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일)
오전 09:00 바나나 1개, 감 1개
오전 10:00 그린스무디, 고구마 1개
오후 12:00 현미밥, 청국장, 배추김치, 두부
오후 04:00 현미 누룽지 3 주먹
오후 05:30 피스타치오 10개
오후 06:10 바나나 1개,
오후 06:20 고구마 4개, 김치
3일 만에 운동을 했다. 지옥주(hellweek) 치고는 운동 강도가 약한 편이어서 다음 시즌은 좀 더 어렵게 도전해 볼까 한다.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막걸리가 생각난다.
부정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알콜 중독자였다.
주로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술을 마셨는데,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며, 때로는 밤늦게 술을 마셨다.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지면, 몰래 사다 마셨다. 퇴근할 때 편의점이나 마트를 들러 500ml 맥주캔을 대여섯 개씩 사서 숨겨놓곤 했다.
특히 일요일은 아침부터 술을 마셨고, 아내가 교회를 가면 부족한 술을 사러 마트로 출근했다.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진다는 것 외에, 특별한 주사가 없었기에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건선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 갔고, 술에 취하면 아이들의 사소한 실수에도 쉽게 흥분해 소리를 질러댔다.
분명 알콜 중독으로 가는 중간단계에 있었다. 스스로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즈음 내 몸은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비염과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졌고, 눈 주변이 항상 간지러웠다. 피부는 항상 여드름과 두드러기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구내염은 입안에서 사라질 줄 몰랐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결과였다.
건선을 치료하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다 보니 항상 배가 고팠다. 그러다 밤이 되면 식욕을 참지 못해 술을 마셨고, 다음날 해독을 위해 다시 밥을 굶었다. 그렇게 악순환은 되풀이되었다. (지금도 난 배가 고프면 술 생각이 난다.)
건선을 고치기 위해 자연식물식을 한 지 2달 만에 상황이 호전되었다. 이제는 알레르기 증상도 사라졌고, 날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구내염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몸에 나타나던 각종 염증 반응도 사라졌는데, 과거에 비해 내 몸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려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며칠 전 다시 맥주를 마셨다.(그날도 배가 고팠다.) 기분이 좋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몸속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딱 하루만 더, 딱 하루만 더 술을 마실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힘들게 그런 유혹을 떨쳐내고, 음식을 찾아 배를 채웠다.
술 생각이 나면 과식을 한다. 배가 부르면 술 생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도 과식을 한다.
나는 알콜 중독자였고, 지금도 해방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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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째.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