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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용 Nov 13. 2023

한국SF어워드 2023 심사평

웹소설 부문 심사평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한국SF어워드 2023의 심사평 입니다. 심사로 참여했던 웹소설 부문의 심사평을 옮겨놓습니다. (*전체 심사위원단 소개는 'SF어워드 2023 홈페이지'의 해당 섹션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웹소설 부문 심사위원 이지용


이번 제10회 한국SF어워드 웹소설 부분 심사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것은 이 시대에서의 ‘미래(未來, future)’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SF 장르가 단순히 미래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웹소설 분야의 특성상 현실에서 상상하지 못하는 ‘다른’ 지점들을 상상하고 이야기화하는 지점이 강점이라는 것과, SF라는 장르를 대입했을 때 오버테크놀로지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특징적이라는 걸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사고실험을 통해 구현된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점들이 웹소설의 세계의 SF 장르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팬데믹 등으로 인해 미증유의 미래들을 불안하게 상상했고, 그것들에 대한 두려움들이 개성적으로 구성되었던 2022년도의 웹소설 분야와 비견되게, 올해는 그러한 막연한 불안감들로부터 벗어나 인공지능 등의 오버테크놀로지로 인해 상상되는 미래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들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근래에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인공지능 기술의 한 차원 높은 기술적 도약은 사회적인 충격뿐 아니라 창작자들의 세계 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수상을 한 작품들은 이와 같은 측면에서 현재에 그려낼 수 있는 과학기술로 인해서 변화하게 될 미래에 대한 다양한 방향으로의 상상들, 그리고 그것을 웹소설이라는 콘텐츠 양식에 걸맞게 구현했다는데서 지지를 받은 작품들이었다.


대상인 한산이가 작가의 <A.I.닥터>는 인공지능과 공생 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주인공이라는 캐릭터가 우선 현 시점 우리들이 상상하는 미래에 대한 지점들을 가장 현실적으로 해석하고, 흥미롭게 풀어냈다는데서 큰 지지를 받았다. 무엇보다 한산이가 작가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전문 직종에 대한 디테일한 이해와 활용 그것을 웹소설이라는 형식에 담아내는 능숙함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공생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먼치킨의 능력처럼 무분별하게 혹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이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매게로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의 지향점은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가치의 측면에서도 수상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다.


우수상인 김곽팔 작가의 <언노운 1004>는 웹소설에서의 가장 중요한 장르인 로맨스에서 비인간 캐릭터들을 현대적이고 비판적인 포스트휴머니즘의 맥락에서 형상화하는데 능숙하다는 것이 큰 의미를 부여 받았다. 특히 비인간 존재들을 논리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자칫 느슨해 질 수 있는 이야기의 긴장감과 구조들을 시종일관 지켜냈으며, 끝까지 해당 설정의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웹소설이 현대 한국의 서사 담론 내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력과 가능성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고, 대중서사의 다양한 시도들이 만들어 내는 의미 역시 확인해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우수상인 티타펠꼬망 작가의 <내 전두엽에 우주 항모가 박힘>은 웹소설이라는 형식 내에서 기발하게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상적인 세계에 대한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게임의 세계들과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게임판타지 기반 창작품들은 SF어워드 내에서 언제나 고민이 많은 지점들이다. 특히 게임이라는 테크놀로지를 후경화 시켜놓고, 중세 판타지 느낌의 마법 세계에 대한 설정과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채워나갈 경우 이것을 SF라는 장르에서 의미부여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설정들을 우회하면서 유쾌하고 흥미롭게 다양한 설정들을 풀어놓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웹소설에서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때 반드시 지나치게 되는 어떤 지점을 목격한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상작으로는 들지 못했지만 우자차 작가의 <축복의 비>는 여성향 장르라고 카테고리화 되는 BL의 문법들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작품으로서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게다가 전체의 세계가 적층되면서 환상과 미지의 세계로서의 SF적인 의미들을 만들어 나가는 지점들은 장점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SF적인 설정들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배경적으로 물러서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 수상작에 들지 못했다. 또한 글삼 작가의 <우주선을 주웠다>는 <내 머리에 우주 항모가 박힘>과 비슷한 의미맥락에서 논의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차이점으로 현실에서의 문제, 인공지능에 대한 소재화 등이 있었고, 특히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맥락화는 좀 더 명확하고 흥미로웠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수상에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흥미를 웹소설이라는 형식에 맞게 구성하였는가에 대한 지점에 좀 더 높은 의미를 부여해 최종 수상작에 들지 못하였다. 이외에도 유자꽃 작가의 <데드램>의 경우 BL과 디스토피아의 설정들이 매력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끝맺는데서 오는 아쉬움 때문에 수상작에 들지 못했다.


수상작에 들지 못했던 작품들이라고 할 지라도 각자의 매력과 개성들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어서 대체로 흥미로운 작품들이 가득했던 이번 심사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웹소설에서 SF라는 장르가 메이저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에 관련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 보여지는데, 소재나 주제에 대한 다양성과 더불어 웹소설이라는 콘텐츠의 형식 내에서의 SF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습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반가운 일이었다. 이번 2022년 한 해 동안 웹소설의 형식으로 다양한 SF의 가능성을 보여주시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구현해 주신 모든 작가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웹소설 부문 수상작과 전체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전문을 'SF어워드2023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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