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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나 May 26. 2021

‘다윗’ 편의점, ‘골리앗’ 대형마트를 넘어서다

 백화점, 대형마트 다음으로 항상 '막내' 취급을 받던 편의점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다 e커머스와 싸우는 사이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19 사태에 날렵하게 대응하며 고객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그 결과, 올해 드디어 영업이익이 대형마트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대형마트가 힘이 빠진 순간

 지난해 편의점의 영업이익이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이마트는 2,565억 원의 이익을 낸 GS25와 1,966억 원의 이익을 낸 CU에 패배했고, 롯데마트는 2018년 실적보다 뒷걸음질 치며 25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면서 17개의 점포 문을 닫기로 했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힘을 못 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e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출혈이 심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e커머스와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티몬이 ‘타임 어택’, 위메프가 ‘투데이 특가’ 등 초저가 전략을 앞세우자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롯데마트는 ‘극한가격’으로 맞섰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도 없고, 재고 관리 비용도 낮은 e커머스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오히려 생수·와인 등 주요 할인 품목에서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매장끼리 경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게다가 쿠팡, 마켓컬리에서 시작한 로켓 배송, 새벽 배송의 원투펀치가 결정타였다. 그나마 바로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대형마트의 장점이었는데 이마저 희석된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주로 로켓배송으로 구매하는 상품이 기저귀, 화장지, 생수 같은 생필품이어서 대형마트의 주요 판매 상품과 겹쳤다. 결국, 기저귀 등 일부 제품의 판매 물량이 대형마트의 판매 물량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대형마트를 녹다운 시킨 편의점

 이때 편의점이 등장해 대형마트를 녹다운 시켜버렸다. 전국에 있는 1,380만 1인 가구를 일으키기로 한 것이다. 1인 가구가 간단한 식재료나 가정간편식을 위주로 장을 본다는 점에 착안해 양파 2개짜리나 바나나 한두 개 포장 등 소포장 상품을 늘려나갔다. 여기에 더해 그들이 먹고 싶어도 못 사 먹던 삼겹살도 소포장으로 준비해두고, 삼계탕 등의 보양식도 준비해놓았으며, 반찬도 조리해 팔면서 그들의 밥상을 풍요롭게 했다. 당연히 1인 가구들은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먼저 찾기 시작했다. 

 게다가 트렌드 반영은 또 얼마나 빠른지. TV 프로그램에서 파래 넣은 라면이 화제가 되면 다음 날 편의점에 등장했다. 곰표 맥주, 미원 맛소금 팝콘 등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콜라보레이션 상품도 주로 편의점에서 출시되었다. 상품뿐만이 아니다. 택배, 카페, 세탁 서비스도 제공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심지어 은행과 협업해 소액 적금도 들 수 있을 지경이다. 사회적인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이는 곳도 편의점이다.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일본 수입 맥주를 할인행사 품목에서 제일 먼저 제외한 곳도 편의점이었고,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논란이 되자마자 매대에서 치워버리는 결단력을 보인 곳도 편의점이었다. 대형마트는 편의점에 비하면 느려도 너무 느렸다.



편의점, 코로나 19 시대에 기세를 몰아가다

 이러한 편의점의 기세는 계속될 예정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030세대 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동네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에는 1인 가구가 주고객이었다. 중장년층은 급할 때가 아니면 대형마트를 이용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를 거치며 중장년층마저 마트 대신 편의점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마트는 멀고, 대형마트는 가기가 꺼려져 편의점에서 식재료를 사 봤는데 마트 제품과 별 차이가 없더라는 식이다. 이 후기처럼 요새 들어 주요 지역 맘카페에 편의점 장보기와 관련된 인증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달 앱 요기요나 부릉, 네이버 간편 주문으로 간편하게 제품을 주문할 수 있으니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배달 서비스 인기 품목도 예전에는 과자, 음료 등 간식거리 위주였다면 요새는 가정간편식, 생수, 식재료 순으로 대형마트에서 하던 장보기까지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 편의점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CU 사보 'I LOVE CU 2020년 11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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