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큰 가전이 하나도 없어서 1톤 트럭 이사로 알아봤다. 이전에 이사할 때는 1톤 트럭으로 충분했지만, 이번엔 슈퍼싱글 침대 2개가 생긴 참이라 2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잘한 짐들을 옮기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마루 인테리어가 끝나고부터 틈틈이 캐리어로 자잘한 짐들을 옮겨두었다. 이사당일이 되었다. 이삿짐 아저씨가 오시기 2시간 전에 일어나 매트리스를 비닐에 포장하고 거실에 짐들을 모아봤는데,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이 우리가 갖고 있는 짐에 절반은 차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부피가 컸다. 이삿짐에서 보시더니 침대만 1톤을 차지할 거 같다고 하시며 1톤은 더 필요하다고 하셨다. 비용은 20만 원 추가되었지만, 한편으론 좋은 점도 있었다. 트럭이 두 개라 남편과 나는 각각 트럭에 한 명씩 몸을 실어 따로 택시를 잡을 필요가 없이 편하게 왔다.
이사를 하면서 짐도 많이 처분했다. 거실에 벽 한쪽을 책장으로 채우기로 해서, 기존에 쓰던 작은 이케아 책장을 팔았다. 역시 이케아는 수요가 많아서 그런지, 당근에 올리자마자 꽤 비싼 값임에도 연락이 많이 왔다. 오히려 책장보다 비싼 작은 원목 테이블은 하도 연락이 없어서, 이사하기 3일 전 만원으로 훅 가격을 내렸다. 짐이 많으면 트럭이 추가될까 봐 이것저것 당근을 했는데, 침대가 이렇게 부피를 크게 차지하는지 몰랐다. 그래도 한번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홀가분했다.
이전에 사는 곳에서 보증금을 받고,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고부터는 경제적으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온라인으로 전입신고까지 하고 나니 큰 일들은 잘 마무리되었다.
한 가지 생각지 못했던 건 세탁기였다. 이삿날 오후에 새 세탁기가 오기로 했었다. 근데 막상 설치하려고 보니 세탁기가 설치가 어렵다고 하셨다. 인테리어 할 때 세탁기가 들어갈 공간이 원래 거실보다 5cm 낮은 타일로 된 미니 베란다였다. 다른 시공사례를 보다가 같은 구조에 집인데 강마루로 확장한 모습을 보고 확장했는데, 확장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했던 거 같다. 세탁기가 진동이 심한 가전이다 보니 밑이 비어 있으면 아랫집에 심하게 둥둥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우리는 강마루 밑에 텅 비어 있는 상태였고, 결국 설치 부적합이라는 판정을 받아 설치날짜를 뒤로 미루게 되었다. 바닥을 뜯고 시멘트로 채우고 다시 바닥을 메꿔야 했는데,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바닥 시공업자를 구하더라도 보수 비용을 하루치 일당으로 받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마침 세면대가 덜렁거려서 삼촌한테 도와달라고 얘기해서 오기로 했었다. 삼촌한테 방법이 없을까 했는데 원래 바닥 그대로 하긴 어렵지만, 적당히 메꿔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세탁기보다 작게 네모나게 구멍을 뚫고 시멘트를 채우는 건 어떨지 의견을 내긴 했지만, 삼촌이 이해를 못 한 거 같았다. 삼촌이 작업한 상태를 보니 삼촌이 붙이기 편한 방식으로 보수를 해주셨다. 뭐 세탁기 설치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뭐. 아쉽긴 했는데, 하루종일 고생한 삼촌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고 하고 이미 시원하게 잘라서 재료분리대까지 둔 상태라 뭔가 여기서 더 작업하기는 어려워 보여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큰 사고 없이 이사가 잘 마무리된 거 같아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