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다!

언젠가는 다 지나가겠지...

by Philip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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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다. 손님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문구점은 물론이고, 상가 전체가, 아파트 전체가 조용하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3월. 신학기 장사로 제일 바쁜 때. 밥도 못 챙겨 먹을 정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야 될 때. 삼시세끼 밥 먹을 것 다 먹고, 여유롭게(?) 앉아 있다니... 몇 년 전, 메르스 때는 며칠 정도만 뜸했는데, 이젠 개학까지 미뤄져서 아이들이 다니질 않는다. 문구점을 오픈한 지, 6년 만에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다. 신학기 준비로 잔뜩 쌓아둔 물건은 꺼내지도 못했다.


당장 이번 달 가게 월세가 걱정이다. “요즘 다 어려우니, 월세는 절반만 내세요.”라는 건물주는 뉴스 속에서나 등장한다. 매출이 반 토막, 아니 반의 반 토막까지 줄었다.


“이거 얼마예요?”, “색종이 어디 있어요?” “그거 없어요?”


나를 귀찮게 하던 재잘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리울 정도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때. 그게 행복한 일이었는지 그땐 미처 몰랐다. 사람은 뭔가 닥쳐야 뭔가 깨닫나 보다.


‘이젠 불평 안 하고 툴툴대지 않고, 장사 할게요.’ 뒤늦은 고해를 하지만, 손님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안 바빠서 좋은 점이 그래도 몇 가지 있다.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 것이다. 평소에는 밥 먹을 때만 얼굴 본다. 신학기에는 아들의 자는 모습만 봐야 했다. 강제로 시간이 생기니 일주일에 두세 번이나 아들과 산책한다. 마스크 무장을 하고, 산에도 가고, 동네도 걷고... 어젯 밤도 가족들과 모노폴리를 했다. 바빴을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 3, 4월은 글도 못 쓰고, 책도 못 읽는다. 언제 손님이 들이닥칠 줄 모르고, 항상 긴장 모드이기 때문에... 커피 마시며,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이런 시국에 한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도 받았다.


석양도 없는 저녁 /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 드넓은 세상 살다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봄여름가을겨울, <Bravo, my Life!>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인데, 절절한 가삿말이 마음까지 전해진다. 모두가 힘든 때. '이것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옛 말이 문득 떠오른다.


환자들을 살리고, 방역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 마스크 몇 장이라도 사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사람들,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들, 하루종일 아이들을 봐야 하는 엄마들...


그들의 삶을 같이 응원하고 싶다.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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