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건 잘못된 거야, 포기하지 않을 거야.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오니 갑자기 또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꽤나 거세다. 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였는데도 생쥐꼴이 되었다.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비를 기다렸다 갈 시간이 없었다.
“The Weinmeister 역 안에서 만날까요? 가운데쯤에서요.”
베를린에 꽤 오래 거주 중이던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만났다. 이 정도면 사실 살면서 만날 일이 있을까 싶은 먼 사이인데,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신기하다.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 세 번째. 그는 나의 이야기를 쭉 듣더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도 해볼 것들을 차근차근해보자며 함께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응대 매뉴얼을 물어보겠다고 했다. 리셉션에 도착해서 그는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몇 마디 했을까? 직원은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역정을 내며 말을 가로챘다. 독일어라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굉장히 불쾌했다. 원하는 말을 듣지 못한 채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그는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절대 아니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나를 위해 지금 여기에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 이런 도움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비가 그친 베를린의 밤공기는 쾌적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는 물었다. 사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크게 없다는 걸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그런 거지, 라는 마음으로 단념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유럽이 이렇다 하더라도,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변하지 않을까요? 포기하지 않으려고요.”
그는 나에게 행운을 빌며 기분 전환으로 가기 좋은 몇 장소를 소개해주고는 떠났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