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만화
남들을 전혀 신경 쓸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이 아이들은 새로운 사람 앞에서 긴장을 하면서 행동을 조심하기도 하고, 통합 학급에서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문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 걸 어릴 때부터 이해했다면 나도 학교를 다니며 만났던 그 친구들에게 좀 더 친절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장애이해 교육을 이행하기도 하니 세상은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믿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휠체어를 탄 아이는 말랑말랑할 것 같은 귀여운 몸의 소유자이다. 작가님은 속으로 이 아이의 별명을 마시멜로라고 지어준다. 휠체어를 타고, 말랑말랑하고 통통한 볼살을 가진 모습은 근육병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근육의 기능이 점점 상실되어 가니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 하고 이 부작용으로 몸이 붓는데다 식욕이 느니 살도 찌기 때문에 이런 귀여운 몸매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내 예상대로 휠체어를 탄 아이는 근육병이 있는 아이였다. 앉아있는 아이를 휠체어에 앉히기 위해 두 선생님이 들어올리지만 쉽지 않다. 휠체어에 앉으면서 몸이 불편했던 아이는 '우리 엄마는 안 아프게 해주는데...'하며 시무룩해진다. 선생님들은 '너희 엄마는 이 분야 전문가라서 그래.'라고 답한다. 그 말에 왜 나는 먹먹해질까.
아이의 체육 시간. 작가님은 아이와 휠체어로 두 바퀴 정도 강당을 돌기로 했다. 그 날은 배구 수업을 하는 날이었고, 강당을 두 바퀴 돌고나서 아이에게 공을 한 번 던져주어 본다. 아이는 휠체어에 앉아 팔로 공을 쳐 본다. 아마도 편견이 없었기에 가능했겠지. 아이는 재미있다며 몇 번을 하고 나서는 힘들어 공을 잘 받아내지 못한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작가님은 다그친다. 왜 열심히 하지 않냐고. 팔을 움직여야 경직이 되지 못하도록 하지 않겠냐고. 아이의 병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느꼈다. 편견이 없지만 병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났다. 하지만 이 후에 작가님은 실수를 깨닫는다.
작가님은 정식 선생님이 아닌 보조교사 아르바이트로 있었기 때문에 방학 때는 할 일이 없어진다. 그 때 마시멜로의 어머니가 일자리를 알아봐준다며 방학동안 마시멜로의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일을 맡긴다. 아마 활동보조인같은 것처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마시멜로의 집에 가서 아이를 돌보다 앨범을 보게 된다. 사진 속 마시멜로는 두 다리로 서서 팔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니, 작가님은 마시멜로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이 아이는 누구냐고 물어본다. 마시멜로의 1학년, 2학년, 3학년 모습은 학년이 달라질 수록 약해져갔다. 그 모습을 보고 체육 시간에 다그쳤던 사건이 떠올라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본 경험을 주었기 때문에 아이는 고마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말에는 마시멜로의 근황이 두려워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이제 성인의 나이가 되었을텐데, 잘 지내고 있을까? 마시멜로의 엄마는 늘 밝은 모습이었다. 작가님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언제나 밝을 수가 있느냐고. 마시멜로의 엄마는 안 그럴 이유가 있냐며 웃었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늘 두려운 미래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웃고 있지만 마음은 타버리고 재로 남았을지 모를 그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눈물이 났다. 그래도 흔치 않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등장하다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까이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통합 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했었는데, 어쩌면 장애의 장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 교실 비장애 아이들은 장애 친구들을 배려해준다. 장애 아이들은 학급에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 아닌 적절한 이해 교육과 함께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통합교육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애석하게도 장애를 가진 쪽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살아가는 데에 남보다 더 애를 써야 할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사회에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으로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