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의 꿈
작년에 야심 차게 시작했던
감자와의 동거는
얼마 가지 않아 끝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감자의 끝을 본 것이 아니라
강제로 헤어짐을 당했다.
어찌 됐던 그것은 모두 내 불찰이니.
다섯 평 정도의 환풍이 잘 되지 않던 내 공간은
곰팡이와의 전쟁이 계속되던 곳이었다.
수시로 청소를 하곤 했으니
그리고 우리 집에서 가장 볕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화분을 뒀으니
화분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자의 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던 어느 날
감자가 심어진 흙에도 곰팡이가 앉는 것을 보고,
볕 좋고, 바람도 잘 드는 곳으로 찾고 찾다
옥상으로 올려놓았었다.
원룸 건물 옥상은 당연히 내 것이 아니니
몇 호네 감자라고 이름이라도 써둘걸,
옥상을 올라간 누군가가 화분을 보고
어디론가 옮겨 놓았던 것 같다.
그저 없어진 화분을 보고
아차- 하고 말았고,
나보다 솜씨 좋은 누군가가 모셔갔으리라- 하고
조금 씁쓸하지만 잘 된 일이겠거니- 하고 지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곳에서 이사 가기 전,
우연히 꼭대기 층에서 감자 화분을 다시 만났고!!
하얀 꽃망울이 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작물들은 모두 열매를 맺고
논은 노랗게 물든 요즘 날씨에
텃밭에 작물 키우기란 제한적이지만
겨울에도 따뜻할 실내의 온도만 믿고
다시 씨를 심었다.
일회용 컵으로 화분을 만들어
허브를 심겠다는 뚜렷한 그림이 있었으므로
바질 씨앗을 사서
설명대로 심었다.
제발 예쁘게 크기를.
아니, 내가 예쁘게 키워야지.
1년여 만에 다시 하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