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친구가 민둥산이 좋다고 했다. 나는 2년 만에 갔다. 조금 더 일찍 갔으면 억새꽃도 많이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웠지만 늦게라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꽃이 져서 은색 빛은 나지 않았다.
딱 좋을 때 가신분들은 이 사진 억새들이 풍성하던데 나는 머리빠진 민둥산 보고 왔다
민둥산 주변 산들은 다 뾰족하다
둥글둥글한 민둥산
돌아가는 길
운전 해준 친구는 나랑 가장 오래 친구인 친구이다. 10살인가 11살인가.. 그즈음부터 친구였으니 15년정도 친구다. 이날 친구 집가서 친구 어머님을 10년 만에 뵈었다. 10년 전에 내가 친구 집 갔을 때 하시던 말씀을 여전히 하셔서 정겹고 기분이 좋았다. 초등학생 땐 둘이서 엘레베이터에 있으면 동네사람들이 "형이랑 동생?"이라고 맨날 물어봐서 "친구예요."할 정도로 이 친구가 키가 작았는데, 중학생 때 어느 새 내 위에 있었다. 지금도 나보다 크다. 대학에 와서는 이과생이었는데 어느새 문과 공부를 하고 있다. 얌전할 것 같은 외모인데 돌아다니고 액티비티를 좋아한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은 높고 뾰족한 산들 사이에서 혼자 동글동글한 산이다. 각자 일상에서 할 일을 하며 힘든 일도 겪으며 살지만 친구와 있을 때는 둘만의 세상에 온 것 같다. 마주 앉은 자리에서 밖을 바라보면 늘 보던 시끄럽고 바쁜 세상이다.
등산했던 날, 친구도나도 면접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민둥산이 아니라 삼각형의 높은 산을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야하는 날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날은 민둥산에서 그 산을 구경했다. 일상을 잊게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