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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혜 Jun 25. 2022

뉴 섹시 아이템

명품만 섹시? 이젠 그린 이즈 더 뉴 섹시!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 인지, 나를 위한 작은 호강인지. 헷갈릴 정도로 즐기며 한다. 비결은 단 하나. 되도록 좋아하는 장소에서 플로깅하기!


바다 옆 소나무 숲, 경포호수, 안목 커피거리, BTS 정류장 옆 향호, 허난설헌 생가 둘레길, 집 근처 공원과 작은 산.


경포호수를 즐기지 못 해서 아쉽지는 않을까? 후훗, 그럴리가요. 경포호수 그거, 흔한 동네호수죠. (강릉시민 플로깅 플렉스)


그래서일까. 플로깅을 하다보면 (지극히 주관적인) 인생샷이 나온다. 사진 속 나는 그다지 고생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나는 놀러왔다. 그리고 지구를 위한 작은 힘도 보탰다. 놀러와서 기분 좋고, 기후위기 대응해서 뿌듯하다. 사진 속 배경은 초록초록, 하늘하늘 아름답고, 내 표정은 당차고 들떠보인다. 손목조차 뿌듯해 보인다. 기분 탓일까요.


손목인데 왜 뿌듯한 표정이 보이는걸까요.

실제로 2021년, 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린 이즈 더 뉴 섹시(green is the new sexy)'. 연구결과 친환경 행동을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섹시해 보인다는 것이다.


왜그럴까? 친환경 행동은 과거 소스타인 베블런이 주장했던 '과시적 소비'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에게 어필하는거다. 그래서 전지구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 시대에, 친환경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더 호감을 받는다고 한다.


친환경 행동을 하는 사람은 공공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눈앞의 이득을 포기하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다른 모든 이에게 과시하는 셈이다.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 또는 사회성이야 말로 사람을 진짜로 더 섹시하게 하며 배우자로서의 매력을 더해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친환경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지구를 위하는 마음> 중, 김명철 지음



친환경 행동을 하는 사람이, 명품 옷을 입은 사람 만큼이나 섹시해보이는 시대. 이 시대를 나는 몸으로 감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플로깅을 할 때,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그럴때면 굉장히 아이들을 '위한' 행동을 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아이들이 살아갈 자연을, 우리가 지나간 자리나마 깨끗하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여기 뭔가 하나 더 있었다. 뭘까?


그게 '자존감'이자, '역량'이었던 것 같다.


내 새끼 기 살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눅들지 않을 번지르르한 옷과 신발을 사줄 수도 있고, 어디가서 말 한 마디 보태라고 굉장한 여행을 시켜줄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게 '플로깅'이다.


자연이 많이 아픈 시대. 플로깅은 자연을 돕는 팍팍 티나고, 적극적인 실천이다. 요즘은 학교에서 환경교육도 많이 하는데(각 학년 별, 과목별 교과서마다 적어도 한 단원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정도다. 심지어 영어에서도 다뤄요.) 이 때 우리 애는 말 한 마디... 열 마디를 보탠다. 할 말이 많아진거다.



그리고 당당하다. 나는 쓰레기를 주워 본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자아상(像)을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플로깅을 하며 낯선 이웃들에게 호감과 칭찬을 듬뿍 받는다. 젊은 분들은 아이들에게 빵긋 웃어주고 가시고, 어르신들은 '아이고, 고마워요.'하고 인사를 전해주신다. 그러면 애들은 어깨뽕이 하늘까지 치솟아 더 오바하며 담배꽁초를 찾는다.


어째서 '그린 이즈 더 뉴 섹시'인지 알겠다. 자본이 귀한 시대에는 명품이 섹시하고, 자연이 귀한 시대에는 그린이 섹시하다.



+) 2400원짜리 뉴 섹시 아이템


https://smartstore.naver.com/cleanmate815/products/5269187115?


바로 2400원짜리 알루미늄 집게입니다. 현관에 1개, 자동차 트렁크에 1개 놓고 씁니다.


집게로 쓰레기를 주우니, 쓰레기를 줍는 기분도 한층 더 살아납니다. 게다가 쓰레기 집게로 주울 때면, '플로깅' 중이라는 티가 팍팍 나서, 조금 더 당당하고, 아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조금 더 자주 칭찬 받는 '시각적 효과'도 줍니다.



요즘 시대 섹시 아이템이라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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