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형태
"사랑은 예술 속에서 빛을 발하지만 그것은 가짜 사랑이에요. 우리가 해야 하는 사랑은,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없는, 잔잔하고 편안한 사랑이에요. 이게 바로 진짜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런 편안함은 가정에서 배우죠. 안정된 사랑의 형태를 내면화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공감할 수 없어요. 모든 사람이 선량한 사랑의 형태를, 진짜 사랑의 형태를 배워나갈 수 있기를"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김윤아의 솔로 콘서트 '사랑의 형태'를 압축한 문장들이다. 이는 '증오는 나의 힘'에서 아버지를 저주했던 김윤아의 목소리로 내뱉어진 말들이다. 이번 공연은 사랑에 대한 김윤아의 관념을 연대기로 읽을 수 있게 구성됐다. 암울했던 유년기 가정 때부터 부모님 몰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랑노래로 사랑을 배우던 시절을 거쳐 외로움이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사랑, 그가 말하는 진짜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번 콘서트는 한 단어로 김윤아의 사랑이다.
흔히들 진정한 사랑은 불꽃같이 타오르는 게아니라 나를 편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을 게다. 내 머릿속에도 항상 자리하고 있는 문장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문장이 내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린 건 오늘 공연을 보면서였다. 예술 같은 사랑을 하지 말라는 말이 푹하고 심장을 찔렀다.
내가 추구하고 찬양하는 것과 나와 잘 맞는 것은 다르다. 나는 보라색을 찬양하고 추구하지만 왠지 보라색의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껏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돌이켜보면 이 지점에서 연애가 꼬여버렸던 순간이 여럿 있었다. 머리로만 알던 사실을 가슴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김윤아만큼 보라색과 잘 어울리는 인간이 또 있을까. 나는 그를 좋아한다. 찬양한다. 하지만 사랑할 순 없을 것 같다. 나중에 김윤아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다면 묻고 싶다. 보라색이 되기 위해 노력도 하는 것인지. 김윤아가 내뿜는 보라색 기운에도 연출이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