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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Jun 09. 2023

컨설팅 프로젝트, 1년 회고


얼마 전 리워크팀 워크숍을 진행했다. 프로젝트들을 회고하면서, 앞으로 1년을 내다보는 시간이었는데 인하우스 HR팀장 역할을 하다가 퇴사한지 1년, 컨설턴트로서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1년. 지나고 보니 지난 1년간 다양한 조직을 많이 만났다. 제조기업, 유통기업, 스타트업기업,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컨설팅하거나 자문하면서 최근에 산업적 고민들, 경영자-HR담당자-구성원들의 고민들이 보편적이면서도 조금씩 결이 달라서 흥미로웠다.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컨설턴트로서 ‘관점이 있는 전문가 되기’인데 회고하면서 컨설턴트로서 마인드셋을 점검하고 재정의 했다. 1년 동안 일하면서 와 닿았던 경험들, 앞으로도 ‘이렇게 일해야지’ 싶은 것들을 정리했다.




1. 컨설팅은 클라이언트의 메타인지를 돕는 일이다.

지난 1년간 장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컨설팅의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컨설팅의 본질은 ‘컨설팅은 클라이언트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메타인지를 돕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즉 클라이언트 스스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인지하고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평가하고, 판단하고, 조율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당연하게도 컨설팅에서 다루는 범위는 비교적 새로운 의사결정들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에 전략적인 의사결정이고, 따라서 그에 따른 리스크도 큰 경우가 많다. 컨설턴트는 이때 전문가의 입장에서 최선의 안을 제안하게 되고, 클라이언트는 기존에 경영관행이나 수용성을 고려해서 좀 더 현실적인 안을 요구할 수 있다. 대체로 현실적이라고 함은 타협적인 안이고 이런 절충안은 또 그 나름대로의 리스크가 있으므로 컨설턴트는 절충안에 대해서도 최대한 리스크가 적게끔 추가적인 대안을 모색하되, 그에 따른 리스크가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전달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추구하면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고민을 더 해서 새로운 것이 나올만한 이유가 없다면 클라이언트의 양가감정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때론 결단을 내릴 수 있게끔 돕는 것까지도 컨설팅의 일이다. 


2. 수용가능성을 먼저 고려하면서 쉽게 타협하지 말고, 목적에 맞게 끝까지 대안을 탐색하라

‘클라이언트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메타인지를 돕는 것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제너럴모터스의 경영자였던 슬로언은 피터드커러가 컨설팅을 하러 갔을 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내린 결론이 수락 가능한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당신 자신과 타협할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시오. 이 회사에는 당신의 도움이 없다고해서 그럴듯한 타협을 하지 못하는 중역은 한명도 없소. 그러나 당신 없이 올바른 타협을 하지 못하는 중역이 있다면, 그에게 먼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말해주시오.” 컨설팅을 하다보면 때때로 '무엇이 수용 가능할까?' 질문하곤 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대개 변화의 목적과 취지가 훼손되거나 때로는 그 결과 변화된 모습이 왜곡되고, 변화의 수준과 폭이 좁아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변한 게 뭐야?’, ‘고작 이거 하나 바꾸려고 그렇게 설레발을 친 거야?’라는 말을 듣게 된다. 고객지향적인 것과 현실에 순응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개별시스템의 개선보다는 전방위적인 변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설과 대안을 끝까지 탐색하고 책임있게 베팅하는 것이 어쩌면 컨설턴트라는 직무에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3. 손수 넣은 계란 하나가 커다란 맛의 차이를 낳는다.

케이크 믹스가 처음 나왔을 때 만드는 과정이 아주 간편했는데도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았다. 던킨하인스는 다른 믹스가 편리함을 강조할 때 소비자의 심리를 고려해서 만드는 방법을 약간 어렵게 만들었는데 계란을 추가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믹스는 대박이 났다. 이날 이후 소비자들은 식탁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든 거니까 맛있게 드세요” 제럴드 와인버그는 “우리의 목적은 고객이 문제를 풀게 돕는 것이지 우리의 뛰어난 지능과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다.” 고 말한다. 피터드러커도 비슷한 조언을 하는데 “컨설턴트는 원래 자신의 지식에 의한 권한 이외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으므로 그 스스로 성과를 올려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컨설턴트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객의 조직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컨설팅과정이 순항하는 순간은 조직 내 이해관계자나 실무담당자와의 파트너십이 잘 형성되고, 그분들이 효능감을 느끼는 순간들이었고, 어려움을 겪을 때는 이러한 균형에 이슈가 발생한 경우였다.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을 기반으로 조직내 담당자분들과 신뢰를 형성하고, 그분들이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오너십을 가지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변화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라는 것. 당연하게도 너무너무 중요하다.


4. 변화는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장소의 확산이다.

백번 설명하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흔히 변화를 만들어갈 때 얼리어댑터(초기 변화수용자)를 조직해서 변화과정에 연루(involve)시키고 변화에 대한 상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면서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것,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변화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접근이지만 변화관리자(Change agent)들이 지치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농부가 아무리 좋은 씨앗을 심어도 일부는 죽기 때문에(변화가 어렵다는 것은 아마 이러한 본질과 맞닿아 있다.) 빠르게 모종을 키워 아주심기(작물을 이전에 자라던 곳에서 수확할 때까지 재배할 곳에 옮겨 심는 것)를 준비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효과적이다. 때때로 변화를 다룰 때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예측하는데 에너지를 쏟게 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직접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 구체적인 사례(Practice), 장면들을 만드는데 유리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변화에 보다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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