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훌쩍 배낭 메고 홀로 떠난 행복했던 걷기 여행기
경로: Tältlägret -> Alesjaure 전방 10km
걸은 거리: 24km (아이폰 건강 앱 기준)
걸은 시간: 6:40 ~ 17:00
난이도: 하
강평: Tältlägret은 최고의 절경. 철저한 지도 확인 필요. 걷기 안전 주의!
3km를 다시 돌아와 어제의 그 갈림길에 서서 쿵스레덴을 알리는 붉은색 표시를 다시 따라갔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겁 없이 샛길로 새다니... 하지만 이 또한 여행의 묘미겠지.
하늘은 흐렸고, 오른쪽에는 계속 강을 끼고, 왼쪽에는 어제 지척에 보였던 두 봉우리를 보며 길을 걸었다.
길을 가다가 절경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목이 마르면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고, 기운이 떨어지면 간식을 먹곤 했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한 줌 견과...
처음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에서 봤던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여행객들은 다 어디 갔는지 길에는 여행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여행객들은 내가 어제 Tältlägret에서 1박 하는 동안 앞으로 한참을 갔을 것이고, 아비스코 투리스테이션 (Abisko Turistation)에는 오전 11시에 기차가 도착하니 오전에는 아직 아무도 없는 게 당연한 건가?
여유 있게 풍경도 감상하며, 멋진 풍경이 나올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고, 또 배낭이 무겁기도 하고, 급할 것이 없어 천천히 걷기도 해서 그런지 내 걷는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뒤에서 다른 여행객의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20대로 보이는 젊은 외국인 여성 두 명이었는데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나보다 한참 뒤에 있었는데 어느새 나를 추월하고 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만난 거의 유일한 여행객이라 반갑게 'hi' 하고 인사를 했다. 그들도 내게 '즐거운 여행 중이냐'라고 인사를 하고 쑤욱 걸어갔다. 그들의 모습이 반가워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침에 출발한 지 약 3시간 30분이 지나 오전 10시경이 되자 드디어 아비스코야우레(Abiskojaure) STF Hut이 보인다.
아비스코야우레 (Abiskojaure)는 그동안 보아왔던 그리 크지 않은 강보다 훨씬 큰 강 건너에 있었다. 철제 다리 앞에는 피곤한 몸을 이곳에서 편히 쉬라는 달콤한 문구가 쓰여있었다.
본래의 계획은 어제 이곳에서 하루 자는 것이었는데 일정이 바뀌어 이곳에서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알레스야우레 (Alesjaure)까지 가기로 했다.
2016년 여름 시즌이 오늘, 2016년 6월 17일 시작이다. 그래서인지 마당에 한동의 텐트가 있을 뿐 아직 제대로 북적이는 분위기는 아니고 살짝 썰렁하다.
산장지기에게 인사를 하고 마당의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STF 회원은 시설의 당일 이용에 추가 비용이 없어 이곳의 주방을 무료로 이용해도 되지만 실내보다는 바깥에서 먹고 싶었다. (비회원은 당일 이용 시 50 SEK 납부) 근데 라면을 끓이는 중에 갑자기 비가 내려 급하게 비닐을 꺼내 배낭에 씌웠는데 영 볼품이 없다. 한국에 돌아가면 배낭 커버를 꼭 사리라 다시 마음을 먹는다. 스웨덴 여행 중에 비가 종종 내렸지만 엄청나게 쏟아지는 경우는 없었고 호수 물도 정수 없이 그냥 마시는 나라인데 그쯤 비가 대수인가 싶어 오히려 시원하게 맞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비스코야우레(Abiskojaure) STF Hut은 옆으로 큰 강이 흐르고 앞에 산이 높게 솟아있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되면 이곳이 얼마나 북적북적할까 상상이 된다.
점심을 먹고는 여유 있게 다시 짐을 싸서 출발을 한다. 다음 목적지는 알레스야우레(Alesjaure)인데 이곳에서 20km 떨어져 있다고 하니 오늘 도착하기는 무리일 것 같다. 가다가 어딘가 적당한 곳에서 야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길을 나선다.
아비스코야우레(Abiskojaure) STF Hut을 떠나 1시간쯤 걸으니 힘센 물살의 강이 나타났다. 물도 마시고, 땀도 식히고 피곤한 발의 피로도 풀기 위해 배낭을 내려놓고 강가에 앉았다.
철제 다리를 건너 깔딱 고개를 넘어 계속 걸어간다.
아까 건넌 철제 다리를 경계로 풍경과 길이 확 달라졌다. 숲과 나무, 나무길은 사라졌고 돌산과 돌길이 이어졌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계속 몰려오고 가끔 빗방울이 떨어지곤 했다. 오늘 짐을 풀고 잠을 잘 적당한 곳을 찾으며 걷는데 마땅한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 5km 전에는 모터보트 타는 선착장이 있다. 사진에 보이는 저 안내판에 이곳에서 그 선착장까지 5km 남았다고 써져있다. 즉, 이곳에서 알레스야우레(Alesjaure) STF Hut까지는 10km 남았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고,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데 텐트를 칠만한 마땅한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밥을 지을 식수도 확보해야 하는데 물도 얻을 수가 없다. 마음이 급해지는데 나무길을 걷다가 산에서 눈이 녹은 물이 흐르는 냇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바로 약간 앞쪽에 평평한 곳이 있어 이곳에 텐트를 칠 수 있겠다. 그곳에 서고 보니 앞쪽에 강과 산이 있어 경치가 평범치 않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이다. 하루 종일 만난 사람이라고 아비스코야우레(Abiskojaure) 산장지기와 길에서 살짝 만난 두 명의 여성 여행객뿐이다. 엄청나게 고독하고 한적한 여행길이라고 생각하며 급하게 텐트를 쳤다.
텐트를 치고, 비올 것에 대비해 타프를 치고, 물을 떠 오니 세상 걱정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포근한 침낭에 누운 게 18시 36분인가 보다. 당시 쓴 일기장에 이렇게 쓰여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