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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y Dec 02. 2018

아차산과 서울

서울에서 힐링하기

아차산에서 해가 지는것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 갑자기 아무것도 할 일 없는 날이 찾아와서 해질 시간에 맞춰 올라가보았다.



햇빛이 길어지고 색이 따뜻해지는 시간




붉은 빛
해가 슬슬 내려앉는다




야경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과학을 대중화 하는데 힘썼던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적은 것과 비슷하다.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날 예정일 때,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의 카메라 렌즈를 180도 돌려서 지구를 찍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NASA 관계자들은 반대했다. 우주를 탐사하는 목적에 있어서 카메라를 180도 돌려서 태양계를 보는 것이 의미가 없고, 카메라를 180도 돌리면 태양을 마주보게 되는데 이때 자칫 잘못 하면 태양의 빛에 의해 카메라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칼 세이건은 태양계 밖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주장했고, 그의 주장에 호의적이었던 사람이 NASA 국장(정확하지 않음)이 되면서 실행되게 된다.



1990년 2월 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이 전송되었다.


사진 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21469

저기 창백하고 푸른 점이 지구다. 우리가 아둥바둥 치열하게 싸우고, 웃고, 자고 일어나는 곳. 매일 하루하루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는 곳이 저 작은 점이었다. 이 사진을 보고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서울을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내가 매일 사는 곳.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었던 곳. 내 친구들, 학교에서 마주친 모든 사람들, 몇 년 전에 보고 연락이 끊긴 사람들, 어제 본 사람, 그리고 오늘 오는 길에 본 모든 사람들이 다 저기에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부터 요란스럽게 페라리를 굴리는 어린 남자애까지, 종로 고시원에서 사는 청소부부터 여러 채의 아파트 중에 하나가 값이 떨어진다고 야단법석인 사람까지. 인터넷에서 요란하게 싸우는 댓글러들, 여자와 남자, 들어오려는 난민과 반대하는 국민, 학교 안에서도 총학을 가지고 싸우는 학생들, 매일 싸우는 정치인들도 저기에 있다. 30분만 걸어 올라와서 보면 다들 같은 곳에서 빛을 내면서 이 야경을 만드는데, 가까이서 보면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사이인 것만 같다. 미세먼지, 각자가 가진 걱정거리들로 도시가 뿌옇고 어둡긴 하지만, 이 좁은 곳에서 따뜻하고 행복하기에도 바쁜데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고 거칠게 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편협하게 생각하고 고집부리면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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