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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 Jun 21. 2023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읽고

바로 몇 시간 전 조차도 후회가 되는 육아 중인 요즈음


요즈음 아이를 돌보기에는 마음이 버거운 하루하루다. 그저 이쁘게만 바라보기에는 마음에 여유가 부족하다. 한글만 떼면 자유롭게 놓아주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매일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면 걱정이 샘솟아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고 기본이라도 하자며 아이를 매섭게 독촉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고 남보다 앞서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정도일 뿐인데, 점점 학교 생활을 하면서 왜 1학년인데 어려운 것을 배워야 하냐며 불평하고 힘들어 하는 아이의 모습을 마냥 지켜보기가 힘들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것 뿐인데, 쉽지가 않다. 


그러면 세 아들을 낳아 명문대에 보낸 것도 모자라, 예체능 분야에서 훌륭히 자신의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키운 것으로 유명한 여성학자, 박혜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아질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오류가 있다. 나와 육아관이 참 잘 들어맞는 박혜란 할머니지만, 나와 같을 수가 없다. 나의 아이는 조금 느리고, 가끔은 학습에 어려움을 느껴 힘들어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님은 아이의 학습부진을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 수업을 듣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아하고 있기 때문에 상담을 하는 것이고, 나 또한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수업 중에 헤매고 있을 얼굴이 떠올라서 마음이 쓰이는 것이지만, 결국 나는 집에 가서 아이를 닦달해서라도 기본적인 진도를 따라가고자 더하기 빼기로 씨름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 분의 아들들과 나의 아들의 발달상 차이가 있으니 내 맘 처럼 아이를 그저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박혜란 할머니는 말씀하실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고 그 점을 찾아주고 칭찬해주어야 한다고. 물론, 맞는 말씀인데, 그냥 기본만 하면 난 정말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저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꾸 걱정이 되고 조바심이 난다고 변명을 하고 싶다.  


나는 진짜로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고 싶은 엄마다.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하지만 한글은 떼야지, 언어치료를 오래 했기 때문에 발음을 열심히 연습해야 친구들이 애기같이 말한다고 놀리는 일은 없지, 하며 오늘도 아이와 전쟁을 치른다. 이런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도저히 이쁘게만 바라보기가 힘들다. 잔소리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왜 저렇게 뛰어다니고, 돌아다니는 걸까. 왜 엄마 대신 힘들게 돌봐주는 할머니 말씀은 저렇게 안 듣고 지 맘대로 하는 걸까. 벌써 10번 가까이 말로 하는데도 아예 들은 체도 하지 않는 저 녀석을 어떻게 혼꾸녕을 내 주어야 할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아이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그래도 나는 박혜란 할머니의 말에 적극 동감한다. 아이가 똑똑하고 잘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자기가 설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의 예쁜 모습을 찾아주고, 칭찬해주고, 모성을 가득 담아 매일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주고 살을 부대끼며 아이가 행복함을 가득 느낄 수 있도록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박혜란 할머니는 내 마음을 절대로 다 이해하지 못할테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었던 몇몇 부분이 있었다. 그런 박혜란 할머니도 아이를 키우며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아이 걱정 한 번 안해본 엄마가 어디 있겠어. 하지만 박혜란 할머니는 그런 걱정을 티내지 않고 마음 속 깊이 혼자서 꾹꾹 눌러담고 여유있는 척 아이들을 지켜봐 주었겠지. 나에게는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나의 걱정들은 목 아래로 꾹꾹 밀어넣고 괜찮다고 여유있는 척 아이를 지켜봐 줄 수 있는 용기. 용기를 가지자. 나의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만큼 훌륭히 잘 자랄 것이다.



어린이 행복 선언


1. 마음껏 신나게 놀고 나면 행복해요. 놀 곳과 놀 시간을 주세요.

2. 포근하게 안아 주면 행복해요. 많이많이 안아 주세요.

3. 하늘을 보고 꽃을 보면 행복해요.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해주세요.

4.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해요. 좋은 먹을거리를 주세요.

5. 책을 읽어 줄 때 행복해요. 재미있는 책을 읽어 주세요.

6. 어른들이 기다려 줄 때 행복해요. 잘 못하고 느려도 기다려 주세요.

7. 제 말을 귀담아 줄 때 행복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8. 제 힘으로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해요. 저 혼자 할 수 있게 해주세요.

9. 어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해요. 모두 함께 행복하게 해주세요.

10. 다른 아이들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해요. 모든 아이들이 저처럼 행복하게 해주세요.


- 어느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이 만든 어린이 행복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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