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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태 Dec 03. 2018

딸이 나에게 준 선물

"아빠 선물"


다섯 살 딸아이랑 두 살 아들이랑 11월 어느날 황매산에 올랐습니다.

미세먼지에 비까지 흩뿌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을 억새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역시나 차에서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도착해보니 800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주차장이라 공기가 싸합니다.

자는 아이들을 깨워 옷을 더 입혀 차에서 내렸습니다.


황매산은 포장길이 나있어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로에 가깝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길로 해서 능선을 향합니다.

우리 딸은 언제나처럼 재잘댑니다.

등산용 캐리어에 앉힌 둘째는 내리고 싶어하지만 비가 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산중턱에 놓인 흔들의자, 우리 딸이 참 좋아합니다


잠깐 흔들의자에 앉아 재잘대다 능선으로 난 길을 따라 걷습니다.

처음 오르막에 다리 아파하더니 이제는 그런 말도 없습니다.

능선길을 걷다 멈춰섭니다.

구절초를 보며 연신 예쁘다 말합니다.


몇발짝 걷다 다시 구절초를 보고는 꺾어서 저에게 줍니다.

"아빠 선물"

가슴에 뭔가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여느 때처럼 뛰어와 안깁니다.

걸음이 빠른 큰 아이가 언제나 먼저입니다.


딸아이가 갑자기 쪽지를 들고와 저에게 들이밀며 말합니다.

"아빠 선물"

엄마를 따라 쓴 글씨가 적힌 쪽지입니다.

그냥 웃고는 인증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현관 앞 출입문 유리에 붙였습니다.


아빠로서 못해주는 게 참 많은데, 우리 딸은 이렇게 저에게 선물도 주고 사랑해줍니다.

딸에 대한 마음이 표정에는 잘 안나타납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선물이라, 놀라고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뒤섞여서 그랬나 봅니다.


우리 딸, 내 삶을 바꾼 우리야, 넌 내게 가장 큰 선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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