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y dearest lover without l
B에게.
B, 나는 이제 당신의 글을 읽지 않아요.그 글들이 나를 향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당신의 글을 아무리 읽어도 그 속에 나는 없어요. 이젠 알고있죠. 당신의 손 끝에 내가 담겨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어요. 바보같게도 나는 오래도록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나는 없어요.
B, 당신이 글을 쓰며 나를 생각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요. 그 말이 거짓이었을 거라고는 생각치 않아요. 다만 지금까지 그 진심이 이어져왔으리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아마 오래 전 힘을 잃었을테죠. 당신이 약속한 것들은 늘 지켜지지 않았으니까요. 눈에 불을 켜고 마음 석자를 찾던 순간들도 모두 안녕입니다. 하지만 원망하진 않아요. 그저 그랬을뿐이죠. 나는 그러니까, 고작 그 정도의 무게였을 수 있죠. 이해합니다. 그러니 괜찮아요.
B, 이제는 작별을 고합니다. 제대로 된 작별을 해요. 이별이라는 말에 걸맞는 이별, 마지막에 걸맞는 마지막을 맞아요. 산뜻하지도 담담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질척이지도 못할테지만, 그럼에도 못내 아쉬움이 남는 인사를 건네야겠지만, 그래도 안녕합시다. 안녕히 안녕했으면 해요. 정말로요.
B,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고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당신이 제 등에 칼을 꽂아도 저만은 당신이 행복하기를 수도 없이 빌며 잠들겠어요. 제 영이 육신을 떠나 강처럼 범람할 때에도 저는 오직 당신이 행복할 수 있기만을 빌겠어요. 그것이 제가 당신께 내리는 단 하나의 저주이자 마지막 바램입니다.
그러니 B, 부디 행복하세요. 종종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더라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끔 은근한 목소리로 그리움을 읊어주세요. 언젠가 그 읊조림을 눈치 챈대도 너무 늦어 아는 체 할 수 없게요.
B,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건 변치않는 진실이예요.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알게해주어 감사합니다. 녹록치 않은 현실의 모든 시련을 거치고도 우리의 마주침이 기쁨으로 남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러니 B, 당신을 떠나는 날 용서하세요. 그리고 부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했노라 떠올려주길 부탁합니다.
당신의 사랑이 무사하길. 제 사랑도 무사하니까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안녕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