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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ip Lee Jul 14. 2021

"하루 종일 놀 수 있어!"

애들에게도 휴가는 필요하다


지난주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장마 때라 휴가를 미룰까 깊이 고민했다. 그렇지만, 미루면 다시 시간 잡기가 어려워 강행했다.      


다행히 휴가 날, 비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화창해 무더위를 걱정해야 했다. 차에서 큰 볼륨으로 들은 퀸의 “Don’t Stop Me Now(돈 스탑 미 나우)”. 삶에 찌든 내게 이 노랫말은 “아무도 우리 휴가를 막을 수 없어”처럼 들렸다. 일상을 떠나는 것만으로 신났다.     


2시간 30분 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안면도 삼봉 해수욕장. 예약한 팬션 체크인 시간이 남아 먼저 바닷가에서 놀기로 했다. 평택에 사는 처형네와 장모님이 먼저 도착하셨다. 텐트를 치고, 아점을 먹었다. 사발면에 유부초밥이지만,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며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썰물 때라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혹시나 조개를 잡을까 하여 챙겨간 호미로 모래를 파 보았지만, 우리 같은 풋내기에게 조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더 놀려 했지만, 날이 너무 뜨거웠다. 결국 팬션에 가서 수영장부터 이용하기로 했다. 선우와 조카 한나, 한나 동생 예나는 신났다. 차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준비운동을 하고, 수영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조금 물이 차지 않나 싶었지만, 애들은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수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나도 어느새 들어가 아이들과 물총싸움을 했다. 큰 튜브 보트에 누웠다.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었다. 체크인 시간이 되어 어른들은 방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물에서 요지부동이다. 그 정도면 충분히 논 것 같은데, 여전히 깔깔대며 물놀이를 한다.     


물놀이를 마무리하고, 휴가의 국룰, 삼겹살 바비큐를 먹었다. 몇 달동안 해 왔던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휴가기간동안 잊어버렸다. 바비큐에 사이다에, 라면에, 각종 과자까지... 선우는 어디에서 들었는지 “뷰 맛집”이라며 연신 엄지를 치켜들고, 고기를 섭취한다.   

  

저녁을 먹고, 다시 해수욕장에 갔다. 이번엔 밧개해수욕장. 일몰이라 파도는 검은 색이었다. 약간 무서워 보일 정도로 시커멓다. 쉬지 않고 계속 왔다갔다 하는 파도. 하루도, 1분도 쉬지 않는 자연의 부지런함과 광대함을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저런 자연 앞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가. 조그마한 일에도 분노하고 낑낑대는 나. 광대한 자연에 나 자신을 투영시키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다음날, 선우와 한나는 아침 7시에 기상했다. 조금이라도 더 수영장에서 놀고 싶어서였다. 평소에 학교 갈 때는 8시가 다 되어도 깨우기 힘들었는데. 어제 그렇게 놀고도 눈이 떠지다니... 애들은 정말 놀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가 보다.      


한 시간 반 정도 수영장에서 놀고, 아점 먹고 팬션을 떠났다. 그냥 가기 아쉬워 밧개해수욕장에 다시 가서 소나무숲에 텐트를 쳤다. 아이들은 피곤할 만도 한데, 여전히 쉬지 않는다. 도착하자마자 바닷가로 돌진한다. 그렇게 바다에 오고 싶었나.


두 세 시간 바닷가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반. 집 밖에서 자고, 물놀이를 하느라 피곤했다. 또한 간만에 장거리 운전으로 온몸이 뻐근했다. 기다렸던 휴가가 너무 일찍 끝나고, 다시 번잡한 일상으로 돌아왔단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다. 


아직도 휴가 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우가 말한다.      


“휴가 또 가고 싶다.”      

가기 전에는 뽀얗던 피부가 그새 탔는지 불그스레하다. 그 모습이 이뻐 보인다. 얼마나 선우도 스트레스가 많고, 놀고 싶었을까. 자주는 아니더라도 기회 있을 때 많이 놀러 다녀야겠다.

     

갑자기 “난 하루 종일 싸울 수 있어.”라는 캡틴 아메리카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그렇게 계속 놀아도 괜찮아? 힘들지 않아?”라고 묻는다면, 선우는 이렇게 말할 것만 같다.


“난 하루 종일 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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