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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Apr 21. 2018

나라는 작은 존재

그럼에도 꿈을 꿈!

  초등학교 2학년 때 나는 밤이 되는 것이 무서웠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 대화를 걸던 꿈 많은 시골 초딩에게 삶의 순환은 너무 가혹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내 안의 소리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터였다.

  한동안은 그때의 충격을 잊고 살았는데 그 일을 상기시켜준 영화 작품이 있다. 바로 <트루먼 쇼>이다. 그 영화에서 트루먼은 굉장히 에너제틱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매우 평범한 일상 속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항상 피지 섬이라는 공간으로 가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트루먼이 피지섬으로 대표되는 미지의 공간을 꿈꿀 때마다 안 좋은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결국 이러한 꿈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트루먼은 자신의 일상이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트루먼은 TV에 나오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트루먼은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치는데 모든 것은 사실로 판명난다. 트루먼은 경악하며 떠나려하지만 연출자는 끝까지 트루먼을 자신이 만든 세계에 놓아두려 한다. 하지만 트루먼은 끝끝내 탈출을 감행하고 결국 이를 이뤄내고야 만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깨달은 나라는 작은 존재가 어쩌면 비범한 인물이고 나는 모두에게 주목받고 공감받는 어떤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누가 보든 안 보든 착한 행동을 하려고 애썼고 일례로 쓰레기도 바닥에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또 때로 힘든 순간이 있어도 언젠가는 극적 전개로 인해 극복될 거라고 믿었다. 이러한 상상적인 믿음은 굉장히 유용하기도 한 것이어서 지극히 평범한 나의 일상을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변하게 하고 나라는 존재를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끔 마법처럼 유도하였다! 하지만 그 상상은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내가 다칠 때(불사신이 아니라는 증거), 내가 실패할 때(실패도 한두 번이지 너무 과한 시련이 연속적으로 올 때), 내 미래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걸 깨달았을 때 말이다. 영화의 대부분의 스토리에는 평범한 줄 알았던 주인공이 특별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드러나지만 나의 인생은 특별한 줄 알았는데 점점 평범해져가는 쪽이 맞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나 자신에 대해 모든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화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서는 내가 결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하나 깨달으며 판타지에서 벗어나게 되니 말이다.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고, 매일 좋은 성적이나 결과를 받을 수도 없고, 그야말로 거저 주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존재라는 것을 점점 실감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존재일수록 더 특별함을 꿈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계속해서 현실을 깨닫고 자신을 버리는 과정이 인생의 참된 묘미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삶이란 계속해서 무언가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설령 그 끝에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 끝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알지만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작게라도 추구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대부분의 스토리에는 평범한 줄 알았던 주인공이 특별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드러나지만 나의 인생은 특별한 줄 알았는데 점점 평범해져가는 쪽이 맞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나 자신에 대해 모든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화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서는 내가 결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하나 깨달으며 판타지에서 벗어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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