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끄적끄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래리 Nov 30. 2019

김윤아 솔로 콘서트

사랑의 형태

김윤아가 마련해 준 포토타임 때 찍은 사진. 사진=래리


"사랑은 예술 속에서 빛을 발하지만 그것은 가짜 사랑이에요. 우리가 해야 하는 사랑은,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없는, 잔잔하고 편안한 사랑이에요. 이게 바로 진짜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런 편안함은 가정에서 배우죠. 안정된 사랑의 형태를 내면화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공감할 수 없어요. 모든 사람이 선량한 사랑의 형태를, 진짜 사랑의 형태를 배워나갈 수 있기를"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김윤아의 솔로 콘서트 '사랑의 형태'를 압축한 문장들이다. 이는 '증오는 나의 힘'에서 아버지를 저주했던 김윤아의 목소리로 내뱉어진 말들이다. 이번 공연은 사랑에 대한 김윤아의 관념을 연대기로 읽을 수 있게 구성됐다. 암울했던 유년기 가정 때부터 부모님 몰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랑노래로 사랑을 배우던 시절을 거쳐 외로움이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사랑, 그가 말하는 진짜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번 콘서트는 한 단어로 김윤아의 사랑이다.


흔히들 진정한 사랑은 불꽃같이 타오르는 게아니라 나를 편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을 게다. 내 머릿속에도 항상 자리하고 있는 문장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문장이 내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린 건 오늘 공연을 보면서였다. 예술 같은 사랑을 하지 말라는 말이 푹하고 심장을 찔렀다.


내가 추구하고 찬양하는 것과 나와 잘 맞는 것은 다르다. 나는 보라색을 찬양하고 추구하지만 왠지 보라색의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껏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돌이켜보면 이 지점에서 연애가 꼬여버렸던 순간이 여럿 있었다. 머리로만 알던 사실을 가슴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김윤아만큼 보라색과 잘 어울리는 인간이 또 있을까. 나는 그를 좋아한다. 찬양한다. 하지만 사랑할 순 없을 것 같다. 나중에 김윤아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다면 묻고 싶다. 보라색이 되기 위해 노력도 하는 것인지. 김윤아가 내뿜는 보라색 기운에도 연출이 있는지를.

매거진의 이전글 20191128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