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팁에 대한 뉴스들을 자주 접한다. 선두 주자의 이야기는 당연히 미국의 팁 이야기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인플레이션, 키오스크를 이용하는데도 팁을 줄 것이냐는 질문, 그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요구하는 이야기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팁 문화가 흔하지는 않다. 그래서 처음에 외국 항공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갈팡질팡했다. 어느 팁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요?
처음 비행을 시작했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봐야겠다. 모두가 휴대폰을 사용하고는 있었다. 한국은 LTE를, 중동은 3G를 쓰던 시절. 구글 지도가 존재하지 않아 레이오버에서 새로운 도시를 나가려고 하면 호텔 리셉션에서 종이 지도를 받아서 들고 다녀야 했다. 지금은 contactless 카드로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쉽게 결제가 가능해졌고, 그만큼 현금을 들고 다니는 비중이 적어졌다.
체류 비행을 갈 때에는 유로나 달러를 항상 들고 다녔고, 그 나라 현지돈으로 환전을 해서 썼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 나중에 크루 버스 기사님과 짐을 옮겨주신 분들에게 드릴 팁을 천 원, 이천 원 정도 미리 빼 두었다. 유난히 쇼핑을 많이 하는 나라에 가면 무거운 짐가방만큼이나 팁도 배로 드렸다. 하지만 요즘은 열명이 넘어가는 크루들이 있어도 봉투에 채워지는 팁을 보면 괜히 내가 민망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더 채워줄 게 아니기 때문에 모른 척 넘겨버린다. 이 불편한 진실..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tip은 courtesy. 예의를 표현하는 것 이라며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라며 사무장, 부사무장들은 이야기를 했었다. 기내용 가방은 내가 들지만 무거운 체크인 가방을 들고 가방에 싣는 일은 기사님들이 해주시기에 1,2 달러를 넣는 것은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비행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팁을 넣지 않는 조종사들을 보곤 했다. 그러면 뒤에서 우리보다 월급은 훨씬 많이 받는 사람들이 팁도 안 준다고 수군거린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종사인 내 남자친구도 팁을 잘 안 넣던 사람 중의 하나였던지라, 뒤에서 저런 소리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레이오버용 1달러 노트를 바꿀 때 두 배로 바꾸어서 지갑에 찔러 넣어 주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남자친구가 내가 팁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바꾸어 주었다.
자기가 팁을 안 냈던 이유는 첫 번째, 모든 자기 가방은 자기가 든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받지 않았으니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니언으로 보호받고 있어 팁이 아니더라도 월급은 보장된다.
세 번째, 더 보호받지 못하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 기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팁을 안 내고 있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무슨 상황을 겪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그러려니 넘겨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내 기준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너무 강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계기로 이 팁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 있어서도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스스로에게 일러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팁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어떠할 것인가? 사실 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부지런히 1 달러 노트를 모으며 짐을 옮겨주시는 분들에게 드릴 팁은 꾸준히 모으겠지. 그리고 팁이 당연한 문화에서는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여유 있게 팁을 내줄 것이다. 반면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했는데 팁을 달라고 하면 'no thanks'를 누르며 음식을 받을 때 눈치 보지 않을 예정이다.
조금씩 어느 장단에 어떻게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춤선을 찾아가는 것 같다. 동시에 그들의 문화와 정서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의 단어가 팁 문화인 것 같다. 그에 답하는 서비스가 전제된다는 하에,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팁을 결정해 주는 그런 서비스는 없을까? 어렵고도 어렵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