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지난 26일 아시아나 항공의 에어버스 A321-200의 비상구가 700피트 상공에서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상구 근처에 앉은 손님에 의해 열렸는데, 그 열린 순간부터 착륙 때까지의 영상과 뉴스를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에어버스 A321-200은 narrow bodied aircraft로 중앙에 복도가 하나가 있고 좌석은 3-3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회사마다 조금씩은 seat configuration (좌석 배치)가 다르지만, 승무원의 좌석이 앞에 있는 경우에는 2, 없는 경우에는 3좌석이 배치된다. 회사에서 안전 교육을 시킬 때, 비상구열에 앉을 수 있는 승객을 ABP Able Bodied Passenger이라고 부르는데,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 승무원의 안전 지시를 따르고 손님들을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는 승객들을 말한다. 임산부, 어린아이 그리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은 그 자리에 앉으실 수 없는 게 보통 항공사들의 규정이다.
이번 아시아나 항공의 비상구 좌석이 열린 사건 뒤, 아시아나 항공은 이 비행기 기종의 가장 가까운 비상구 좌석을 만석인 경우에도 팔지 않겠다는 대책을 내어 놓았다. 음. 이 대책에 물음표가 생겼다.
비상구 좌석은 그야말로 비상 탈출을 위한 입구로서의 역할이 첫 번째이다. 그리고 extra leg room, 여유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다음번이다. 승무원의 좌석이 있는 경우는 2좌석, 승무원의 좌석이 없는 경우에는 3좌석을 배치하게 한 것은 비상탈출 상황을 고려한 에어버스의 비상탈출 콘셉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승무원은 매 비행기 기종마다 도어를 작동하는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비상구 좌석에 앉으신 분들께 비상 탈출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알려준다. 승무원이 기내 안에서 문을 열고 손님들의 탈출 지시를 하는 동안, 두 분은 먼저 내려가서 내려오는 손님들을 안전하게 잡아주고, 바람 부는 바람을 생각해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게끔. 이 비상 탈출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인원이 3명이기 때문에 에어버스에서도 좌석 배치를 할 때 이를 고려해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좌석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1차원 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비상상황에서는 결국엔 채워져야 하는 좌석일 것이다.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의 안전의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
아직 아시아나 항공의 레그룸 좌석 구매 페이지에 가면, 일반석보다는 16cm가 더 넓은 좌석이라고 나와있다. 안전보다는 손님의 편안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좌석에 앉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언급, 좌석에 배정이 되어있지만 조건에 맞지 않는다면 카운터에서 좌석을 배정받을 수 없는 것은 아직도 제일 아래쪽에 나와있다.
레그룸 좌석보다는 비상구열 좌석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이 좌석을 구매하기 전에 앉을 수 있는 사람들의 조건을 미리 숙지할 수 있는 내용이 먼저 나올 수 있게 내용의 순서가 바뀌면 좋겠다. 그러면 이 좌석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판례가 없는 사건인 만큼 이전의 사례에서 어떤 조치나 대책을 내어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사건이 첫 번째 사례이자 이로 인해 나오는 대책이 앞으로 항공 안전사고의 예로 이용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대책을 내어놓는 아시아나의 마음이 급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잘못된 서비스가 전달되었을 때에는 service recovery라고 해서 잘못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힘쓸 수 있다. 안전에 관한 사항은 다르다. 여기에는 오직 black and white만이 존재한다.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은가? 이번 계기로 모든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물음표를 머릿속에서 지울 만큼 납득 가능한 대책이 나온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이후에도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 사고 기내에 있었을 승객분들과 승무원분들의 충격이 컸을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분들이 앞으로 생활하는 데 있어 힘듦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항공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