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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Mar 13. 2018

기억의 양면성에 대한 단상...

추억이란 이름의 사실 미화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여유있는 한때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오스카 와일드)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파스칼)



늦은 밤, 아이를 재우며 잠을 청하려는데 갑자기 짧은 프랑스 유학생활이 그리워 졌다.

3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보낸 만큼,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까웠던가..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이 아른거리며 다시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기를 잠깐, 오지 않는 잠은 잠깐 뒤로하고 나와서 미뤄둔 사진 작업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사진과 영상을 보았다.
영상과 사진을 통해 전해지는 그때 아이와 헤어지며 느꼈던 서운한 마음.. 가족과 떨어지는 두려움.. 

그리고 그 낯선 땅에서의 홀로 남겨진 황폐한 마음이 스물스물 기억나며

순간 방금 전의 그리운 마음이 싹 가시는게 아닌가!

사람의 기억이란게 이 얼마나 상대적인가..

두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첫째, 사진과 영상이 실제 그 시절을 기억하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영상은 빨리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 있으되, 생각할 틈이 없다는 단점이 있고, 반면 사진은 그 시절을 곱씹을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과 그래서 사진과 영상을 앞으로 잘 익혀서 더 많이 남겨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고,

둘째,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 만큼 왜곡되기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아픈 기억도 지나면 추억이 되고, 첫사랑은 항상 미화되는 거 같은 그런 현상이다.

사람은 자기 유리한대로 생각하고, 자기가 필요한 것만 꺼내서 추억하는 동물이다.
잘 활용한다면 때로는 그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때로는 객관적이어야 할 사실이 추억으로 화장되어 자기 최면에 빠지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할 듯하다.


추억의 상대성을 새삼 자각하니 오스카 와일드와 파스칼의 사람의 인식에 대한 신랄한 경구가 머릿 속을 맴도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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