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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 Aug 28. 2023

똑같이 다르다

김성희 만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013

 어느 독립서점을 둘러보다 휠체어에 앉은 아이를 보고 이 책을 집어 들었고 작가의 말에 통합보조교사를 하면서 겪은 일을 그린 만화라는 설명에 선택했었다. 자세히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그림을 보자마자 어느 정도는 짐작을 했었던 것도 같다. 우리 아이와 같은 병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고.


 장애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 책을 골랐다. 주인공이 돌보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솔직한 마음으로 그려낸 만화였다. 휠체어타는 아이, 다른 정도의 발달장애 쌍둥이, 문제가 생기면 바지를 벗고 소리지르는 아이, 조용한 고기능 자폐아이. 이 친구들이 특수학급에 속해 있다. 


 남들을 전혀 신경 쓸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이 아이들은 새로운 사람 앞에서 긴장을 하면서 행동을 조심하기도 하고, 통합 학급에서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문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 걸 어릴 때부터 이해했다면 나도 학교를 다니며 만났던 그 친구들에게 좀 더 친절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장애이해 교육을 이행하기도 하니 세상은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믿고 있다.


 보조 교사인 작가님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냐고 물어보자 특수학급 선생님은 튀지 않게 해달라 부탁을 한다. 이미 어딜 가도 튀는 아이들을 무슨 수로 튀지 않게 하느냐며 투덜댄다. 작가의 똑같이 다르다는 말이 어떤 의도인지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통합학급에서 있었던 일화를 보면 비장애 친구들 또한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통해 똑같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휠체어를 탄 아이는 말랑말랑할 것 같은 귀여운 몸의 소유자이다. 작가님은 속으로 이 아이의 별명을 마시멜로라고 지어준다. 휠체어를 타고, 말랑말랑하고 통통한 볼살을 가진 모습은 근육병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근육의 기능이 점점 상실되어 가니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 하고 이 부작용으로 몸이 붓는데다 식욕이 느니 살도 찌기 때문에 이런 귀여운 몸매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내 예상대로 휠체어를 탄 아이는 근육병이 있는 아이였다. 앉아있는 아이를 휠체어에 앉히기 위해 두 선생님이 들어올리지만 쉽지 않다. 휠체어에 앉으면서 몸이 불편했던 아이는 '우리 엄마는 안 아프게 해주는데...'하며 시무룩해진다. 선생님들은 '너희 엄마는 이 분야 전문가라서 그래.'라고 답한다. 그 말에 왜 나는 먹먹해질까. 


 아이의 체육 시간. 작가님은 아이와 휠체어로 두 바퀴 정도 강당을 돌기로 했다. 그 날은 배구 수업을 하는 날이었고, 강당을 두 바퀴 돌고나서 아이에게 공을 한 번 던져주어 본다. 아이는 휠체어에 앉아 팔로 공을 쳐 본다. 아마도 편견이 없었기에 가능했겠지. 아이는 재미있다며 몇 번을 하고 나서는 힘들어 공을 잘 받아내지 못한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작가님은 다그친다. 왜 열심히 하지 않냐고. 팔을 움직여야 경직이 되지 못하도록 하지 않겠냐고. 아이의 병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느꼈다. 편견이 없지만 병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났다. 하지만 이 후에 작가님은 실수를 깨닫는다. 


 작가님은 정식 선생님이 아닌 보조교사 아르바이트로 있었기 때문에 방학 때는 할 일이 없어진다. 그 때 마시멜로의 어머니가 일자리를 알아봐준다며 방학동안 마시멜로의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일을 맡긴다. 아마 활동보조인같은 것처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마시멜로의 집에 가서 아이를 돌보다 앨범을 보게 된다. 사진 속 마시멜로는 두 다리로 서서 팔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니, 작가님은 마시멜로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이 아이는 누구냐고 물어본다. 마시멜로의 1학년, 2학년, 3학년 모습은 학년이 달라질 수록 약해져갔다. 그 모습을 보고 체육 시간에 다그쳤던 사건이 떠올라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본 경험을 주었기 때문에 아이는 고마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말에는 마시멜로의 근황이 두려워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이제 성인의 나이가 되었을텐데, 잘 지내고 있을까? 마시멜로의 엄마는 늘 밝은 모습이었다. 작가님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언제나 밝을 수가 있느냐고. 마시멜로의 엄마는 안 그럴 이유가 있냐며 웃었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늘 두려운 미래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웃고 있지만 마음은 타버리고 재로 남았을지 모를 그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눈물이 났다. 그래도 흔치 않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등장하다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까이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통합 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했었는데, 어쩌면 장애의 장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 교실 비장애 아이들은 장애 친구들을 배려해준다. 장애 아이들은 학급에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 아닌 적절한 이해 교육과 함께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통합교육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애석하게도 장애를 가진 쪽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살아가는 데에 남보다 더 애를 써야 할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사회에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으로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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