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살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담 Jul 04. 2023

오늘을 살아야지

하면서도 미래를 가끔 꿈꾼다.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미래를 바라보던 나는 비로소 오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모습, 사춘기에 접어드는 모습, 대학교에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하고 결혼하는 모습까지 미래를 그려보며 아이를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근육병을 진단받고나서부터는 그냥 좋은 곳 많이 다니고 아이와 원없이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려운 미래를 자꾸만 보게 되는 마음을 다독이며 오늘만 바라보자고 수없이 되뇌었다. 처음에는 그게 잘 안되었는데, 노력하다보니 현재만 보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랬었는데, 고맙게도 아이의 병이 더디게 우리에게 다가와 주고 있다. 또래보다는 느리고 약하지만 티나지 않을 정도이고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임을 알고 있다. 얼마 전 마음 졸이는 증상들이 더러 보였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요즘 아이를 바라보며, 원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일을 그만두자는 마음가짐으로 직장에 임했었는데, 자꾸 미래를 꿈꾼다. 나는 직장에서 인사교류를 통해 현 직장에 전입을 오게 되어 직급이 참으로 억울한 상황이다. 모든 경력을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선택해서 온 이곳은 나를 절대적으로 승진에서 배재하기 때문이다. 승진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선택한 일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혹독하다. 그래서 늘 언제 그만두어야 할 지도 모르는데, 신경 쓰지말고 마이웨이로 다녀보자 생각했다.


그랬었는데, 요즘 자꾸 미래를 생각한다. 나의 아이가 약해질 듯 약해지지 않고 지금처럼 잘 유지하여서 그만둬야지, 그만둬야지 하다가 팀장 승진까지 해버리는 상상을 한다. 나도 모르게 요즘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정말 신통한 약이 개발되어서, 현 상태 유지가 아니라 완치가 되어서 내가 걱정없이 정년을 맞이하는 상상까지는....방금 처음 그냥 해 보았다. 진짜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디든 나가서 나의 이야기를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하고 싶을 것 같다. 아니 우리의 이야기를 이야기 할 것이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세상에 기적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이 기적을 만들어준 제약회사, 연구원, 그리고 우리 부모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냥 그런 기적이 일어나는 상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절망은 더 클 것이기 때문에 오늘 기록으로만 남기고 자주 상상하지는 않도록 나의 마음을 잠재워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상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