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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나 Apr 13. 2021

고객을 안달나게 하는
‘콜라보레이션’

편의점에 떴다 하면 연일 매진되는 상품. 고객들이 오늘은 들어왔냐면 매일 출석하게 만드는 상품. 하나를 사는 것도 모자라 종류별로 사게 만드는 상품. 그 비밀은 바로 ‘콜라보레이션’에 있다. 그렇게 고객을 안달 나게 하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자.



캐릭터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는 고객들

미달이가 그렇게 찾던 띠부띠부 씰

 예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미달이가 포켓몬 빵을 한가득 안고 빵 봉지를 한 개 한 개 뜯으며 안에 들어 있는 포켓몬 스티커를 확인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빵 봉지 안에는 피카추 스티커만 들어있다. 다양한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고 싶었던 미달이는 결국 속상한 마음에 빵을 집어던져 버린다. 아니, 그까짓 스티커가 뭐라고. 

 하지만 미달이를 안달 나게 했던 캐릭터 상품 계보는 국찐이빵을 시작으로 핑클빵, 포켓몬, 카카오 프렌즈, BT21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캐릭터 상품을 구하기 위해 매일매일 점포에 출석해 재입고 여부를 확인하는 고객들도 있고, 각기 다른 캐릭터를 모으기 위해 종류별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있다. 심지어 스티커만 챙긴 후 빵을 먹지 않고 버려 사회적 이슈가 일어난 적도 있다. 같은 상품에 캐릭터만 더하는데 그렇게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의외의 콜라보레이션이 자아내는 재미

곰표는 더 이상 밀가루 브랜드가 아니다

 캐릭터만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색 조합도 고객들을 안달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한제분과 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 CU가 협업한 ‘곰표 밀맥주’이다. 특유의 녹색 배경에 대문짝만하게 ‘곰표’라 쓰여있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 맥주는 요즘 없어서 못 판다.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팔릴 정도였는데 CU가 수제맥주 판매를 시작한 이래 최고의 실적이란다. 이 기세를 몰아 맥주와 같이 먹기 좋은 '곰표 팝콘'도 출시했는데 역시나 매출이 40%나 뛰었다.

 심지어 5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모티브로 한 HMR 떡볶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떡볶이(줄여서 죽떡먹 떡볶이)’도 출시되었다. ‘죽떡먹 떡볶이’는 실제 책 표지를 그대로 패키지로 제작했다. 떡볶이 뚜껑을 열면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괜찮아, 그늘이 없는 사람은 빛을 이해할 수 없어’ 등 책 속 힐링 문구가 나를 맞이한다. 먹기도 전에 벌써 배부른 느낌이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면 패션과 콜라보레이션 하라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를 노린 콜라보레이션 상품도 눈길을 끈다. 빙그레는 과자 브랜드 ‘꽃게랑’의 로고를 이용한 패션 브랜드 ‘꼬뜨게랑’ 출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꼬뜨게랑은 ‘꽃게랑’을 뜻하는 말이다). 티셔츠, 선글라스, 미니백, 마스크 등을 디자인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꼽히는 지코를 모델로 기용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만 판매했는데 가방은 출시한 지 하루 만에, 남성 셔츠는 출시 이틀 만에 준비한 1,000여 장의 제품이 모두 팔렸다. 

 미국 최대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앤제리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협업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벤앤제리스의 상징인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젖소, 녹아내리는 듯한 나이키 로고로 디자인된 이 운동화는 20만 원에 출시되었는데, 3일 만에 190만 원 오른 210만 원에 판매되었다. 아이스크림과 운동화를 사랑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덕분이다.



콜라보레이션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

 이렇게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상품이 출시되는 이유는 출시만 해도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기존 캐릭터나 장수, 인기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니 제품 제작 단가도 줄일 수 있고, 기존 제품의 이미지로 고객을 쉽게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검증된 브랜드이니 실패 위험성도 줄어든다.

 게다가 입소문까지 타면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SNS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피며 제품을 기획한다. 특히나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그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일쑤다. 두 업종 간의 의외의 조합이 독특함을 자아내며 그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러니 콜라보레이션을 안 할 수가 없다. 가열된 시장경쟁 속에서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CU 사보 'I LOVE CU 2020년 8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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