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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May 07. 2019

카펜터스가 부릅니다, 잠발라야

뉴올리언스 음식: 케이준과 크리올

뉴올리언스에서 뭐가 좋았냐고 물으면 두 가지다. 음악 그리고 음식. '뉴올리언스 = 재즈의 본고장'이라는 인식만큼이나 이 고장의 음식 문화는 상당히 독창적이다. 미국에 속해있지만 오랜 시간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였으며, 아프리카 노예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루이지애나주만의 음식 문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미국이지만 미국이 아닌 느낌이랄까.  


‘케이준’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파파이스. 90년대 버거킹과 KFC가 양대산맥을 이루던 시절, 파파이스는 케이준 양념을 필두로 한 프렌치프라이와 치킨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그때부터였을까. 기존 후라이드 치킨은 케이준 양념이 속속 배인 크리스피 치킨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사실 그 양념이 어느 지방 것인지 관심 있는 사람은 크게 없었을 것이다. 그냥 매콤한 치킨인가 보다 생각했을 뿐 나 또한 케이준이란 단어가 어디서 나온 것인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뉴올리언스에 가야겠단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의 전통 요리는 케이준(Cajun)과 크리올(Criole),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 데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다. 케이준은 ‘아카디아’라는 말이 미국 인디언들에 의해 잘못 전해지면서 생긴 이름.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 일어났던 1750년대 중반, 영국인들이 캐나다 아카디아 지역을 점령하면서 그곳에 살던 프랑스인들이 미국 루이지애나주로 강제 이주되어 왔고, 그때부터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음식을 케이준이라 불렀다. 케이준 요리의 특징은 냄비에 닭고기 또는 물고기와 돼지기름을 함께 넣고 조리하며, 케이준스파이스라 불리는 양념을 듬뿍 넣어 먹는 것이다. 양념은 마늘·양파·칠리·후추·겨자·셀러리 등을 섞어 만들어 매콤 달콤한 맛이 난다. 스페인어 ‘크리오요(criollo)’에서 유래한 크리올은 원래 미국 남부에 정착한 프랑스나 스페인 정착민의 후손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유럽, 아프리카, 인디언의 식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뉴올리언스의 토속음식으로 통한다. 케이준과 크리올 모두 미국 남부로 강제 이주된 다른 나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독창적인 그들만의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케이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채소와 닭고기, 햄을 넣고 볶음밥처럼 만든 잠발라야(Jambalaya), 채소와 고기를 넣고 스튜처럼 끓인 검보(Gumbo), 민물가재요리 크로우 피시(Crowfish) 등이 있고, 많은 튀김 요리에 케이준 양념을 사용한다. (육수를 많이 활용하는 잠발라야와 검보는 크리올 음식이라 구분하기도 한다.) 뉴올리언스에 있는 동안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케이준 음식을 접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갖은양념이 이곳에선 케이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많은 요리에 활용되고 있었고, 맛도 비슷했다. 이 소스로 오징어나 돼지고기를 볶으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볶음 요리 못지않은 달큼한 매운맛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잠발라야(Jambalaya)
(좌)에투페 / (상단)잠발라야 / (우)케이준식 굴튀김



카펜터스는 노래했다. 잠발라야와 크로우 피시 파이, 그리고 검보를. (Jambalaya and a crawfish pie and fillet gumbo) 그리고 우리는 늪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라고. (we'll have big fun on the bayou) 



* ‘잠발라야’는 미국의 컨트리 가수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가 1952년 발표한 곡으로 케이준을 테마로 담고 있다. 1953년 카펜터스의 앨범 [Now & Then]에 리메이크 수록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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