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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홍 Aug 19. 2021

새벽이라는 은신처

새까만 낮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 시간이면 짙은 그림자처럼 외로움이 날 따라다녔다. 혼자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나의 외로움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람들 안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건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눈앞에 분명하게 보이는 세상과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 손 뻗으면 닿을 세계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단절되어 있다는 기분은 우울감을 증폭시켰다. 


어쩌면 남들에게 새하얀 시간이었을 낮이
나에겐 깜깜한 밤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새벽은 나의 은신처


그런 나에게 새벽은 안전한 은신처였다. 새벽이 찾아올 때마다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모두 잠든 밤을 건넌 시간. 이 시간에도 깨어있는 사람은 대부분 혼자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상상하면, 나만 혼자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런 안전한 외로움은 때때로 기분 좋은 우울감이나 감성으로 바뀔 수 있었다. 


가끔 하늘에 걸린 새벽녘 별을 바라볼 때,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지만, 낮의 외로움에 비하면 나름대로 견딜만한 일이었다. 잠들고 일어나면 새벽의 외로움은 씻겨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개에 외로움을 적시고 나면 다음 날엔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밤 새벽과 아침 새벽 사이


아침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 밤 새벽을 줄여나가고 있다. 조금 이르게 일어난 아침 새벽의 고독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다 지나버린 하루를 보내지 못한 채 우두커니 깨어있지 않으려 한다. 하루를 차분한 마음으로 혼자서 갈무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기록한다. 오늘 하기로 한 일에 차근차근 가위표를 친다. 안온한 고독 안에서 나와 대화를 하며 솔직한 마음을 일기장에 적는다. 밤 새벽은 다음날의 아침 새벽을 위한 안부이다. 


내일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새벽 틈에서 마음을 잘 덮어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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