며, 중국 사상의 근본은 역사의 시공간 속에서 전개된 구체적인 현실 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진정한 가치 근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며 자신의 행동에 도덕적 책임을 지는 주체적인 인간에게 있다. 이러한 입장은 유학의 본질을 인간 중심의 내재적 도덕 인문주의로 확립하고자 한 그의 근본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주의적 관점을 구현하기 위해 쉬푸관은 연구 방법론으로 동태적 관점을 제시하며 체험 추적(追體驗)을 주창한다. 그는 사상가들이 살았던 역사적 시공간과 그들의 구체적인 생활 세계로 돌아가, 마치 그들처럼 "살아 있는 삶"을 반성적으로 재구성하고 체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사상적 개념들이 추상적인 명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발생 과정을 거쳤으며, 어떠한 의미를 함축하면서 발전되어 나갔는가"를 동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초 작업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방법론이 바로 체인(體認)이다. 체인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객관적인 관조적 이해를 넘어서는 실천적이고 활동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쉬푸관에 따르면, 체인은 도덕적 실천과 수양 공부를 통해 추상적인 사상적 의미와 가치를 몸으로 깨닫고 체득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사상 연구자가 연구 대상의 사상 속에서 자신의 도덕 주체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반성적인 활동 과정인 것이다. 체인을 통해 연구자는 사상의 내재적 가치와 현실적 힘을 오롯이 자신의 삶 속에서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쉬푸관의 체인의 강조는 중국 사상사를 관념론적 틀에서 벗어나 실천적 윤리와 현실 개혁의 도구로 복원하려는 그의 강력한 의지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 방법론은 유학의 내재적 도덕 인문 정신이 구체적 실천과 현실의 문제 속에서만 진정한 가치를 발현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 것이다. 쉬푸관은 체인을 통해 인간의 주체적인 도덕성 확립을 사상사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중국 문화의 현대적 위상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로 삼았다.
쉬푸관은 유가 사상을 내재적 도덕 인문 정신으로 재해석하고, 그 근간을 인성론(人性論)에 둔 것이다. 그는 유가의 핵심 가치들을 윤리적 실천과 정치적 책임이 분리되지 않는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의 일원론적 구조 속에서 체계화하였다. 그는 유학이 외부의 초월적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주체적인 역량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동적인 사상임을 강조한 것이다.
쉬푸관은 중국 문화와 유가 사상을 관통하는 근원적인 개념으로 우환의식(憂患意識)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우환의식을 종교적 공포와 대비시키며, 이것이 인간이 하늘이나 신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고 도덕적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는 주체적인 자각의 산물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우환의식의 내재적 발현이 바로 경(敬) 관념으로 구체화된다. 경은 외적 공경이 아니라, 사람이 자기 행위를 항상 반성하고 단속하는 심리 상태를 의미하며, 내재적 주체가 자율적으로 도덕률을 확립하는 중국 인문 정신의 최초의 자율적 표징이라고 해석된다.
종교적 공포로부터의 해방
외재 신의 부재: 우환의식은 고대 중국인이 인간의 운명이나 세계의 질서를 천(天)이나 상제(上帝)와 같은 초월적인 신적 존재의 무조건적인 명령으로 돌리지 않으면서 시작된다. 이는 종교적 죄의식이나 절망 의식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인간 주체의 확립: 인간이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역량을 인식함으로써, 도덕적 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립한 것이다.
도덕적 사명감과 창조성
난관에 대한 책임: 우환의식을 가진 인간은 현실의 어려움이나 혼란을 외부 환경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도덕적 책임으로 인식한다. 이 책임감은 개인의 도덕적 완성(修己)과 세상의 개선(治人)을 위한 사명감으로 이어진다.
문화 정신의 생산: 이 책임감과 사명감이 바로 유가 사상의 핵심적인 도덕적 긴장을 만들어내며, 중국 문화의 지속적인 창조력과 자율적인 문화 정신을 생산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경(敬) 관념과의 연결
경의 내재화: 우환의식이 내적으로 구체화된 심리 상태가 바로 경(敬)이다. 경은 단순히 외부에 대한 공경이 아니라, 인간이 항상 자기 행위를 반성하고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규율하는 자기 단속의 심리 상태이다.
실천적 윤리: 우환의식은 경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 윤리로 이어진다. 경은 인간의 도덕적 주체성이 외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도덕률을 확립하며, 그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는 내재적 표징인 것이다.
쉬푸관은 유가 사상의 근본을 내재적 도덕 인문 정신에서 찾으며, 효(孝)를 단순히 외적인 윤리 규범이 아닌 인(仁)의 근원이자 주체적 인격을 확립하는 가장 근본적인 실천 윤리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의 효 사상은 윤리적 근원을 밝히고 정치적 오해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인(仁)의 근본과 사랑의 원천으로서의 효의 본질에 대해서 쉬푸관에게 효는 유가 도덕 전체를 관통하는 인(仁)의 근본이자, 모든 윤리적 사랑의 싹인 것이다. 그는 효가 외부 제도나 강제에 의해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안에 본래적으로 내재하는 사랑의 자연스러운 발로라고 정의하였다. 즉, 효는 인간의 생명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인륜적 근원이며, 이 부모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은 처음으로 도덕적 실천과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체득하게 된다. 효는 수기(修己)의 가장 초기적이고 핵심적인 수양이며, 효를 통해 배양된 타인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은 가족을 넘어 사회와 국가로 확장되어 인의 정신을 실현하는 도덕적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맹자 효 사상의 정치적 재평가와 자유 정신의 발견에 대해서 알아보자. 쉬푸관은 맹자의 효 사상이 전제주의 옹호론으로 비판받는 역사적 오해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며, 오히려 맹자의 사상 내부에서 전제주의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정신과 민주정치의 도덕적 기초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맹자가 효제를 강조한 것은 인간이 부모와 형제에 대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인간이 본래 선(善)하며 존엄한 존재임을 실증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인성(人性)에 대한 신뢰는 곧 인격의 존엄성을 확립하는 근거가 되며, 이는 군주권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민귀군경(民貴君輕) 사상의 뿌리가 된다. 쉬푸관은 유가 사상이 장기간 봉건적 전제주의의 압박 아래 왜곡되었을 뿐, 맹자의 사상 자체는 백성의 생명과 권리를 중시하는 인치파(仁治派)의 정신이며, 민주정치의 도덕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쉬푸괸은 효를 통한 내재적 주체성의 확립과 실천적 의의를 발견하게 된다. 쉬푸관의 효 사상은 효를 도덕적 주체성을 확립하는 가장 구체적인 통로로 제시한다. 효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세계를 통해 내재적 도덕 정신을 구현하는 실천적인 행위이다. 인간은 효를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본래적인 선한 마음을 확인하고, 스스로 도덕적 책임을 지는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한다. 이는 쉬푸관의 근본 방법론인 체인(體認)과도 맞닿아 있다. 즉, 효는 초월적 권위나 외재적 명령 없이 자기 자신을 단속하고 도덕적 인격을 완성해 나가는 유가 인문 정신의 구체적인 구현 방식인 것이다.
쉬푸관에게 인(仁)과 예(禮)의 통일은 유학 사상이 외재적 구속에서 벗어나 내재적 주체성을 확립하는 가장 중요한 변곡점인 것이다. 그는 공자의 가장 큰 공헌 중 하나가 예(禮)의 근거를 인(仁)이라는 내면의 도덕적 원리에 둠으로써, 딱딱하고 형식화되었던 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이라고 평가하였다. 이 통일은 유학이 단순한 도덕 규범을 넘어 주체적 인격과 문화 세계를 창조하는 근본 철학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써 개인의 도덕적 완성(修己)과 객관적인 사회 질서(治人)의 확립이 하나로 결합되었으며, 쉬푸관의 사상 체계에서 내재적 도덕 인문주의를 완성하는 핵심 기제가 된 것이다.
인(仁)과 예(禮)의 본질적 관계와 전환
쉬푸관은 인(仁)을 질적이고 입체적인 내재적 인격세계로, 예(禮)를 양적이고 평면적인 객관적 인문세계로 규정하며 둘의 변증법적 통일을 강조한 것이다. 이전 시대에 예는 종종 외적인 봉건적 속박이나 형식적인 규제로 전락할 위험이 있었지만, 공자는 예의 근거를 인(仁)이라는 내면의 도덕성에 둠으로써 이를 타파하였다.
이로써 외재적인 객관적 인문세계(예)는 주체적인 내재적 인격세계(인)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예는 더 이상 단순한 외부 형식이 아니라 사람의 보편 이성이 표현된 형식으로 승화된 것이다. 이 통일은 유학이 도덕과 문화를 일치시키는 근거가 된 것이다.
극기복례(克己復禮)를 통한 인체(仁體)의 구현
이러한 인과 예의 통일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실천 방법이 바로 극기복례(克己復禮)인 것이다. 극기복례는 인의 정신을 가로막는 형기(形氣)나 사욕(私欲)과 같은 생리적이고 감각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돌파하는 구체적이고 엄격한 수양 공부를 의미한다.
이 실천을 통해 개인의 생활과 행위를 예(보편적인 도덕 원리)와 완전히 합일시켜 인체(仁體)를 드러내는 것이다.
쉬푸관은 이 과정이 성기(成己)와 성물(成物)의 정신 상태를 동시에 구현하며, 도덕적 주체인 '나'의 인체 안에 천하가 포함되는 물아일체의 경계에 도달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인학(仁學)의 정립과 주체성의 확립
결론적으로, 쉬푸관은 공자의 학문을 인학(仁學)으로 규정하며, 인과 예의 통일이 주체성의 무한한 초월성을 증명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극기복례의 실천을 통해 인(仁)에 대한 결정권이 하늘(天)이나 외재적 권위가 아닌 주체적 자아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유학이 초월적 사변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실천적 윤리이자 내재적 도덕 인문주의를 완성했음을 의미한다.
쉬푸관에게 인과 예의 통일은 유학이 단순한 도덕 규범을 넘어 주체적 인격과 문화 세계를 창조하는 근본 철학임을 보여준다.
성기(成己): 내재적 도덕 인격의 완성
성기는 '자신을 완성한다'는 뜻으로, 쉬푸관에게 이것은 도덕적 주체인 개인의 인격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본질: 인의 정신을 가로막는 사욕(私欲)이나 형기(形氣)와 같은 생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보편적인 도덕 원리(예)와 완전히 합일하여 내재적인 인격체(仁體)를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수양: 극기복례의 실천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도덕적으로 규율하고 반성함으로써, 도덕적 주체성을 확보하고 자율적인 도덕 인격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결과: 인간이 초월적 권위나 외재적 명령 없이 스스로 도덕적 완성에 도달하며, 참된 자아를 실현하게 된다.
성물(成物): 객관 세계의 포용과 완성
성물은 '사물을 완성한다'는 뜻으로, 쉬푸관에게 이것은 완성된 도덕 인격의 영향력이 객관적인 외부 세계로 확장되어 만물을 포용하고 완성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본질: 성기를 통해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체(仁體)가 타인과 만물을 자신의 도덕적 경계 안에 포용하고 화합시키며, 그들의 선함과 가치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확장: 이것은 유가의 수기치인(修己治人) 사상에서 치인(治人)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가족,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질서를 확립하고 객관적인 인문 세계(예)를 완성하는 실천적인 노력인 것이다.
결과: 도덕적 주체인 '나'의 인격적 완성을 통해 도덕적 질서가 객관적인 세계로 확장되어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계에 도달한다.
성기-성물의 일원론
쉬푸관에게 성기와 성물은 분리될 수 없는 일원론적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동시성: 극기복례의 실천은 곧 성기를 이루는 과정인 동시에, 그 완성된 도덕적 힘이 성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나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 곧 타인과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 된다.
의의: 이 일원론은 유학이 단순한 개인 윤리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내적 도덕을 통해 객관적인 사회와 문화 세계를 창조하고 개선하려는 내재적 인문주의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쉬푸관은 이 성기-성물의 통일을 통해 유학의 실천성과 현실성을 강조한 것이다.
쉬푸관(徐復觀)의 '심성의 항의(心性之抗議)'는 맹자(孟子)의 사상적 전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도덕적 생명력과 양심을 절대적인 가치로 격상시킨 개념이다. 이 사상은 쉬푸관이 군인으로서 겪은 전쟁과 독재의 경험 속에서, 외부의 억압적인 힘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를 유학 내부에서 찾으려는 절박한 시도였다. 여기서 심성은 단순히 심리적 작용이 아니라, 도덕적 선(善)을 지향하는 형이상학적 근거 그 자체이며, 개인의 자유와 윤리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핵심 주체로 확립된다. '항의'라는 표현은 인간의 도덕 실천이 불완전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수동적 복종이 아닌 능동적인 의지적 투쟁의 형태를 띠어야 함을 강조한다. 쉬푸관은 진정한 도덕은 추상적인 원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불의(不義)와 부조리에 직면했을 때 개인의 양심이 발동하여 희생을 감수하고 자신의 가치를 관철하는 실천의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과정이야말로 인간이 도덕적인 존재로서 스스로를 입증하고 완성하는 순간이며, 도덕적 주체의 숭고한 자유가 실현되는 장소라고 보았다. 쉬푸관이 비판하는 형이상학은 주로 송명 이학(理學)의 우주론적 사변(思辨), 특히 천리(天理)나 태극(太極)과 같이 인간의 심성 외부에 존재하는 객관적 원리를 도덕의 최종 근거로 삼으려는 시도들을 겨냥한다. 그는 이러한 원리가 인간의 내재적인 심성을 종속적인 위치로 끌어내리고, 도덕을 우주적 질서에 대한 복종 행위로 전락시킨다고 우려하였다. 쉬푸관의 비판은 도덕적 가치의 근원을 객관적인 우주에서 주체적인 인간 심성으로 되돌려 놓아 심성(주체)과 천리(객체)의 관계를 전복하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비판을 통해 쉬푸관은 도덕적 가치를 인간의 심성 내부로 완전히 내재화하고, 인문 정신(人文精神)을 신학적/자연 철학적 구속에서 완전히 해방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에게 있어 유학의 정신은 형이상학적 도그마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도덕적 결단과 실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는 실천 윤리이다. 이처럼 도덕의 근거를 인간 주체의 자율적인 의지에 둠으로써, 유학은 외부의 절대자 없이도 스스로 윤리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근대적 주체 철학으로서의 성격을 갖추게 되었다. 쉬푸관의 '심성의 항의와 형이상학 비판'은 현대 서양 철학의 실존주의나 칸트(Kant) 윤리학의 자율적 의지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을 제공한다. 이 사상은 자유와 책임이라는 현대적 문제를 유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중국 전통 사상이 현대 세계의 보편적인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철학적 언어를 제공하였다. 그는 이 개념을 통해 유학을 단순한 고전 사상이 아닌, 현대인의 실존적 위기와 윤리적 고뇌를 해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철학으로 확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쉬푸관(徐復觀)은 유학의 전통 정치철학인 덕치(德治)와 민본(民本) 사상을 단순히 고전으로 재조명하는 것을 넘어, 이를 현대 민주주의 이념의 정신적 뿌리로 해석하고 중국의 민주화에 필요한 내재적 사상 토대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의 논리는 유가의 윤리적 주체성을 정치 영역으로 확장하여 현대적 정치 공동체의 이상을 제시하는 데 집중된다. 유가의 덕치 사상은 통치자가 강제력이나 법률보다 자신의 도덕적 인격과 높은 윤리적 표준을 통해 백성을 감화하고 다스려야 한다는 원칙이다. 쉬푸관은 이 덕치를 정치 지도자의 도덕적 절대 책임론으로 해석하였다. 그는 현대 민주주의가 제도적 완비를 이루더라도, 지도자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도덕적 자질이 부족하다면 민주 제도는 쉽게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따라서 덕치는 지도자에게 최고의 윤리적 자기 수양을 요구하는 유학의 전통으로서, 권력의 오용을 내부적으로 견제하고 국가 운영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보았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리더십의 동양적 원형이다.
민본은 백성(民)을 국가의 근본(本)으로 삼아 백성의 안녕과 이익을 통치의 최우선 목표로 두는 유가 정치철학의 핵심이다. 쉬푸관은 맹자(孟子)의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는 명제를 민중 주권(人民主權) 사상의 가장 강력한 전통적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는 민본이 단순한 애민(愛民)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 근거가 오직 백성에게 있음을 천명하는 정치적 권력의 원천에 대한 주장이라고 해석하였다. 이 사상은 권력이 군주에게서 나온다는 전통적 관념을 뒤집고, 국민이 주권을 가진다는 민주 이념과 근본적으로 일치한다고 보았다. 민본 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역성혁명(易姓革命) 사상은 통치자가 덕을 잃고 백성을 폭정으로 다스릴 때에는 백성들이 그 통치자를 교체할 수 있다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쉬푸관은 이 혁명 사상을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안전장치인 국민의 저항권과 정권 교체의 합법성을 보여주는 전통적 기제로 해석하였다. 군주의 권위조차 도덕적 통치라는 조건부 아래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유가의 관점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통해 주권자(국민)가 정기적으로 통치자를 심판하고 교체하는 제도적 원리와 정신적으로 상통한다고 보았다. 이는 통치권이 영구적인 것이 아닌 위임된 권력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쉬푸관은 유가의 덕치와 민본 정신이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를 제공하지만, 유학 자체는 현대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제도적 민주주의의 장치들을 갖추지 못했음을 명확히 인식하였다. 유가 전통에는 권력의 오용을 막을 삼권분립(三權分立)과 같은 권력 분립 제도,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명문화한 헌법 체계가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그는 중국이 진정한 민주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가의 높은 윤리적 이상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며, 서구의 선진적인 민주 제도와 법치주의 원칙을 반드시 수용하고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궁극적으로 쉬푸관은 '심성의 항의'에서 비롯된 강한 도덕적 주체성과 민본 사상의 국민 주권 정신을 현대적인 자유민주주의 제도와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중국 전통 사상을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대 정치철학의 기초로 활용하여 중국 사회의 특수성에 가장 잘 맞는 '신유가적 민주주의'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이처럼 도덕적 책임감과 국민 주권을 강조하는 유가 정신을 법치와 제도로 보완함으로써, 그는 안정적이고 윤리적인 민주 사회 건설의 사상적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쉬푸관(徐復觀)에게 심미(審美)와 예술의 문제는 단순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도덕적 실천을 통해 확보된 인간의 주체성이 가장 완전한 자유와 이상을 구현하는 최고의 영역이다. 이는 그의 철학이 도덕과 지식을 넘어 인생의 가치를 총체적으로 완성하려는 지향점을 보여준다. 쉬푸관 사상의 핵심인 '심성의 항의(心性之抗議)'는 인간의 도덕적 주체성을 내재적 자유의 근원으로 확립하였다. 그러나 이 도덕적 실천(善)만으로는 인간 영혼의 자유가 완전히 구현될 수 없다고 보았다. 도덕이 행위의 규범과 올바름을 정립한다면, 심미 정신은 이 도덕적 자유가 외부의 구속을 완전히 벗어나 이상적인 형식으로 승화되는 단계이다. 따라서 심미 활동은 도덕적 의지가 자유로운 창조성으로 확장되는 필연적인 이행 과정이며, 궁극적인 미(美)의 근원은 바로 이 내면의 자유로운 정신에 있다고 해석하였다.
쉬푸관은 미(美)를 객관적인 사물의 속성이나 초월적인 관념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고, 미의 근원을 예술가 내면의 심성(心性)과 자유 의지의 발현으로 규정하였다. 예술 활동은 현실의 구속, 고통, 그리고 불완전함으로부터 영혼을 해방시키려는 도덕적 자각을 가진 인간의 본능적 충동이다. 작품이 가진 아름다운 형식은 바로 이러한 내면적 자유가 외적으로 투영된 결과물이며, 예술을 접하는 관람자는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순수한 정신과 내면의 자유를 경험하며 심미적인 정화(淨化)를 얻게 된다. 이는 예술이 인생의 가치를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임을 의미한다.
쉬푸관의 저서 '중국예술정신(中國藝術精神)'은 그의 심미관을 중국 예술 전통에 적용한 역작이다. 그는 중국의 서화(書畫), 특히 문인화(文人畫)를 분석하며, 이러한 예술이 단순히 기교나 취미가 아닌 예술가 자신의 인격(人格)과 도덕적 수양의 깊이를 담아내는 도(道)의 구현 통로였다고 강조하였다. 즉, 중국 예술은 '인격이 곧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삶의 진리와 궁극적인 도덕적 가치를 심미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으며, 이는 예술 활동이 도덕적 삶을 완성하고 영혼을 초월적인 경지로 이끄는 가장 높은 단계의 수행이었음을 입증한다.
쉬푸관은 인생의 궁극적인 가치를 진(眞, 지식/인식), 선(善, 도덕/실천), 그리고 미(美, 심미/창조)의 세 가지 영역이 조화롭게 통합된 상태로 보았다. 도덕(선)이 행위의 정당성을 제공하고 지식(진)이 세계에 대한 진실을 밝힌다면, 예술(미)은 이 두 가치가 가장 완전하고 이상적인 형식을 갖추어 인간의 자유로운 영혼을 통해 **현현(顯現)되는 마지막 단계이다. 예술은 도덕적 삶이 추구하는 이상을 미적 형식으로 구체화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가치를 총체적이고 영원한 수준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쉬푸관이 심미와 예술의 문제를 깊이 다룬 것은 전쟁, 정치적 억압, 그리고 물질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영혼이 겪는 고통과 소외를 치유하고 근원적인 의미를 되찾게 할 정신적인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심미적 창조 활동은 인간이 현실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내면의 자유를 확인하고 삶을 재창조하는 힘을 부여한다. 따라서 예술은 단순히 여가 활동이 아니라, 도덕적 투쟁을 완수한 주체적인 영혼이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며 궁극적인 가치를 완성하고 인류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최후의 경지이자 가장 숭고한 정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현대철학은 과거로 돌아가서 유가를 부활시킬 것인지 아니면 서양으로 건너가 민주주의와 기술을 배워올 것인지, 그도 아니면 소련에서 부터 내려온 사회주의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과거의 유가를 오늘날로 해석한 신유가의 핵심에는 슝스리가 있었고 슝스리의 제자인 탕쥔이, 모우쫑산은 신유학에서도 마음의 문제를 다루었다. 물론 이들은 유럽의 철학에서 영미철학이나 프랑스철학을 가져와서 설명력을 더했다. 그러나 마지막 제자인 쉬푸관은 이를 비판한다. 외국의 사상을 가지고와서 중국의 철학과 정신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어떤 사상이든지 그 사상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만든 사람의 환경 그리고 역사적 변천과정을 고려해야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서양의 철학은 중국의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쉬푸관에게는 중국철학의 재건을 위해서는 중국사상의 시작점을 잡고 외부의 해석이 아니라 내부에서 해석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쉬푸관의 다양한 사상에서 중요한 것은 '우환의식'이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문제에 대면해서 책임을 지려고 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환의식을 통해서 사람은 인의 정신을 구현하여 극기복례하여 덕치를 실현할 수 있다. 쉬푸관은 앞에서 살펴본 슝스리와 같은 신유학자들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정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쉬푸관이 정신의 가장 고도의 발달상태를 예술로 보고 그 예술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문화라는 것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쉬우면서도 중요한 지점을 지적한다고 본다.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환의식으로부터 시작한 인의 정신을 덕치로 예술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인문정신을 부활하여 중국문화를 제대로 설정하기 위한 노력이 잘 안착되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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