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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캐치업 Sep 26. 2018

또다시 동거

도시농부의 꿈

작년에 야심 차게 시작했던

감자와의 동거는

얼마 가지 않아 끝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감자의 끝을 본 것이 아니라

강제로 헤어짐을 당했다.

어찌 됐던 그것은 모두 내 불찰이니.


다섯 평 정도의 환풍이 잘 되지 않던 내 공간은

곰팡이와의 전쟁이 계속되던 곳이었다.


수시로 청소를 하곤 했으니

그리고 우리 집에서 가장 볕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화분을 뒀으니

화분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자의 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던 어느 날

감자가 심어진 흙에도 곰팡이가 앉는 것을 보고,

볕 좋고, 바람도 잘 드는 곳으로 찾고 찾다

옥상으로 올려놓았었다.


원룸 건물 옥상은 당연히 내 것이 아니니

몇 호네 감자라고 이름이라도 써둘걸,


옥상을 올라간 누군가가 화분을 보고 

어디론가 옮겨 놓았던 것 같다.


그저 없어진 화분을 보고

아차- 하고 말았고,

나보다 솜씨 좋은 누군가가 모셔갔으리라- 하고 

조금 씁쓸하지만 잘 된 일이겠거니- 하고 지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곳에서 이사 가기 전,

우연히 꼭대기 층에서 감자 화분을 다시 만났고!!

하얀 꽃망울이 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작물들은 모두 열매를 맺고

논은 노랗게 물든 요즘 날씨에

텃밭에 작물 키우기란 제한적이지만

겨울에도 따뜻할 실내의 온도만 믿고 

다시 씨를 심었다.


씨앗연필. 바질 / 다이소


일회용 컵으로 화분을 만들어

허브를 심겠다는 뚜렷한 그림이 있었으므로

바질 씨앗을 사서 

설명대로 심었다.



씨앗연필. 바질 / 다이소


제발 예쁘게 크기를.

아니, 내가 예쁘게 키워야지.

1년여 만에 다시 하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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