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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캐치업 Jul 26. 2024

처절하게, 디지털노마드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올해 2월은 육아 휴직 종료와 함께 퇴사가 예정돼 있었다. 복직의 선택지가 없었던 휴직의 끝.


육아 휴직을 쓰는 동안 디지털 노마드를 실현해 보겠다고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할 수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육아 휴직 6개월을 소진하고 퇴사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지만, 거절은 차가웠다.


-나는 무슨 배짱으로 

육아 휴직을 6개월 남겼을까


그때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나름의 노력'으로 디지털 노마드를 꿈꾼 것도 원망스러웠다.


-혼자 힘으로 돈을 벌고 싶어

로 시작한 나의 1월


돈을 벌고 싶어서 책을 읽었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 6개월


이게 진짜 돈을 버는 일이 맞는지, 의문스럽지만

믿고 기댈 곳이 없어 책에만 나를 맡겼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초조했고

불안했고

1초가 아까웠고

쉬지 못했다.


결과물은 없이 번아웃이 왔다.


그렇게 7월이 되었고

통장 잔고는 0이 되었다.



아이들 밥은 먹여야 되니 재테크한다며 한동안 쓰지 않았던 신용카드를 들었다.


-이 빚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날도 막연한 하루를 마무리하던 시간이었다.


내가 직장을 구한다면 경력이 애매한데 그래도 이 경력을 살리는 게 좋을지, 아예 새로운 업으로 해보고 싶었던 정리 업체에 지원을 해볼지 남편에게 고민 반, 넋두리 반과 같은 대화를 털어놓고 있었다.



-내가 볼 땐 경력이 아까운데? 한 직종에서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했고 시야가 그만큼 넓잖아. 잘 버무리면 큰 능력이 될 거 같은데..

-공무원이나 정책 당국이나 돼야 이 얇고 넓은 경력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어?

그래, 내 경력 나도 너무 아까워. 

그래도 내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직업이었는데..


애엄마가 되어 근무 시간에 묶이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에 고민이 많은 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 남편의 대화는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남편이 먼저 잠을 청하러 들어가고

나는 괜히 PC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일할 것 없을까? 일할 곳 없을까?



그러다가 들어간 크몽


-이런 일이 많구나

-이런 것도 알려주는구나

-참 다양하게들 돈을 벌고 있네


쭉- 스크롤을 내려본다


올해 내내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던 

하나의 키워드가

눈에 걸렸다.

클릭했다.


-이 사람도 돈 벌려고 파는 것 아닐까?

결국 돈벌이하려는 거잖아



그렇게 페이지를 종료했다.


다시 이것저것 보고 있어도

결국 또 눈에 들어오는 그 키워드.



-이제 진짜, 이제 정말, 물러설 곳은 없어

이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해도 

하라는 대로 다 해보자

올해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거잖아.

그래도 안되면 진짜 안 되는 거야.



올해를 보낼 마지막 시간이라고 선택하며

신용카드로 결제를 마쳤다.


지금 이 빚이

원금 회수만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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