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을 기다리며
지난 7월 29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고, 자잘한 이상반응은 좀 있었으며 큰 문제 없이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이 워낙 백신 이야기로 매일 떠들썩 하다 보니, 나도 다른 예방접종을 할 때와는 다르게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백신의 안정성은 신뢰할 수준이고, 접종을 함으로써 코로나19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감염률과 치명률을 유의미하게 낮춰주고, 지역 사회 전파를 억제하는) 이점이 흔히들 얘기하는 위험성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에 망설이지 않고 접종을 받았다.
나는 다니는 회사 사업장 내에서 접종을 받았다. 과정은 크게 대기 - 예진 - 접종 - 접종 후 대기 의 네 단계로 나뉜다. 예진을 할 때 의사가 백신을 접종하면 생길 수 있는 각종 이상반응과 그 대처방법에 대해 소개해준다. 열이나 몸살이 날 것을 대비해 접종을 받기도 전에 미리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한다. 내가 경험하기에도 접종을 받고 나서 몸이 좋지 않으면 그때 약을 먹어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나의 접종 순서가 오면, 부스에서 접종을 해주시는 의료진이 나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확인한다. 주사가 아프다는 이야기들이 있던데, 솔직히 다른 주사들하고 별 다른 점을 느끼진 못하였다. 맞는 순간만큼은 그냥 하나의 주사일 뿐이다. 접종이 완료되고 하루 동안은 샤워를 하지 말고, 3일 동안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안내를 해주셨다(커피는 마셔도 된다고 했다). 접종 후 예진표를 들고 등록하는 데스크로 가니 나의 접종 현황을 전산에 등록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아마 이 때부터 coov등 백신 접종 증명서 조회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접종이 끝나고 정해진 대기장소에서 대기를 했다. 특별한 병력이나 이상 경험이 없던 사람들은 15분, 혈압 문제가 있거나 이전에 다른 예방 접종을 하고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은 30분을 대기하도록 하였다. 대기하는 동안 COOV(쿠브) 앱을 다운로드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했다. 맞은 직후 바로 이렇게 전산에 조회가 된다는게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다 돌아가는 차 시간 때문에 15분이 지나고 빠르게 대기 장소를 나왔는데,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여유가 있다면 30분 정도 느긋하게 앉아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도 예방접종 증명서 있다! 접종 후 다들 다운받으세요.
접종 후 느꼈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주사를 맞은 부위 주변 통증: 다른 사람들은 팔 전체를 쓰지 못할 정도였다는데, 나는 그냥 가벼운 근육통 정도였다.
머리가 살짝 무거움: 심한 두통은 아니었고, 타이레놀 한 알 먹으니 금세 좋아졌다.
가슴이 살짝 기분나쁠 정도로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음: 접종 3일 후 정도부터 심각한 통증은 아니었으나, 신경쓰고 기분나쁜 정도로 자잘한 통증 및 답답함이 이어졌다. 혹시 몰라 근처 내과에서 심전도검사를 진행했으나 다행히 심근염이나 심낭염이 의심되는 심전도는 나오지 않았다.
소화불량: 위의 가슴 통증이 느껴진 시점 부터 식사를 하고나면 쉽게 체한 느낌이 들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심전도를 찍을 때 의사 선생님께 이 증상도 말씀드리니 이 소화불량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실제로 위장약만 처방받았고 복용 후 소화불량&가슴 답답함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겨드랑이 아래 림프절염: 접종 일주일 후 쯤 갑자기 겨드랑이 아래쪽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픈 느낌이었다, 외과를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진행한 결과 림프절이 부어있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별도로 약을 처방받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틀 후 증상은 거의 사라졌고 빠르게 좋아졌다. 진료했던 의사 선생님 말로는 백신 접종 후 이렇게 림프절이 붓는 일은 흔하다고 한다.
기력저하(피곤함): 접종 후 1-2주가 지났을 때 잠을 똑같이 자도 피곤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도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경험을 몇번 했다. 같은 화이자 백신을 맞았던 아버지께서도 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하셨다. 백신을 맞고 몸에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런 것인지... 현재는 많이 좋아졌다. 사실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늘 피곤하긴 하다...
글로 쓰고 보니 이상반응을 굉장히 많이 느낀 것 같긴한데, 아무래도 다른 때와는 달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는 사실을 굉장히 의식하고 있어서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일반 계절성 독감 예방 접종을 맞았을 때는 같은 증상을 겪어도 백신을 맞아서 문제가 됐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잘 안하다보니 이러한 증상을 이상반응으로 인지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아무튼 자잘한 이상반응을 이렇게 겪긴 하였지만,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일어난 적 없었고 현재는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1차 때 별 증상 없었던 분들도 2차 때 몸살을 심하게 앓는 경우가 꽤 있던데, 나는 1차 때 자잘하게 겪었으니 2차가 매우 편안하게 지나가길 소망한다.
끝으로 백신을 맞고 안맞고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통계를 조금이라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분명히 효과가 있고, 위험성에 비해 우리 모두가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코로나와 싸워서 이기는 데는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접종을 앞두고 지나치게 걱정할 경우 컨디션에 좋을 게 없으니, 너무 두려워 말고 희망적인 마음으로 접종받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