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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Feb 22. 2020

20200222 단상

#1. 할 일이 많아서 싫고, 할 일이 없어 싫다.

흔들리는 창문 소리를 위안 삼으며 월요일자 기사를 마쳤다. 따로 수당을 받지 않고 일하는 토요일 오후. 밖에 강풍이 불지 않았다면 평소보다 담배를 두 개비는 더 폈을 게다. 기사를 마치고 보니 할 수 있는 활동이 몇 개 남지 않았다. 맛있는 저녁 먹기, 책 읽기, 게임하기 또 뭐가 있을까. 딱히 마음에 확 끌리는 활동이 떠오르지 않는다. 클라이밍을 가기에도 늦은 시간. 술을 마셔도 내일 당직을 서야 하니 밤새 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화요일자 발제거리를 아직 찾지 못한 점도 마음 한 켠에 부담으로 남아있다. 봄기운이 스며든 저녁 6시의 하늘은 아직 밝기만한데, 내 마음 속에서는 '오늘 하루는 끝났다'는 외침만이.


#2. 공부가 재밌니.

대학에 입학해 철학과 사회학을 접하기 전까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였다. 당시의 시각으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 좋은 직장을 얻는 것 정도. 하지만 이렇게 나이브한 목표로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불가능했을 게다. 공부 자체에서도 즐거움을 찾아야만 했다. 당시 나는 동그라미 치기, 남들보다 높은 등수에 오르기에서 공부의 재미를 찾았다. 수능 공부를 통한 지식이 내 머릿 속에, 몸에 어떻게 쌓이는지는 큰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가끔 읽었던 소설과 사회과학서적에서 강한 흥미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윤리과목을 가장 좋아했고 선생께 책도 추천 받아 읽었다. 그럼에도 일상은 독서가 아닌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였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해 철학과 사회학을 만났다. 공부 자체가 재밌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다. 외부의 평가를 받지 않아도,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궁금증을 파고드는 공부에서 쾌락을 맛봤다. 수업에서 프랑스 구조주의를 알게 된 뒤 소쉬르까지 파고 들게 되는 어떤 지적 욕구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다 취업을 하고 관심이 없던 분야를 다루는 부서에 배정받았다. 업종 특성상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다.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니만큼 재미를 찾으려 노력 중이다. 실제로 단독 정보를 입수할 때면 재밌기도 하고 몸에 힘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재미를 찾는 과정에서 고등학생 때의 내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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