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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홍 Mar 15. 2022

이렇게 현실감각 없는 온실 속 화초라니

많은 사람들처럼 일반적으로 정해진 길을 따라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석사를 마치고 병역특례로 회사에 들어갔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세상 물정 모르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인간이었다. 공부 머리라도 있었냐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때 의도치않게 습득한 자그마한 끈기로 외우고 공부하다보면 조금 알게되는 원리로 문제를 풀어 B+에서 A를 오고가는 성적을 받았다. 학교는 그냥 다녀야 하는 곳이었고 작은 용돈과 아버지 회사의 등록금 일부 지원으로 어렵지 않게 공부와 시험의 쳇바퀴 안에서만 살았다.


지금와서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는 학창시절에 적극적인 방황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회사에 들어가 뒤늦게 깨지려니 진즉에 학생 때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깨지고 부딪혔어야 했다는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대학교 시절 학교 이외의 활동이라고 해봤자, 3학기간 연합 여행동아리 활동, 교내 창의력캠프 지원 알바 활동, 2학기 정도의 기타 동아리 활동 정도였다. 기억을 조금 더 헤집어 봐도 한 두개 정도 추가될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찌저찌 두 번의 졸업을 거쳐 다행히 병역특례로 들어간 회사에서 뒤늦은 방황의 시작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려서 어렴풋이 그려왔던 30대 초반은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다.




회사 안에서도 알았지만 밖에서 분명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나는 일을 스스로 만들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평생을 학교 공부와 회사 업무만 하며 바깥 세계를 동경하며 경험치를 쌓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일을 벌리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 회사 2년차쯤이었던가, 세우지도 않던 새해 목표를 세워본 적이 있다. 그 중 기억나는 건 '회사 밖에서 단돈 10만원이라도 벌어보기'였다. 그 때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회사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소망이 싹 트던 시절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현재 나는 퇴사인이자 새로운 직업 개척자이다. 스스로나 다른 사람 앞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 '타고 있던 배에서 내려 뗏목을 만드려는 사람'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떻게 세상에서 교환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의 악순환에 빠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과 번아웃으로 지난달을 낭비했다. 꼬여버린 생각을 모두 내려놓기로 한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나다운 일을 하면서 독립적인 프리워커가 되기 위한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내 자신을 계속 내놓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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