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내려놓는 법 연습, 결국 모든 것에 적용된다
지난해인 2023년 5월 살면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웠다. 올해 결혼을 앞둔 반려인으로부터 동네 공원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면서.
그리고 약 1년 정도, 9개월이 지나서 2024년 3월 다시 자전거를 탔다. 봄이 왔기 때문에 햇살이 따스했고, 자전거를 타니 바람이 시원했다. 지난해 자전거를 겨우 탈 줄 알게 된 이후 장마철이 왔고, 그 이후엔 이런저런 일정 때문에 바빠져서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여전히 코너를 틀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방향 전환에 익숙하지 못해 비틀거리거나 멈춰야 한다. 그런데 작년과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젠 웃으면서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내게 자전거를 가르쳐준 반려인, 애인이 내게 물었다. ‘갑자기 어떻게 그렇게 자전거를 잘 타게 된 것이냐’라고. 사실 실제로는 더 잘 타게 된 건 아니고, 작년보다 덜 긴장하고 더 많이 웃으며 타게 된 것에 가깝다. 서툰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다.
7년 동안 만난 애인과 다음 달인 4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평소 걱정과 불안이 많은 편인 나는 결혼 몇 달 전부터 긴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이대로라면 아마 결혼식 당일에도 몹시 긴장해서 쭈뼛거리게 될 게 뻔하다. 꼴사나운 모습을 절대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날에 말이다!
미리 마인드컨트롤, 상상훈련을 해보면서 불안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본다. 사실 지난 30년 이상 살면서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도 너무 당황하고 불안해하며 그날을 즐기지 못하고 지나고서 ‘아 조금만 덜 불안해하고 조금 더 웃을 걸‘ 싶던 때가 많았다. 이번에는 그런 후회를 안 하려면, 9개월 만에 자전거를 다시 탄 순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스스로의 불안을 먼저 인지한 것보다는 반려견 밤이가 지나치게 불안하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서 ‘나와 닮았다’고 느껴 거울치료가 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강아지들은 늘 웃고 순간순간을 즐기는데, 밤이는 어째서 겁이 많고 항상 긴장하는 걸까? 어쩌면 나와 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밤이가 보호자인 나의
반응을 보고 배우거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많이 웃고 느긋한 보호자였다면
밤이도 지금과 다른 강아지가 되었을까?
그런 생각의 끝에는 앞으로 조금은 다른 태도로 살아가자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생각한 것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지난 30년 이상 살아온 궤도가 금방 바뀌지는 않겠지.
애인으로부터 늘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세상과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항상 많이 웃고 어제보다 오늘 더 즐겁게 살아가려는 애인의 모습은 늘 내게 뭐가 더 중요한지 알려준다. 애인이 많은 부분에서 나보다 더 현명해서 참 다행이다.
‘벡델 테스트’로 알려진 미국의 커밍아웃 레즈비언 작가 앨리슨 벡델의 회고록 만화책 <펀 홈>을 보면, 죽기 전 그의 아버지가 충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덜 긴장하고 삶을 더 즐기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앨리슨 벡델이 생각한 게 삶의 대부분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하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느냐‘는 거였던 듯하다. 나도 아직 잘 되는 건 아니고 여전히 시행착오 중에 있다. 다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시도해보고 있다.
지난 7년간 정신과에 다니며 복용하던 항불안제, 항우울제를 지난해 연말 의사와 상담하에 단약했다. 이젠 약 없이 우울과 불안을 하루하루 상대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혼자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나의 가족, (곧 결혼할) 애인 지영이와 반려견 밤이가 있어서 가능한 일 같다.
조금 덜 무서워하고 덜 긴장하며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다. 불안을 내려놓는 법을 연습하는 건 자전거 타기나 결혼식 당일의 연습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