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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자 정연 Jun 01. 2023

오늘을 참다운 나의 하루로 살 수 있는 비결

김호 <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를 읽고나서

‘오늘을 참다운 나의 하루로 살 수 있는 비결’


1. 들어가며


1)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취향, 내가 싫어하는 것, 나만의 생각,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나의 추억, 나의 슬픔과 상처, 가끔 드러내는 나의 꿈? 아니면 나의 행동, 내가 한 약속,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노력?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나는 나다워진다.

2) 우리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자.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강렬한 설렘을 주는 것에, 진실된 것에 주목하자.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려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자. 저 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3) 견디기 힘든 가장 무거운 것은 자아다. 자아가 무거운 이유는 지금 나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때문이다.정작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자아의 여러 이미지와 함께 살고 있다.

4) 경계를 넘게 해주는 재능이 있다면, 그건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 덕분에 우리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모험을 떠나 새로운 지식과 만나야 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다르게 볼 줄 알아야 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에 갈 수 있어야 한다.

5) 삶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 ‘한평생’만을 삶이라 할 수 있는 걸까? 알차게 보낸 오늘 하루, 새로운 도전을 한 반나절, 몰랐던 걸 알게 된 순간, 무엇인가에 설레던 찰나, 이 모든 게 삶이 아닐까?


<모든 삶은 흐른다> 중에서


바다를 매개로 삶의 지혜를 전하는 프랑스 철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럼에도 ‘참다운 나의 하루로 살 수 있는 비결’이 나의 것으로 온전히 자리잡기 위한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그건 바로 ‘거절하기’ 훈련이었다. 김호 코치님의 <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는 그런 점에서 내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거짓이 아닌 진실함으로 하루하루를 찾아가기 위해 거절을 삶의 디폴트로 삼기, 거기서부터가 출발이었다.



2. 살펴보니


1)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직원들에게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한 리더가 훌륭한 리더라는 막연하면서도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직원들이 하는 행동에 문제가 있더라도 지적하는 것이 편치 않았고, 이를 회피하고 있었다.(p17)‘ 이 단락을 읽으며 지난날 리더로서의 직무유기했던 시절이 떠올라 가슴 깊은곳으로부터 큰 찔림이 있었다. ’거절‘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 ’좋은 게 좋은 거다‘식의 두루뭉슬한 커뮤니케이션은 명료하지도 못했고 성장을 촉진하지도 못했다.


2) “김호 씨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뚜렷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한번 노력해봅시다. 김호 씨 마음속의 진실(Truth)을 남에게 잘 주는(전달하는) 쪽으로.(p19)” 카운슬링과 코칭을 받으며 나 역시 비슷한 피드백을 받았던터라 깊이 공감하며 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학부 시절 ‘자표심(자기표현의 심리적 기초)’라는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I-messaging'(‘나’를 주어로 나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말하기)가 떠올랐다. 한동안 연습도 많이 했었는데, 어느 순간 삶에서는 스스로 자취를 감춘 그 방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 “네가 거절하는 게 불편해서 가족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돈을 아내에게서 ’빼앗아서‘ 선배에게 갖다 바친 거야 이 개XX야!(p27)" '이 개XX야!’라는 부분을 읽으며, 김호 코치님이 거절 못하는 나에게 욕하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동영상으로 그 상황이 스쳐 지나갔다. 정신이 번쩍 났다. 나의 소중한 돈과 시간을 ‘거절하는 게 불편해서’ 누군가에게 갖다 바치고 있지 않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중에 책을 내면 필요할 때 비속어를 직접화법으로 써서 글에 담아봐야겠다고 생각도 해봤다. ‘이거 넘 효과가 좋다!’)


4) ‘거절을 할 때는 나중에 하는 것보다, 처음에 하는 것이 훨씬 쉽다.’, ‘약속은 되도록 적게 하고, 대신 약속보다 더 해주라.(p32~33)’ 이 두가지 문장은 사회생활의 관록이 늘수록, HR 매니저로서의 경험이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체득한 진리기도 하다. ‘거절은 바로! 약속은 적게, 하지만 약속보다 더 많이 해주기!’ 인사업무를 하다보면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쉽지 않은 요청과 부탁을 받곤 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일수록 간명하게 위 문장을 떠올리며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시작하곤 한다.


5) ”좀 더 큰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은 ”여기에서 이런 점을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p44)와 같은 문장은 평소에 회의 시 내가 종종 애용하는 문장들인데 책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브릿징 테크닉’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주위를 환기하고 논점을 전환하여 좀 더 발전적인 대안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나눴던 문장들인데, 김호 코치님의 글을 읽으며, 나의 궁극의 목적 달성을 위한 ‘지혜롭고 세련된 거절‘로 연결하는 문장이구나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6)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동의하지 않는다(disagree agreeably)'(p55) 매혹의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동의하지 않지만 상대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면에서 말하는 이의 넓은 품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Hawkeye View가 대화의 장면에서 상대를 품어안으며 적용된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7) ‘거절을 좀 더 잘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도적 도움을 좀 더 잘 주는 사람이 되면서 거절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p64) 수동적으로 도움 요청에 대응하다보면 늘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먼저 판을 읽고 상대의 필요와 요구를 알아채고 Proactive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에게서 상대는 더 큰 만족을 느낀다. 나 역시 그렇게 느껴왔다. 또렷한 이 문장을 보며 다시 한번 스마트 기버(Smart Giver)가 되야겠다고 다짐해봤다.


8) “‘거절 민감성(rejection sensitivy)’이 높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거절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그렇게 거절당했을 때의 나를 상상하며 괴로워한다.”(p81) 되돌아보면 나는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다. ‘좀 더 적극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행복과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거절 민감도’를 낮춰보려고 한다. ‘거절은 디폴트야!’라고 주문 읊조리듯이 스스로 외치고 또 외쳐본다.


9) ‘내가 거절한다고 나를 소외시키거나 미워할 사람은 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거나 하면 언제든 나를 소외 시킬 것이다.’ ‘거절을 잘한다는 의미는 마음속에서 불편하게 느끼거나, 무리하다고 생각되는 요청에 대해서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p90) 거절과 소외는 엄연히 다른 것인데, 내 인지(awareness)속에서 강한 연결 관계에 있는 것들로 인식해왔구나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거절하면 소외될 것이야.’라는 강한 가정을 망치로 내리쳐 깨트려본다.


10) ‘내가 대표적으로 거절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강연이다. 그보다는 최소한 4시간에서 하루이틀 동안 소규모의 사람들과 구조화된 대화와 토론을 하면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디자인하고 이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고 내겐 보람된 일이었다.‘(p211) 강연보다는 소규모 코칭과 멘토링 워크숍을 선호하는 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단이었다. 타자에게 도움을 주고 그 삶에 변화의 계기를 주고싶다는 나의 일의 Why와 연결되는 How를 김호 코치님의 글에서 발견해서 새삼 더 반가웠다.



3. 적용해보니


1) ’과제의 분리‘(p93~99)

상담 선생님께서 내게 자주 해주시는 말씀 가운데 하나가 ’경계를 세우고, 정연님 밖으로 밀어내세요.‘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 지인의 고민과 어려움을 내 안으로 데리고 와서 끌어안고 품고선 힘들어하며 쩔쩔 매는 내게, 상담 선생님은 ’경계를 세워 과제를 분리하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다. 거절에 있어서도, 상대의 입장과 생각, 감정을 과도하게 헤아려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건 분명 과제의 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누군가가 나를 싫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의 과제이지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며, 이렇게 과제를 분리하는 순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p95) 실제로 이 문장을 내 삶에 적용해보며 ‘거절과 부탁’을 시도했더니, 마음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고 삶의 주도성을 좀 더 확보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의 ‘과제들’만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상대의 과제는 상대에게 남겨주기로 마음 먹었다.


2) ‘대리자적 상태(agent status)’와 ‘학습된 무력감‘ (p101~120)

경제학 이론 가운데 ’주인-대리인 이론(Principal-agent theory)‘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HR 매니저로 일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주인이 되라고 강조하는 조직의 압력이 얼마나 덧없는 것임을 발견할 때마다, C레벨의 임원조차도 대리인으로서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의사결정하는 것을 목도할 때마다, ’주인이 아닌, 대리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조직의 현실을 오롯이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조직에서 ‘대리자’로 살아가는 것이 삶의 디폴트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김호 코치님의 글을 읽으며 한가지 놓친 것을 발견했다. 조직 내에서 마주하는 대리자의 숙명이 있을지언정, ‘내 삶에서는 늘 주인으로서’ 살아가야하는 것이 내 삶에 대한 예의구나 싶었다.

그런 배경의 한 근간으로 ‘학습된 무력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차피 그런거야. 어차피 안돼.’가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또아리 틀고 있구나 싶었다. “우리는 좀 더 ‘건방져’질 필요가 있다.”(p120)

이 두 가지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 나의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나의 ‘시간과 자원’의 활용에 있어서 거절과 부탁을 사부작사부작 활용하기 시작했다. ‘학습된 무력감’이 마음에 그늘을 만들려할 때 적극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건방진’ 하루를 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4. 다시 곱씹으면서 나오며


두 번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관통하는 단어들을 만났다. 문장 통암기가 약한 나는 단어를 기억하고 그 단어를 둘러싼 무드와 관계를 통해 당시의 다짐을 되뇌이곤 한다. <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를 읽으며 나를 관통한 단어들을 꼽자면, ‘거절과 부탁’, ‘거절 민감성’, ‘거절과 소외’, ‘스마트 기버’, ‘취약성과 대담성’, ‘어서티브와 패시브’, ‘현재와 과정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스트레이트 리스닝&토크’, ‘영향력의 순간과 비폭력적 두 손’이었다. 그 중에 하나만 데려갈 수 있다면 ‘취약성과 대담성’을 선택하고 싶다. 내일 나의 일터에서, 나의 일상에서 ‘(거절과 부탁 앞에서) 거짓말쟁이로서의 나의 모습을 취약성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담대함을 갖고 마음속의 진실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내 삶의 여정에 지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p226) ‘취약성과 대담성’을 품고 하루하루 삶의 시간을 채워가리라 다짐해본다.


김호 <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를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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