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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웨탄, 해와 달이 만나는 그곳.

July 2016

by 느림주의자

‘조심히 안녕하세요'
일월담의 새벽 일몰을 보겠다며 졸린 눈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숙소 일층으로 내려갔다. 혹여나 다른 분들이 깰까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조식을 준비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카메라를 보시더니 씩 웃으시며 현관문을 열어주셨다. 그러고선 손을 흔드시며 '조심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주셨다.


르웨탄, 해와 달이 만나는 호수.


그곳과 내 숙소는 도보 2분 거리였고 난 헤맬틈도 없이 호수 앞에 도착했다. 일월담 도보 2분 거리의 숙소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한참을 고민하다 예약한 곳이었는데 이렇게 일몰을 볼 수 있으니 전혀 후회스럽지 않았다. 생각보다 밝은 하늘에 해는 이미 뜬 듯싶어 아쉬워할 찰나 해가 뜨며 빨갛게 물이 든 하늘을 보고 나는 가슴속에 한구석이 울렁거렸고, 한참을 멍을 때리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고요함으로 가득한 그곳엔 나밖에 없었고, 기침 소리 하나 내는 것도 신경 쓰일 정도로 그곳은 웅장했고, 고요했고, 표현법을 찾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이렇게 자연 앞에서 나는 또 작아졌고,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대단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정말 한이 맺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나는 이 것들에 마음을 움직였으니 말이다.

이번 베트남 여행과 대만 여행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나는 아직 그곳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언젠가 떠난다는 생각에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한참 동안 그곳에 머물다 붉게 물든 구름이 지고 파란 하늘에 이쁜 구름이 뜰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난 또 이 세상 수많은 것들 중에 한 가지를 보았다.


일월담 여행 일기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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