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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Jan 31. 2024

경영계획 수립 시 반드시 다뤄야 하는 5가지

과제와 전략 중심 경영계획 수립을 통해 지도의 해상도를 높여야

들어가며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주요그룹들이 신년사를 내놓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품질, 지적자산을 지키기 위한 보안 의식을, LG그룹은 차별적 고객가치, SK그룹은 사회적 문제해결과 그룹 내 협력을,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조직문화 정착을 강조했습니다. 신년사에서 한걸음을 더 들어가면 조직별 전략을 엿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전략이 담긴 경영계획은 구성원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메시지가 되겠죠. 오늘은 지난번 글에서 다룬 성과관리 도구들 중에서 경영계획에 대해서 다룹니다.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경영계획에 반드시 담겨야 하는 5가지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더불어 경영계획과 개인 성과계획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도 살펴봅니다. 그럼 하나씩 다뤄보겠습니다.



성과관리 시스템 (출처 : 인사관리시스템 3.0)



1. 경영계획의 고객은? 상사가 아니라, 단위조직의 구성원


작년 연말 한 회사의 경영자를 만나 경영계획 수립을 자문했습니다. 이 회사는 4분기가 되면 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년도 조직이 창출한 성과를 평가하고 미션과 3개년 중기계획을 다시 확인합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해 중점 사업계획과 슬로건을 만들고, 중점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영역별 세부계획, 예산을 수립하는 프로세스로 경영계획을 수립합니다. 경영자의 문제의식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경영계획에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다보니 구성원들에게 경영계획이 어떠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지 못한 것 같아 고민이에요” 기존에 경영계획을 훑어보니 경영자의 말대로 우선순위가 잘 보이지 않고, 목표라기보다는 희망사항에 가까운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 문제를 직면하려면 경영계획 수립의 목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계획은 조직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구성원 개인 성과계획 수립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콘텐츠입니다. 다시 말해 통합과 정렬을 위한 ‘지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계획은 기본적으로 탑다운 방식(전사 ⇨ 본부/실 ⇨ 팀 순서)으로 수립하게 됩니다. 반대로 개인 성과계획은 경영계획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이후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경영계획 수립의 책임은 조직장에게 있고, 즉 좋은 경영계획의 세팅은 조직장의 가장 중요한 성과이고, 경영계획의 고객은 상사가 아니라 조직구성원이라는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과제와 전략 중심 경영계획 수립을 통해 지도의 해상도를 높여야


많은 조직들의 경영계획을 들여다보면 아쉽게도 세부적인 계획과 목표들이 의미 없이 나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개인 성과계획’에 담겨야 할 내용까지 상세하게 경영계획에 이미 반영되어 있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은 어떤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주체가 되기보다는 경영계획에 정리된, 주어진 일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경영계획에 너무 세세한 계획이나 목표를 담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반드시 담겨야 하는 내용은 ‘과제'와 ‘전략'입니다. 정량적인 목표중심의 경영계획 수립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 전략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을 오히려 어렵게하고, 조직구성원들에게 경영계획을 통한 구체적인 메시지 전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처드 루멜트는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Good Strategy Bad Strategy)’에서 좋은 전략은 문제에 대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 냉철한 ‘진단’과 그에 따른 정확한 ‘추진방침’, 구체적이고 ‘일관된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강조합니다. 신시아 A. 몽고메리도 , ‘당신은 전략가입니까’에서 전략을 수립할 때 지나치게 포괄적이서 정체성이 없거나, 트레이드오프(선택에 따른 포기)를 고려하지 않고 ‘고객’을 배제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좋은 전략은 명확하고 강력한 미션에 기반해서, 분명한 선택과 집중, 의미 있는 측정 지표(KPI)와 연계, 구성원들의 깊은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우리 조직의 전략은 어떠한가요? 경영계획 수립 시 과제와 전략의 맥락(스토리라인과 논리적 구조)이 잘 드러나게끔 정리해야만 전략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경영계획 수립을 통해 전략의 해상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내용은 ‘해결과제와 전략 중심의 경영계획 수립 = 전략의 구체성, 명확성 확보 = 전략의 효과적인 소통 = 전략의 효과적인 실행’ 입니다.



3. 경영계획 수립 시 반드시 다뤄야 하는 5가지


그러면, 경영계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까요? 경영계획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아래 5가지 내용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미션(고객 + 제공할 가치 + 고객이 느낄 효익) 의 의미 확인 : 필요시 미션에 대한 재해석 또는 재정립

✅ 해결과제 도출 배경 : 2023년 회고 + 내, 외부 환경변화 분석

✅ 해결과제 도출 : 과제의 의미와 현황, 현재 상황이 발생된 원인

✅ 전략 : 과제별 해결방안/접근 (원인제거, 선택과 집중, 새로운 관점)

✅ 목표 : 과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었을 때 기대하는 2024년 말 모습은 무엇인가?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대응력을 높이려면 지금부터 충분한 회고와 내외부 환경분석(현황과 전망)그리고 이를 통해 과제를 정의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방침이 곧 ‘전략’입니다.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세세한 목표중심의 경영계획을 수립해왔던 조직이라면 해결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초기에 설정한 과제에서 '한걸음 더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시장과 고객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가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는 “협력업체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을 때 '왜(why)?'라는 연속적인 질문을 통해 보다 핵심적인 과제로 접근해가야 합니다. 물론 이때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는데 집중해야하고, 사실이지만 쓸모없는(TBU : True but useless) 정보에 기반해 원인분석에만 매달리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합니다. 과제가 구체화되면, 마치 볼링에서 10개의 핀 중 가운데에 숨어 있지만 제대로 공략하면 10개 핀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는 5번 핀, 즉 킹핀에 가까운 좋은 전략을 발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경영계획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희망사항이나 할 일을 열거 하는 것이 아닙니다.



4. 경영계획과 성과계획의 이상적인 관계


1954년 MBO와 Objective(Management by Objective and self-control)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된 <경영의 실제>에서 피터드러커는 “Objective(목적)에 의한 관리의 효익은 ‘명령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domination)를 ‘자율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self-control)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 준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피터드러커의 이 말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넷플릭스의 일하는 방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원칙인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Lead With Context, Not Control)라는 말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구성원이 다소 아쉬운 의사결정을 했을 때 구성원을 질책하기 보다는 조직장이 맥락을 제대로 짚어 주었는지 자문하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미션, 목표와 전략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였는지?,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설과 위험을 설명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맥락을 충분히 공유했다면 우선 절반이상은 성공적이라고 말합니다. 구성원들은 그 맥락들에 기여하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제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영계획의 핵심은 ‘What’이 아니라 ‘Why’입니다. 경영계획은 개인에 대한 평가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성과계획 수립을 위한 지향점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우린 흔히 계획을 평가기준이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데 집중합니다. 계획은 단지 성과창출을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계획의 명확성, 구체성,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영계획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과 함께 실행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합니다. 경영계획의 수립 레벨이 조직이라면, 성과계획의 수립 레벨은 개인입니다. 개인 성과계획은 조직 차원의 경영계획에 대한 응답이자. 성과계획은 경영계획의 성공적인 실행에 공헌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정리하면 경영계획은 ‘통합과 정렬의 경영’을 위한 조직장의 활동이고, 성과계획은 ‘목적과 자율에 의한 관리’에 의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조직구성원들의 활동입니다.



5. 목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목적’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영계획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들이 예전처럼 벤치마크를 통해서 성장하는 패스트팔로워가 아니라 이제는 남들이 안한 것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구성원 개개인이 조직의 성과창출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변화를 위한 트리거를 만들어내려면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를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커스 버킹엄, 애슐리 구달은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에서 우리는 보통 일관성 있게 일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목표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지만 이는 틀렸다고 말합니다. (물론 목표는 성과를 통해 지향하는 결과를 인식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더 흔하게 직면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이지 않은 미션, 과제, 전략과 같은 일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죠. 조직이 구성원 개개인에게 올해 무슨 일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이 듣고자 하는 것은 일을 해야 하는 목적입니다. 《어린 왕자》 저자 생텍쥐페리가 남긴 이 말을 곱씹어보며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이 나무를 모으고

일을 분담하게 시키는 대신

사람들이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https://blog.clap.company/plan/

*클랩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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