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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Jul 16. 2023

#5. 작지만 큰 울림, 뮤지컬 <유진과 유진>

그러나, 더 이상은 없어야 할 이야기

*뮤지컬, 연극, 공연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이해가 담겨있는 글이 아닌 그저 취미생활의 기록입니다.


원작 소설과는 다른 뮤지컬의 세계


뮤지컬 중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레베카>나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이 대표적이죠. 이처럼 큰 규모의 뮤지컬이 아니어도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유진과 유진> 뿐만 아니라,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비밀의 화원>, <아몬드> 등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고 해서 소설과 똑같이 극이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죠.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창작의 묘미가 떨어진다고 할까요. 물론 원작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도 원작이 달라지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다른 형태의 작품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이니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원작을 먼저 읽고 뮤지컬을 볼 때도 있고, 나중에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이 어떻게 변했느냐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작을 알고 보면 이해가 더 쉽고 재미도 더 늘어나는 작품들이 있고, 꽤 많은 부분을 고쳐서 괜히 먼저 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도 있거든요. 그래서 여유가 있다면 그냥 한 번 보고 원작을 읽고 다시 한번 보는 것도 꽤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진과 유진>은 소설을 나중에 보게 됐는데 먼저 봤던 뮤지컬과는 또 다른 울림이 있었습니다. 


<유진과 유진>, 치유와 위로와 성장을 담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 소설 <유진과 유진>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릴 적 유치원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두 명의 유진이 중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잊고 있던, 잊어버리고 싶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인데요.

뮤지컬과 소설 <유진과 유진>


중학교 2학년이 된 '유진'(큰 유진)은 같은 반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유진'(작은 유진)을 만나게 됩니다.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 큰 유진은 유치원을 같이 다녔던 '유진'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작은 유진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죠. 큰 유진은 작은 유진에게 유치원 때 있었던 사건(성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작은 유진은 역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 작은 유진은 자꾸 그 이야기가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다 결국은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당시에 너무 큰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던 것이죠. 같은 피해를 당하고, 같은 상처를 입었던 두 유진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큰 유진의 부모는 큰 유진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고, 작은 유진의 부모는 없었던 일이라고 하면서 자라왔던 것이죠. 그렇게 다르게 살아온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난 두 유진은 이제 함께 그때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소설이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을 통해서 확인해 보세요.)


<유진과 유진> 재연 캐스팅 보드

소설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뮤지컬은 제목 그대로 두 명의 유진에게 집중하는데요. 뮤지컬은 성인이 된 두 명의 유진이 만나서 자신들의 예전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두 명의 배우가 큰 유진과 작은 유진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두 사람의 엄마 역할도 함께 소화합니다. 큰 유진은 굉장히 밝고 활발한 역할입니다. 가수 O동혁(작은 유진 역할의 배우가 하는데 성은 출연배우의 성을 씁니다)의 열혈팬이기도 하고, 첫사랑 건우와의 연애도 잘하고 싶은 아이죠. 그에 반해 작은 유진은 아주 조용한 차가운 역할입니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전교 1등의 모범생이지만 친구도 없고 어딘지 어둡고 외로운 아이입니다. 이렇게도 다른 두 유진과 두 유진의 엄마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들을 뮤지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뮤지컬로 바뀌는 만큼 무대적인 요소들이 많이 가미됩니다. 동혁의 노래(잊지 못할 짝사랑)라던가, 작은 유진의 춤(지하의 이카루스) 같은 부분들은 뮤지컬만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유진의 엄마가 나오는 장면들에서 배우들은 언제 유진이었냐는 듯이 딴사람이 돼서 연기를 하는데요.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작품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건 언제 봐도 놀랍습니다)


뮤지컬이 끝날 무렵, 주변을 둘러보면 그야말로 눈물바다입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 <유진과 유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반짝이는 우정과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더 이상은 없어야 할 이야기


<유진과 유진>은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보니, 보고 나오는 길에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런 일들이 작품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이 책이 2004년에 나왔다고 하니 벌써 20년이 지났는데도 세상이 크게 더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쁜 세상의 나쁜 어른들이 만들어 낸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소설 속에서만, 뮤지컬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면 그때쯤 이 작품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요. <유진과 유진>은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언젠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되어서 사라지게 되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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