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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성 Mar 26. 2017

왕의 길, 나의 길, 스웨덴 쿵스레덴 - 서론

40대 중반에 훌쩍 배낭 메고 홀로 떠난 행복했던 걷기 여행기

꿈을 꾸었다.


꿈을 꾼 것 같다. 행복한 보름의 꿈을...

현실의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눈을 감으면 하나씩 떠오른다.

얼룩소처럼 검은색 흰색이 뒤섞여 뚜렷한 대비를 보이던 여름 눈산의 모습.

불쑥 나타나 시원함과 상쾌함을 선사해주었던 맑고 풍부했던 강과 냇물.

초반엔 찌푸린 회색이었다가 중반 이후로 눈부신 쪽빛과 흰색의 대비를 보여준 맑은 하늘과 구름...

그 하늘을 꼭 닮은 넓고 파란 호수

우리를 안내하던 나무판자 쪽길과 붉은 표시...

그동안 만났던 여러 여행자들, STF (Svenska Turistföreningen = Swedish Tourist Association) 숙소 운영자들...

이 모두 꿈속의 모습들 같다.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쿵스레덴 입구 (Abisko Turistation Kungsleden Entrance)


스웨덴 쿵스레덴(Kungsleden), 일명 왕의 길 (Royal Trail)이라 한다.

스웨덴은 북유럽에 속한 국가로 우리나라에서 직항도 없고 대기시간 제외하고 비행시간만 최소 13시간은 잡아야 하는 먼 나라이다. 거기다 쿵스레덴은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Stockholm)에서 1,300킬로미터 떨어진 스웨덴 북쪽 끝 오지에 있는 곳이다. (참고로 서울, 부산 사이는 400km가 조금 넘는다.) 거기까지 왜, 어떻게 하여 가게 되었는가?

STF 숙소의 관리자들이 드물게 보는 동양인, 그것도 한국의 나 홀로 트래커인 내게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이 '여길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어?"였다.


유럽에서의 스웨덴 위치


위 지도를 보면 북유럽에 속한 스웨덴의 위치를 대략 알 수 있다. 모스크바 보다도 위쪽에 있다. 사람이 사는 가장 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색 표시가 스톡홀름에서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까지 가는 기차 노선이다.


스톡홀름(Stockholm)에서 아비스코까지 기차 노선


조금 더 자세히 보자. 스웨덴은 노르웨이(왼쪽)와 핀란드(오른쪽) 사이에 있다. 스톡홀름(Stockholm)에서 아비스코(Abisko)까지 기차로 약 1,300km 거리이고, 시간은 정차 포함하여 18시간 걸린다.



아비스코(Abisko)에서 크비크요크(Kvikkjokk)까지 쿵스레덴 노선


붉은색으로 표시한 저 부분이 대략 내가 12일 동안 걸은 구간이다.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에서 크비크요크 (Kvikkjokk) 까지 약 200km. 이렇게 보니 얼마 안 길어 보인다.



대자연에서의 첫날밤 (Tältlägret Kungsleden)


어렸을 때부터 걷기를 좋아했다. 20대에 갔던 호주 배낭여행 때도 참 많이 걸었었고 마지막 날에는 시간이 남으니 공항까지 걸어가겠다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다. (당시 묵었던 퍼스의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제주도 올레길을 일부 걸어도 보았고 제대로 걸어 볼 계획도 잡고 있다.

지리산 종주도 몇 번 했고 다시 화대종주를 계획하며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 사이트를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울릉도 걷기 여행을 꿈꾸며 울릉도 안내지도와 정보를 사이트에서 신청하여 받아보기도 했다.

이 모두 국내에서 내가 꿈꾸고, 계획하고 있는 멋진 걷기 여행 코스들이다. 이외에도 최근 몇 년간의 걷기 열풍으로 전국에는 수많은 둘레길, 걷기 좋은 길들이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희미하지만 또렷이 요구하는 갈망이 하나 느껴졌고 그 갈망은 이곳들에서 채워지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 갈망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몰랐고 어떻게 해야 채워질 수 있을지는 더욱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해외의 유명 트레일 코스에 대해 듣게 되었고 번호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소위 세계 3대 트레일, 4대 트레일, 10대 트레일에 대해 들었다.

그중에서 나를 잡아 끈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시에라 너바다 산맥에 있는 존 뮤어 트레일 (John Muir Trail),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일 등이었다.

일 순위는 단연 존 뮤어 트레일이었다.

거침없는 대자연, 때 묻지 않은 순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 내에서 향유하는 야생의 삶 등 모든 게 너무 멋지고 좋아 보였다.

집 근처의 판교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니 존 뮤어 트레일 여행기가 있어 대여해 읽기도 하고, 존 뮤어 트레일 사이트 (http://johnmuirtrail.org)에 들어가 관련 정보도 수집하는 여행 앓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존 뮤어 트레일은 난이도가 특상으로 예상되었다. 아무나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미리 날짜를 선정하여 신청하고 당첨이 되어야 한다. 야생동물이 많고 특히 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의 거리마다 숙소나 매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중간지점에 미리 식재료 등을 배달시켜야 하고 그 중간지점까지는 어찌 되었든 배낭에 가지고 간 짐 만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써는 혼자 갈 가능성이 높은데 존 뮤어 트레일은 혼자서, 기간 내에 준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워 보였고 그보다는 예행연습 겸 살짝 문턱이 낮은 곳을 고르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영을 하기보다는 순례자 숙소의 도미토리에서 기거하는 방식이라 야생과 거리가 좀 있고, 밀포드 트레일은 길이가 54km이고 야영은 아예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 어디를 가야 하나… 이 세상에 좋은 곳은 참 많을 텐데 너무도 부족한 정보와 지식 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판교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여행기를 보던 중 김효선 씨의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란 책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개 (셀카 Sälka Kungsleden)


스웨덴… 한국에서 그리 익숙하지 않은 북유럽의 국가.

쿵스레덴… ‘왕의 길’이라는 뭔가 엄청난 포스가 느껴졌다.

책을 보니 쿵스레덴의 매력이 하나둘씩 느껴졌고 그 매력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으며 그 후로 내 눈에는 쿵스레덴 만 보였다.

쿵스레덴 여행기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읽어보니, 기간은 7월 말이나 8월 초, 코스는 오로라가 유명한 아비스코(Abisko)에서 니칼루옥타(Nikkaluokta)까지, 동료들과 함께 걷거나 피엘라벤 클래식 (Fjallraven classic) 행사를 통해 다녀온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나는 가능한 기간은 6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이고, 가고 싶은 코스는 아비스코(Abisko)에서 헤마반(Hemavan)까지 풀 코스(full course)이고, 갈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우려되는 사항은, 6월 중순에는 매우 춥지 않을까, 풀 코스(full course)는 너무 길고 휴가 기간 내에 불가능하다. 혼자인데 너무 외롭거나 위험하지는 않을까 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6월 중순부터의 일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비수기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가격도 성수기보다 비싸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모기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에서는 모기가 많았다. 한 여름에는 모기가 끔찍할 것이라 예상된다.)

아비스코(Abisko)에서 헤마반(Hemavan)까지의 440km 풀 코스(full course)는 매일 20km씩 잡아도 20일 이상을 잡아야 하는데 휴가를 그렇게 오래 낼 수가 없어서 아비스코(Abisko)에서 크비크요크(Kvikkjokk)까지의 약 절반으로 잡았다.

가장 매력적인 여행 중 하나가 혼자 떠나는 여행이고, 가다 보면 일행도 생기고 숙소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치안 등 안전은 더할 나위가 없어서 한 번도 신변의 위협이나 불안을 겪어본 적은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 판자길


내가 거친 코스는 아래와 같다.

인천 국제공항 (6/15 0:55) -> 비행기 (KLM) -> 네덜란드 스키폴 (Schiphol) 공항 -> 환승 -> 스웨덴 스톡홀름 (Stockholm) 알란다 (Arlanda) 공항 (6/15 08:50) -> 도보 5분 ->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landa C Station) -> 기차 ->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 (Stockholm C Station) -> 도보 15분 -> 감라스탄 (Gamla stan) 도보관광 -> 스톡홀름 센트럴 스테이션 (Stockholm C Station) -> 기차 ->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anda C Station) -> 야간 기차 ->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 (6/16) -> 쿵스레덴(Kungsleden) 걷기 시작 (6/16) -> 크비크요크 STF Mountain Station (6/27) -> 버스 (6/28) -> 무뤼엑 기차역 (Murjek Station) -> 야간 기차 ->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landa C Station) (6/29) -> 도보 5분 -> 알란다 (Arlanda) 공항 -> 비행기 (KLM) -> 네덜란드 스키폴 (Schiphol) 공항 -> 환승 -> 인천 국제공항 (6/30)


비행기는 스카이스캐너(http://skyscanner.com)를 통해서 KLM 네덜란드 항공편 2016년 6월 15일 0시 55분 인천 출발, 2016년 6월 29일 17시 35분 스웨덴 출발을 예매했다.

스톡홀름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landa C)에서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까지의 기차는 http://sj.se를 통해서 2016년 6월 15일 16시 41분에 출발하여 6월 16일 11:00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 도착하는 야간 기차의 침대칸을 예약했다.

비행기 예매는 스카이스캐너(http://skyscanner.com)를 통해 원하는 일정과 출발지 도착지를 선택해놓으면 매일 변화하는 요금을 메일로 알려줘 최적의 가격으로 선택하기 쉽다.

국내 여행사를 통해서도 싸고 좋은 표를 살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스카이스캐너(skyscanner)에서 뽑은 최저가였던 KLM 항공사 (네덜란드 항공) 사이트 (http://www.klm.com)에 들어가 직접 회원 가입하고 표를 구입했다. KLM은 처음 이용하는데 한국어 서비스도 잘 되어있고 모바일 앱(Mobile App)도 잘 개발되어있어 전혀 불편함 없이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KLM 항공은 인상적이었던 게 체크인 (check-in) 안내나 탑승권을 페이스북 메신저 (facebook messenger)를 통해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Facebook)이 정말 글로벌 네트워크 (global network)이 되려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차 예매는 http://sj.se 에서 편하게 힐 수 있는데 웹브라우저 (web browser)에서는 영어 버전으로 볼 수 있지만 모바일 앱(Mobile App) 버전에서는 영어를 지원하지 않아 살짝 불편한 감이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무뤼엑(Murjek)에서 알란다 센트럴 스테이션 (Arlanda C)까지 돌아오는 기차는 여행 중에 살톨루옥타 STF 마운틴 스테이션 (Saltoluokta STF Mountain Station)에서 모바일 앱 (Mobile App)을 통해 예매했는데 번역 앱(App)으로 단어를 번역하며 이용했다.

스톡홀름(Stockholm)에서 아비스코(Abisko)까지 스웨덴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나는 6월의 백야를 만끽하며 총 18시간의 침대칸 야간 기차 여행이라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낭만을 위해 굳이 기차여행을 고집했었고 나름 낭만과 귀한 경험을 접했다고 생각한다.


포르테 (Pårte) 근처의 호수


2016년 5월 23일 드디어 비행기 예매와 기차 예매를 했다.

비행기는 일정 취소나 변경을 하면 수수료가 수십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제 소위 못 먹어도 '고' (go)인 상태였다.

막상 일을 저지르고 나니 마음은 더 편해졌고 이제 세부적인 준비를 하면 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휴양림 등으로 백패킹을 다녀오곤 했기 때문에 배낭, 침낭, 버너, 코펠 등 기본적인 준비물은 갖추고 있었다.

다만 바닥 매트리스가 마땅치 않아서 이번에 새로 써머레스트(Thermarest)사의 공기 매트리스를 사서 가져갔는데 부피도 작고, 수면 시 불편함도 없이 편히 잘 수 있어서 아주 유용했다.

침낭은 봄가을 용을 가져갈지 겨울용을 가져갈지 고민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겨울용을 가져간 것이 잘 한 선택이었다.

섹크챠(Tjäktja)와 셀카(Sälka)에서는 갑작스레 눈이 많이 내렸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갈 때가 종종 있어서 봄가을용 침낭으로는 밤에 무척 추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부피도 더 크고 무게도 더 나가지만 따스한 겨울용 침낭을 가져가길 잘 했다.


섹크챠(Tjäktja)에서 셀카(Sälka)가는 중에 있는 한여름의 눈길 



스웨덴에 대한 간단 정보

위치: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동부, 노르웨이와 핀란드 사이에 위치

면적: 449,964 제곱킬로미터 (대한민국은 100,210 제곱킬로미터. 즉 대한민국의 4.5배 넓이)

인구: 약 980만 명 (2015년 기준) (대한민국 5,060만 명. 즉 대한민국의 1/5배)

언어: 스웨덴어. 하지만 대부분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함

기후: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위도에 비해 온화함. 여름에는 백야, 겨울에는 흑주, 오로라 현상 발생

정치체제: 입헌군주제 하의 의원내각제

수도: 스톡홀름 (Stockholm)

화폐단위: 스웨덴 크로나 (KR, SEK로 표기)

국가 도메인: .se


이런 환상적인 여행을 허락해주고 집에서 격려하고 염려해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럼 이제 날짜별로 여행을 가보자…


1일 차 출발!


블로그: http://blog.hangad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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