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고 새로운 존재가 되는 매미에 매료됐다
허물을 벗으면 날개를 달고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니. 그런 모습을 보고 어릴 때부터 매미에 매료됐다.
10년 안팎을 어두운 땅 속에서 보내고, 정작 땅 밖에 나와서는 보름 정도만 살아간다는 것도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나이가 한 자릿수이던 아이일 때 가족과 집 근처 공원에서 야영하다가, 문득 새벽에 텐트에서 나왔다가 땅 속에서 나와 나무를 기어오르는 매미 유충을 발견했다. 탈피 과정을 몇 시간이고 지켜봤다.
그러다 어느 한 마리는 나무 밑둥에 매달려 허물을 벗다가 그만 지쳐서 그대로 죽어버리는 걸 목격했다. 반쯤 허물을 벗고 나왔는데, 거기서 그만 탈피를 끝내지 못하고 점차 빛을 잃어갔다. 그걸 보고 한참 울었다.
나이가 든 이제는 ‘매미처럼 내가 어느 날 허물을 벗고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사라졌다. 오랜 시간 고생한 끝에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상상도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 족하다. 다만 그래도 여름이 되면 매미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미 탈피한 허물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