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정기진료를 간다. 그 곳에는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선생님이 계신다. 관련 질환을 검색하면 인터뷰며, 다양한 영상 자료로 만나실 수 있는 분이다. 하루에만 몇 십명의 환자들을 만나는, 마음은 다르겠지만 업무에 치여 굉장히 까칠한 그런 선생님이 있는 곳이다. 다른 엄마들은 이 교수님의 명성을 익히 알고 첫 진료실을 찾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고 약간의 기대를 안고 서울 나들이를 갔다. 가서 주변 관광지도 알아두고 여행처럼 다녀오자 마음 먹고 서울 가는 기차에 올랐다. 아이는 기차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가는 길을 즐거워했다. 우리는 타 지역 대학 병원에서 이제 막 진단을 받고 거의 하루 이틀 만에 얼떨떨한 상태로 서울대학교병원으로 가게 되어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 갔으니, 첫 진료는 아주 대충격이었다. 진료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이미 다 찾아보고왔죠? 확실하네요, 6개월마다 봅시다. 라는 몇 마디 말로 끝났다. 그리고 인터넷 너무 찾아보지말라고 당부하며 다음 예약 설명은 간호사에게 들으라고 하였다. 한 동안 벙찐 상태로 진료실에 쫓겨나왔다. 간호사를 기다리며 나는 쉬지 않고 투덜거렸다. 너무 짧은 진료시간과 의사의 퉁명스러운 진료 방식, 아무런 설명 없는 답답함에 계속 투덜거렸다. 신랑의 듣고만 있는 모습에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며 채근했다. 결국 신랑은 그만 하라며 짜증섞인 대답을 했다. 아픈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좋지 못한 모습이라는 말에는 동의했지만, 나도 이 상황에서 제정신을 찾기 힘들었다. 서로 기분만 상해버렸다.
지금도 그 날의 충격이 생생하다. 병원 진료를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 놀라웠다. 그 뒤에도 진료는 다르지 않았다. 나의 충격적인 경험을 같은 교수님에게 진료 받은 엄마들에게 말하니 그럴만하다며 웃었다. 물론 치료 방법이 있는 병도 아니거니와, 하루에만 몇 십명의 환자와 그 부모들까지 대면하다보면 수백명의 사람을 만나야하는 교수님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라지만 얼굴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재촉하듯 급한 진료에, 톡톡 쏘며 아이의 병과 마주보게 만드는 교수님의 태도는 지금도 적응되지 않는다. 갈 때마다 끝없는 바닥으로 마음이 뚝 떨어져버린다.
우리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첫 진료를 봤던 그 날 창덕궁에 가기로 했었다. 그런 상태로 창덕궁을 갔는데 이놈의 아들 녀석은 지독히도 말을 듣지 않았다. 여름이라 날도 더운데 자기 멋대로 가느라 궁 산책은커녕, 부부 사이는 더 없이 틀어져버렸다. 분명 푸른 녹음이 아름다운 궁의 모습이었는데,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여행으로 끝이 났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울 나들이처럼 병원을 갈 것이다. 처음 병원갔을 때 마음 먹었다. 우리는 여행을 가는 거라고.
우리가 처음 진료 가게 된 곳은 서울대학교병원이었는데, 첫 진단을 받은 타 지역 병원에서는 임상참여도 활발하고 아무래도 서울이니 정보가 많을 것이라고 연결해 준 곳이다. 이 질환과 관련하여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서울대학교 병원은 우리가 다니던 병원의 말대로 임상참여의 기회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현실은 임상참여가 생각만큼 쉽지 않고, 그 대상자의 조건도 엄격하다. 우리는 언젠가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우리 아이를 고칠 약이 나오면 수억이 들어도 그 약을 먹이리라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 외에도 관련 질환을 보시는 교수님들이 계신 곳이 몇 군데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과 양대산맥이라고 생각하는 양산부산대병원이 있다. 이 곳은 젊은 남자 교수님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교수님은 뵌 적 없지만 아이가 어릴 때 다른 일로 진료를 보러 양산부산대병원에 간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중치료 시설 홍보 동영상이 로비 전광판에 나오고 있던 모습이다. 시설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이 곳은 부모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시는 친절한 교수님이 계신다고 들었다. 서울대병원만큼 임상의 기회도 꽤 있다고 하며, 지은 지 얼마되지 않은 새 건물이라 시설면에서는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경기권에는 용인세브란스 병원이 있다. 이 곳에도 여자 교수님이 계신데, 정말 한 번 진료를 볼 때 세심히 돌봐주고, 엄마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준다고 들었다. 어느 병원이든 진료받기 전 접수부터 진료가 끝나고 정산하는 것까지 병원가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너무나 힘든 일인데, 부모들을 신경써서 대해주는 교수님을 뵌다면 힘든 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북권에는 경북대학교병원이 있는데, 본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이 있다. 한 교수님이 두 군데 번갈아 진료를 보시고 계시다. 우리는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두 곳을 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는 진료도 짧고 기타 치료적인 부분은 해결하기 어렵다보니 경북대병원을 주로 다닌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아이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주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에 신경써주는 편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병원을 정리해보았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