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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혜 Mar 03. 2019

저축이 제일 쉬웠습니다

절약, 그 차가운 기술 - 밀어넣기 적금

"안 쓸 돈, 적금 통장으로 모조리 밀어넣기."


우리 집 저축법 1조 1항이다. 어지간한 사정이 없고서는 헌법 마냥 절대불변! 월 220만원. 삶의 질을 지키는 딱 필요한만큼의 4인 가족 예산. 월 15만원 부부용돈으로 약간의 틈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통장으로 밀어넣는다. 


이 신성한 법 덕분에 여윳돈이 생긴다해도 '뭘 살까?'하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필요한게 없는데 수당이나 성과금 등을 더 받았다고 해서 쇼핑 고민을 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진짜 필요'는 한 달 예산 220만원 안에 모두 들어 있고, 출장비가 조금 더 들어왔다고 해서 갑작스레 필요해진 물건은 모두 '가짜 필요'로 간주한다. 


돈 들어갈 일이 많을 땐 저축을 많이 못 하기도 한다. 그런 달에는 오기가 생겨 다른 예산을 긴축해서라도 저축을 늘린다.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는 즐거움이 있으니 긴축재정도 아주 괴롭지 않다.


월급날 저금을 해버렸는데, 생활하다보니 예산보다 돈을 더 써야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적금의 일부 자금만 해지하거나, 모아둔 부부용돈에서 가불(?)하기도 한다. 적금 만기일 전까지 일부 해지할 수 있는 2번의 기회와 부부용돈이 우리집 신용카드요, 대출이다. 그러니 예산 외 모든 돈을 밀어넣는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안전망을 모두 갖췄다.


덕분에 저축을 안 하는 달이 없다. 푼돈이라도 매달 덧셈 자산이니 마음도 넉넉하다. (독하게, 야무지게, 신용카드를 잘라서 가능한 일이다. 신용카드 혜택을 초과하는 소비, 그리고 할부가 있다는 불편한 마음. 일단 신용카드를 없애버리자.)


아주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사진을 찍고, 기록 남기기. 삶의 질을 유지하는 소박한 취미 생활.


원리는 간단하다.


"삶의 질은 쇼핑 아닌 취미생활에 달려있다."


짬내어 걷고, 새로운 공원을 발견하며, 새벽에 믹스 커피 한 잔과 책을 읽고, 책이 지겨워질 즈음 글을 쓴다.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에서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통밀빵을 요거트에 찍어 먹기도 한다. 나날이 귀여워지는 두 아이의 애교를 지켜만봐도 좋다. (물론 애교 반, 떼 반.)


물건말고 다른 즐거움을 찾으면, 저축이 쉽다. 욕망의 방향을 전환했을 뿐이다.


소비욕망을 억누르고 힘든 마음으로 저축을 할 때도 있었다. 요즘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돈 쓰는 즐거움보다 돈 안 써도, 혹은 덜 써도 충분히 좋아하는 일을 찾은 후부터는 저축이 더 편해졌다.


돈 쓰는 행복 못지 않게, 안 써도 즐거운 일은 많다. 때로는 돈 쓰는 여가(게임, 술, 담배, 불필요한 물건 사는 쇼핑)보다 더욱 건강하고 유익한 무지출 취미도 많다. 사는 낙을 맛집 순례에 맡기지 않으면 될 일이다.


집집마다 벌이가 다르고 취미 생활도 제각각인데다가 집안 사정도 같을리 없다. 그러니 저축 법칙까진 될 수 없겠다. 그러나 선저축 후지출은 때묻은 소비 습관을 정갈히 하고, 집안의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는 '요령'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물건 말고 산책에서 오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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