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동재 Jan 08. 2024

성과평가 다시 생각하기

들어가며


연말, 연초가 되면 많은 조직들이 성과평가로 분주합니다. 평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조금씩 긴장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사무실 분위기가 차분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현실은 조금 더 냉담합니다. ‘잡코리아’가 2023년 2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10명중 8명은 평가 이후 이직을 고민하고, 46%는 평가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의식 끝에 최근 팀 성과평가로 개인 성과평가를 대체하거나 개인 성과평가 자체를 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개인 성과평가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성과를 창출하는 단위는 개인일 뿐만 아니라, 성과창출 수준, 기여도를 고려한 공정한 인사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급여제도와 같은 하부시스템과의 긴밀한 연계성을 맺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성과지향적인 조직이라면 개인이 창출한 성과를 더 잘 인식하고 가시화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성과평가는 필요악이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하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



1. 성과관리와 성과평가의 관계 다시 생각하기

우선 성과관리와 성과평가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관리와 성과평가는 아래 보기 중 어떤 관계일까요?   

성과관리와 성과평가의 관계

1) 성과관리 = 성과평가  

2) 성과관리 ≠ 성과평가  

3) 성과관리 ⊃ 성과평가


정답은 3번입니다. 저는 성과관리를 “1) 조직구성원들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기 위해(목적), 2) 각 직무담당자가 역할 수행을 통해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내용), 3) 조직장이 운영하는  활동(주체)”으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성과창출 프로세스에서 성과평가는 성과관리의 여러 도구들 중 하나입니다. 다른 도구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단위조직 경영계획(내가 어디에 기여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알려주는 컨텐츠), 직무R&R(내가 창출해야 하는 성과의 영역을 인식하는 것으로 성과를 탐색하기 위한 토대), KPI(성과창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시보드 형태의 핵심적인 정보), 피드백(성과창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커뮤니케이션하고 촉진하는 프로세스), 의사결정(직무담당자가 실행의 주체이면서 의사결정의 주체이자,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직무오너십을 강화하는 의사결정체계), 역량개발(성과를 예측하는데 유효한 행동정보의 수집, 측정, 지원 체계), 마지막으로 성과평가는 말 그대로 ‘성과’의 가치를 인식하고 판단함으로써 고성과창출을 촉진하는 활동입니다. 


성과관리 시스템 (출처 : 인사관리시스템 3.0)


성과관리의 도구들은 도식으로 나타낸다면 위와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성과관리 도구들은 상호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서 성과평가에 앞서 여러 도구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과평가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과평가에 대한 중요성은 공정성과 연계되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내가 기여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은 만큼 내가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하고 싶은 구성원들의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죠. 성과관리의 도구들을 다음호에 하나씩 좀 더 자세히 소개드리겠습니다.



2. ‘성과’ 개념을 다시 생각하기

성과를 평가하려면 평가하고자 하는 것, 당연하게도 ‘성과’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성과는 ‘솔루션’입니다. 피터드러커는 효과성은(effectiveness) 정해진 일을 잘 하는 것(do the thing right)이 아니라 문제해결(do the right thing)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구글의 전 인사책임자 라즐러복은 이력서를 쓸 때 이렇게 쓰라고 권장합니다. 'Accomplished [X] as measured by [Y] by doing [Z]' XYZ를 모두 쓰라는 이야긴데요. 단순히 수행한 사실만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변화시켰는지’를 기술하라는 것이죠. 우리가 성과를 창출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더 명확합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상황’, ‘솔루션’(성과), ‘이해관계자의 행동변화’(결과1), ‘조직에 미친 영향’(결과2)과 같은 맥락이 포함되어 있는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도로공사 설계담당자는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노면유도선을 그리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됩니다. 그 아이디어가 적용되면서 운전자는 안정적으로 차선변경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교통사고가 90% 줄어들었습니다. (윤석덕 한국도로공사 차장 사례)

이러한 내러티브 구조 없이 ‘회의를 몇 번 개최했다’와 같은 어떤 ‘활동’(activity)이나 ‘교육참여율을 10% 올렸다’와 같은 ‘결과’(result)만으로 성과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평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합의한 목표에 대한 달성도 측정”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코브라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보상을 하다가 집집마다 코브라를 키우게 되는 ‘코브라 효과’에 직면하게 됩니다.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수립하고 조직장과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죠. 우리는 성과를 중심으로 맥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성과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차원 1)문제상황, 2)솔루션, 3)이해관계자의 행동변화 4)그로 인해 나타난 변화, 영향을 정리하였다면 이제 성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성과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 입니다. 결과(변화)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그 결과가 성과로 인해 나타난 결과라는 인과관계가 얼마나 명확한가? 이 두 가지를 고려하여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서 자기평가를 작성하고 조직장은 그 내용을 참고하여 성과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조직장이 성과평가 운영의 주체가 된다는 것의 의미

최근 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을 강화하는 추세가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의 변화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평가등급을 기계적으로 배분하고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장이 더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조직을 더 역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을 강조하다보면 조직장의 인사관리 역량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 조직장의 주관적인 평가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평가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입니다.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주관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일을 잘한다.”라고 할때 그 “잘”에 대한 이미지가 모두 조금씩 다른것과 같은 맥락이죠. 다만 주관적인 그 평가가 자의적인 평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자의적인 평가가 되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근거와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일관성 있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조직장의 인사관리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그간 조직장의 인사관리 역량이 낮다는 핑계로 현업에서 인사관리(채용, 이동, 배치, 직무설계, 조직세팅, 성과평가, 급여결정, 교육기회 부여 등) 권한을  제한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지금 조직장의 인사관리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현상은 그간 인사관리에 대한 권한을 제한적으로 부여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즉 조직의 인사관리 역량을 지금부터라도 확보해나가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지원을 통해서 조직장이 인사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것만이 더 나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4. 다면평가, 평가 조정세션 운영시 유의할 점 

최근 평가에 대한 이슈 중에서 언론에 주목을 많이 받았던 것 중 하나가 다면평가입니다. 구성원들이 동료가 창출한 성과를 평가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성과지향적인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의 협업이 더욱 더 강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가과정에 참여하는 것과 실제 평가권을 갖는 것을 서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꽤 많은 기업들이 더 공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명목으로 다면평가를 하면 점수법으로 평가한 결과를 일정비율로 산입해서 평가등급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런 접근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평가결과를 소통하기가 어렵습니다. 평가의 주체와 평가결과 소통의 주체가 일치하지 않으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하기가 애매해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런 식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점수를 잘 줬는데,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요…” 이러한 내용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평가결과의 수용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장들이 모여 조정세션(Calibration)을 통해서 평가등급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과에 대한 관점을 업그레이드하고, 과도기적으로 자의적인 평가를 방지한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같은 맥락으로 유의해야 합니다. 조직장들이 평가 프로세스 뒤로 숨기 쉬워지고 그러는 사이 평가결과에 대한 책임있는 소통과 리더십은 휘발될 수 있습니다.


저는 구성원의 동료평가 자료는 기술식으로 작성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이유는 맥락이 있는 내러티브 구조의 코멘트가 평가결과를 소통할 때 훨씬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술식으로 작성된 내용을 참고해서 조직장이 종합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평가의 편향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유용합니다. 만약 동료들이 직접적인 평가권을 갖게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될까요? 흔한 말로 인기투표처럼 되어서 평가에 대한 왜곡, 편향을 발생시켜 평가 신뢰수준이 떨어지게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동료평가를 점수로 산입하는 등 평가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면 평가결과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평가는 최대한 공정하게 하고 커뮤니케이션 한 뒤에 구성원들이 평가결과에 대해 가능한 빨리 잊고 다시 일, 창출해야 하는 성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성과평가 프로세스를 고도화한다는 명목 하에 복잡하게 설계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고,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과평가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결국은 그래서 ‘성과’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응답입니다. 성과평가 더 나은방식은 늘 있습니다.


https://blog.clap.company/on_second_thought_review/

*클랩에 기고한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