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순간
우리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잖아. 분명 주변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허전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지.
항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연락의 시차가, 연결의 시차가 존재해. 내가 소리칠 땐 메아리가 없어.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다 보니 나의 소리를 전달하는 공기 입자들의 떨림이 그들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마찬가지로 그들의 소리가 나에게 전달되는 데에도 다소 시간이 걸리는 탓일까.
그래도, 뒤늦은 메아리에도 다행이야 나에게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엄연히 매질이 존재하기에, 서로의 울림과 떨림은 분명 언젠가 닿을 것이기 때문이지. 나는 그러한 시차로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게 돼. 나에게 그들이 있어 다행이고, 그들 또한 같은 마음이길 바랄 뿐이야.
어쩌면 신은 나에게 더 큰 고통이 오지 않도록 힘써 인연의 존재를 막아서고 있는지도 몰라. 아직은 내가 스스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그러니까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으로 인해 스스로 완성되고 있는 것이지. 그럼으로써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힘을 나누어줄 수 있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혼자 있는 시간을 외롭다고 느낀다면, 함께하게 될 시간을 준비하거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버리자.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내 시간을 써 보는 거야.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거든. 요즘의 나는 정말 빼곡하게 무언가들을 수행해 내며 살아가는 것 같아. 본업에만 바쳐야 하는 시간이 어마어마한 상황에서 그 나머지 시간은 글쓰기가 침투하다 보니, 의식해서 한 토막의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나의 일에 허우적대다가 도저히 틈이 나지 않는 것 같아.
그래도, 그렇게 허우적대다가도 멀쩡하게 빠져나와서 하나씩 시도해 보려고.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주의지만,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조금만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 않아?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들 거라면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야.
그리고 오롯한 나만의 시간도 보내보는 거야. 나는 요즘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 사실 생각해 보면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어. 해야 할 게 너무 많거든. 시놉시스도 써야 하고, 대사 연구도 해야 하고, 작품들도 봐야 하고, 작법도 공부해야 하고, 무엇보다 글을 써야 해서 말이야.
토머스 칼라일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업을 찾은 사람은 지극한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래. 혼자 있을 때 외롭다고 느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미 나는 혼자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고 있는 걸지도. 나는 어쩌면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 나는 이미 그 지극하다는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일 테니. 뭐, 돈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야.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일을 찾은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